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시선] '봄의 퀸' 실패 IBK기업은행, '떠난 박정아' 때문 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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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화성, 조영준 기자] 각 종목의 프로 구단마다 큰 경기에서 강한 팀이 있다. 지난 6년간 여자 배구 챔피언 결정전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 팀은 IBK기업은행이었다.
2011년 창단한 '막내 구단' IBK기업은행은 2012~2013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 올 시즌까지 챔피언 결정전에 출전했다. 결과는 3번 우승, 3번 준우승이다. 공교롭게도 홀수 해에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짝수 해는 준우승에 그쳤다.
올 시즌 도로공사와 맞붙은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을 2승 1패로 제치고 올라온 IBK기업은행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도로공사에 밀렸다.
그동안 큰 경기에서 발휘했던 저력은 남달랐다. 챔피언 결정전 3차전이 막을 내린 현재 IBK기업은행은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3경기에서 70점 기록한 이적생 박정아
박정아(25)는 IBK기업은행의 창단 멤버다. 그는 지난 2016~2017 시즌까지 IBK기업은행의 유니폼을 입으며 3번 우승을 경험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그는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IBK기업은행은 팀의 대들보인 김희진(27)은 물론 박정아까지 동시에 잡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배구계 주변인들의 소문에서는 박정아의 이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그는 도로공사의 유니폼을 입으며 새로운 배구 인생을 시작했다.
시즌 초반 도로공사의 출발은 좋지 못했다. 개막 이후 도로공사는 GS칼렉스와 IBK기업은행 그리고 KGC인삼공사에 내리 2-3으로 졌다. 풀세트 접전 끝에 3연패로 시즌을 개막한 도로공사의 출발은 좋지 못했다.
박정아는 서브 리시브 및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길 원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시즌 초반 3연패를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박정아가 리시브하기를 원해 배려 차원에서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박정아는 공격에 집중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은 성적을 내야겠다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박정아를 공격으로 돌렸는데 앞으로 리시브 훈련은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로공사는 박정아가 가세한 것은 물론 외국인 선수 문제까지 해결했다. 도로공사는 이바나 네소비치(30, 세르비아)를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1순위 지명했다. 그는 KGC인삼공사의 알레나 버그스마(27, 미국)나 IBK기업은행의 메디슨 리쉘(25, 미국, 이하 메디)처럼 압도적인 공격력과 팀 비중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팀에 녹아들어 자신의 소임을 해냈다.
박정아의 뒤를 받쳐주는 리시브 요원인 문정원(26)과 임명옥(32) 등이 있던 점도 도로공사의 장점이었다.
시즌 초반 박정아는 도로공사에 완전하게 녹아들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자기 소임을 다해냈고 챔피언 결정전에서 맹활약하며 MVP를 거머쥐었다. 그는 챔피언 결정전 3경기 동안 총 70점(1차전 27점, 2차전 24점, 3차전 19점)을 기록했다.

IBK기업은행, 박정아 손실은 컸지만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다른 팀으로 이적해 맹활약한 박정아의 활약은 분명 IBK기업은행에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모든 원인이 '박정아의 부재'에서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우리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지만 우리 선수들이 잘 싸워줬다. 상대 비교에서 밀리는 포지션이 있다. 더구나 큰 경기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도 있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IBK기업은행의 멤버는 대대적으로 바뀌었다. 노장 선수들은 코트를 떠나거나 타 팀으로 둥지를 옮겼다. 박정아가 떠난 것은 물론 리베로와 미들 블로커 한 자리가 시즌 내내 고민거리였다. 여기에 취약했던 백업 멤버도 이정철 감독의 고민이었다.
이 감독은 "벤치 멤버에서는 우리 팀이 가장 떨어진다. 6~7년 동안 신인 드레프트에서 우선순위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이따 행장님과 소주 한잔을 하면서 FA시장에서 데려올 선수를 건의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차기 시즌 가장 우선적으로 보완해야 할 포지션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노란이 리베로로서 참 잘 했다. 채선아를 비롯해 트레이드로 영입한 최수빈도 리베로로 나섰는데 노란도 상처를 많이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1차전 14-10으로 이기고 있다가 볼 2개 처리를 못했다.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이길 수 있었던 1차전의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두 팀의 명암은 박정아가 가세한 공격진에도 있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노련한 리베로 임명옥과 베테랑 세터 이효희(38)의 존재감이다. 팀의 궂은 일과 야전 사령관 소임을 해내는 두 포지션은 매우 중요하다.
IBK기업은행은 이고은(23)과 염혜선(27)을 번갈아 가며 기용했다. 리베로로 나선 노란과 최수빈 등은 선전했지만 중요한 상황에서 도로공사 수비진에 밀렸다.
이런 상황에서 IBK기업은행이 도로공사에 우위를 보였던 것은 외국인 선수 메디였다. 그는 공격과 서브에만 특화된 이바나와 달리 볼 결정력도 뛰어났고 수비와 리시브도 가능한 선수였다.
여러 포지션에서 도로공사에 뒤진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메디의 의존도가 높아졌다.
도로공사는 프로 리그 출범 이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김종민 감독은 "지난해에도 결승에 갈 전력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팀은 좋은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앞으로 섞어가면서 팀을 운영해나가겠다"며 팀의 앞날을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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