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SPO 이슈] 벵거의 고별사…아스널과 22년 러브스토리를 끝내며

작성일: 2018.05.07 18:16 유현태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그를 감싸고 있던 부담감을 떨치듯, 넥타이를 힘차게 푼 벵거 감독. 그의 얼굴엔 시원섭섭한 표정이 스친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학창 시절 졸업식을 할 때 느끼곤 하는 '얼떨떨한 심경'이라면 이해가 될까? 3년, 6년도 아닌 무려 22년을 함께한, 그리고 자신이 일으킨 '명가' 아스널을 떠나며 아르센 벵거 감독은 자신의 소회를 담담히 풀었다.

아스널은 7일 오전 0시 30분(한국 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 번리와 경기에서 5-0으로 이겼다.

승리가 유난히 기뻤을 이유. 바로 22년간 팀을 이끈 벵거 감독이 마지막 홈 경기를 치렀기 때문. 전 홈 경기장인 하이버리를 떠나 에미레이츠스타디움을 건설하면서 받았던 재정 압박을 견딜 수 있었던 것 역시 벵거 감독의 능력 덕분이었다. 아스널이 에미레이츠스타디움에 둥지를 튼 이후 팀을 지도한 유일한 감독 벵거 감독이 이제 아스널과 결별한다.

이번 시즌 벵거 감독은 그야말로 '애증'이 담긴 반응을 받았다. 부진한 성적에 팬들의 뭇매를 맞았다. '벵거 아웃(Wenger Out!)'이라는 구호가 더이상 어색하지 않았다. 벵거 감독이 팀을 떠나기로 결정하자, 22년간 헌신에 대한 팬들의 감사와 존경이 쏟아졌다. 마지막 홈 경기에서도 팬들은 벵거 감독의 마지막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 "고맙습니다, 벵거" 벵거 감독의 모국어인 프랑스어로 인사를 전하는 아스널.

영국 일간지 '미러'와 스포츠 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벵거 감독의 고별사를 보도했다.

22년간 한 자리를 지킨다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1,2년도 버티기 힘들다는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팀을 정상권으로 꾸준히 이끈 벵거 감독의 능력은 확실히 특별했다. 그리고 결과에서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도 있었다. 벵거 감독은 "아스널에서 보낸 모든 시간을 소중하게 여길 거에요. 또한 내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합니다. 22년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840경기를 치렀습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습니까? 얼마나 많은 밤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을까요? 경기 전에, 그리고 경기 후에요.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할 겁니다"라며 22년간 자신이 짊어졌던 책임의 무게를 설명했다.

그래도 행복한 기억이다. 벵거 감독은 "나와 이토록 긴 시간을 함께해줘 감사한다.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나는 여러분과 마찬가지인 사람입니다. 나도 아스널 팬입니다. 언제나 아스널 팬으로 살 것입니다"라며 팀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강조했다. 

1996년 부임한 뒤 아스널을 이끌고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독주 체제를 깼다. 2003-04시즌엔 무패 우승을 달성하면서 전성기를 열었다. 벵거 감독은 현재의 아스널을 만든 주인공. 그는 "이것(아스널에 대한 사랑)이 우리를 하나로 묶을 것입니다. 단순히 축구 경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한 방식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름다운 경기를 원하는 것에 대한 것이고,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 우리 모두가 지나올 것들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라며 아스널이 자신의 일부라고 표현했다.

▲ 아스널 선수들도, 번리 선수들도 떠나는 '전설'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가드 오브 아너'로 경의를 표했다.

떠나지만 남을 이들에 대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벵거 감독은 "클럽의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모든 것을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남을 선수들과 스태프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싶습니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5위로 20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놓쳤고, 이번 시즌에도 6위에 그쳐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또 놓쳤다. 하지만 벵거 감독은 팀에 대한 자부심도 여전하다. 자신이 영입하고 또 성장한 선수들에 대해 애틋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벵거 감독은 "내게 선수들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피치 안에서도, 피치 밖에서도. 다음 시즌에도 아스널을 응원하고 지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팀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라며 자신이 아끼는 팀에 대한 응원도 당부했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회복을 바라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벵거 감독은 "내 동료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빨리 회복하길 바랍니다"라며 자신의 라이벌이자 훌륭한 동료였던 이를 함께 기억했다.

이제 22년간 '러브스토리'를 마무리한다. 

"마지막 한 마디로 끝내고 싶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그리울 겁니다. 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 돼 주셔서 감사합니다. 금세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안녕(bye bye)." - 아르센 벵거 감독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