'112홈런' 최진행의 '약물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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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5일 “5월 중 시행한 최진행의 도핑테스트 결과 세계 반도핑 기구(WADA)에서 사용 금지 약물로 지정한 스타노졸롤 성분이 검출되었다. 따라서 최진행에게 반도핑 조항 6조 1항에 의거, 1군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린다”라고 발표했다. 따라서 25일 경기부터 한화의 향후 30경기 동안 최진행의 모습은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다.
올 시즌 69경기 0.301 13홈런 42타점(26일 현재)을 기록하며 한화의 순위 경쟁 버팀목 역할을 하던 최진행의 이탈은 당장 팀 입장에서 뼈아플 수 있다. 그러나 이성열, 부상 회복이 임박한 김경언 등이 돌아온다면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도 있다. 아직 팔꿈치 부상 후 재활군에 있는 우타자 송광민이 최진행의 징계 기간이 끝나기 전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최진행의 야구 인생에서 오랫동안 따라올 '약물 복용' 주홍글씨다. 영구제명 감인 승부조작만큼은 아니지만 금지약물 복용 또한 선수의 이미지에 치명타로 다가오기 때문. 프로 스포츠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공정한 자세가 기본인 만큼 금지약물로 페어플레이 정신에 먹칠했다는 자체가 그를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에 생채기로 남았다.
최진행의 도핑 테스트 적발로 인해 또 하나의 불명예 기록이 생겼다. 바로 금지약물 검출 시점에서 처음으로 개인통산 100홈런 이상을 때려낸 타자가 적발되었다는 점.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직전 금지약물 검출로 물의를 빚었던 진갑용(삼성)은 통산 154홈런 포수이지만 2002년까지 홈런 수는 43개였다. 100홈런 이상을 친 한 팀의 프랜차이즈 타자가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된 것은 최진행이 처음이다.
그가 무지와 소홀함으로 인해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은 지난 4월 하순 잠깐이지만 그로 인해 112홈런 타자의 커리어에 큰 흠집이 생겼다. 최진행은 2004년 한화 입단 이래 2009년까지 만년 유망주로 남았다가 2010년 32홈런으로 팀 타선을 이끌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최진행은 김태균이 일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한화 타선을 제대로 이끌어야 하는 타자'라는 기대치와 부담 속에서 열심히 훈련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삼진이 많은 스타일의 거포가 바로 최진행. 선구안에서 보완점을 비춰 경기 당 기복이 큰 편이라 기대 뒤 질타의 이야기도 많았다. 그래서 스스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최진행이다. 위축된 가운데에서 한대화 전 감독의 짖궂은, 그러나 애정이 있던 농담에 실제로 상처를 받았고 김응용 전 감독의 강성 스타일에도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던 최진행이다. 김성근 감독도 최진행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 시즌 전 강하게 다그치는 바람에 선수 본인이 위축되기도 했었다.
파워 향상과 관련한 금지 약물 물질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계열 스테노졸롤 검출. 문제의 요가 될 홈런 양산에서 3~4월 17타수 당 1홈런에서 5월 11.7타수 당 1홈런을 기록했다가 6월 29.5타수 당 1홈런의 굴곡을 탔다. 단순히 기록을 참고했을 때 약물의 효과가 없었다고는 볼 수 없다. 문제는 5월의 기록 향상이 온전히 '약물 때문이다'라는 성급한 일반화의 시선을 피할 수 없다는 점.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진행이 휘둘렀던 특타, 연습 스윙의 노력까지 씻겨버렸다.
그리고 최진행이 '도핑 적발'의 이미지를 씻는 데는 상당 기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운동에 매진하던 선수가 잠깐의 실수 등으로 인해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된 뒤 그동안 쌓았던 명성과 이미지 실추를 겪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얼마든지 있었다. 1980년대 칼 루이스와 함께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 자리를 놓고 다투던 벤 존슨이 스테로이드 검출로 인해 1988년 서울 올림픽 금메달을 박탈당하고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대표적인 전례다.
스테로이드 복용 시인 후 은퇴 위기까지 갔다가 다시 기록행진을 잇는 중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의 현재 이미지를 떠올려도 된다. 로저 클레멘스, 배리 본즈 등 약물 복용으로 인해 치명적인 이미지 실추를 겪은 이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탁월한 실력 속 선수들의 재능과 노력은 '약물 복용' 주홍글씨에 가려져버렸다. 그리고 최근 팬들은 선수의 과거에 대해 오랫동안 언급, 몰랐던 이들에게도 선수 당사자의 과오를 전한다. 자칫 최진행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까지 '약물'이라는 단어 하나로 선수를 규정지을 수 있다.
어렵사리 제 위력을 찾기 시작했던 최진행. 그가 저지른 잠깐의 약물 오용이 가장 안타까운 이유는 한화의 팀 사정, 선수 개인에게 온 당장의 징계 철퇴가 아니다. 그가 야구 시작 이후 지금까지 흘렸던 땀과 눈물이 담긴 통산 112홈런의 커리어가 퇴색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 때문이다.
[사진] 최진행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영상] 최진행 홈런 영상 ⓒ SPOTV NEWS 영상편집 박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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