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태의 W빌드업] '스페인vs포르투갈' 축구 종합선물세트…꼼수는 필요없다
작성일: 2018.06.16 14:00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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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과 스페인은 16일 오전 3시(한국 시간) 러시아 소치 피시트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B조 1차전에서 3-3으로 비겼다. 한 발 앞서가면 곧장 한 발 따라붙는 공방전을 벌인 끝에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어떤 축구를 펼칠 것인지 확고한 철학을 갖고 피치에 들어섰다. 수준 높은 두 팀은 축구의 진면목을 다양하게 보여줬다.
◆ 다 알지만 못 막았다: 포르투갈 4-4-2 vs 스페인 4-3-3
포르투갈은 4-4-2 포메이션으로 간격을 좁혀 수비하고 속도를 살린 역습으로 득점을 노렸다. 개막 직전에 치른 튀니지전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곤살루 게데스 투톱을 기용했다. 좌우 측면에 배치된 베르나르두 실바와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직선적인 침투로 공간을 살리면서 활발하게 스위칭플레이를 했다. 움츠려들었다가 직선적으로 쭉 빠져나오는 속도는 스페인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전반 16분과 전반 22분 호날두를 거쳐 게데스까지 연결된 역습 플레이는 충분히 득점을 뽑을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게데스의 결정력이 옥에 티였다.
스페인은 4-3-3 전술을 빼들었고, 익숙한 '패스와 점유율'을 강조한 경기 운영을 했다. 스페인은 밀집 수비를 뚫을 줄 안다. 이제 지지부진하게 수비 외곽만 도는 일은 없다. 원래 중앙에서도 활약하는 다비드 실바나 이스코가 측면에 배치됐다. 두 선수가 측면에 머무르지 않고 중앙으로 자주 움직이고, 양쪽 풀백들이 전진해 그 공간을 활용했다. 11명의 선수가 비교적 자유롭게 위치를 옮겨다니면서 패스를 돌렸다. 리턴패스를 적극 활용해 무리하게 몸을 돌릴 필요도 없이 속도를 살렸다. 스페인답게 밀집 수비 깨는 법을 찾았다.
이미 장단점은 모두 알려진 상황.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승리를 노렸다. 스페인이 점유율을 쥐고 경기를 운영하면 공격은 최대, 수비를 최소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포르투갈은 수비하면서 상대가 조급해지면 역습할 구석이 많다고 믿었다. 목표는 승리로 같지만 방법론이 달랐다. 그리고 모두 완성도가 높았다.

◆ 축구 종합선물세트: 티키타카에 이은 골, 세트피스, 페널티킥, 프리킥까지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공격 방식으로 축구 팬의 눈을 즐겁게 했다. 명절에 받곤 했던, 무엇을 먹어도 기분좋은 '과자 종합선물세트'가 떠올랐다.
시작은 포르투갈의 '페널티킥'이었다. 호날두는 전반 4분 측면에서 드리블 돌파로 나초 페르난데스에게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그리고 직접 키커로 나서 득점했다.
스페인은 차근차근 반격을 개시하더니 전반 23분 동점 골을 기록했다. 이번엔 '솔로 플레이'였다. 최전방 디에고 코스타의 특징이 잘 살린 공격 방식이었다. 코스타는 수비수 페페를 몸싸움에서 제압하고 페널티박스 안까지 돌진한 뒤 저돌적인 드리블로 수비를 완전히 제친 뒤 득점에 성공했다.
포르투갈의 반격은 '단순한 롱패스 한 방'이었다. 전반 44분 후방에서 단번에 넘어온 패스를 게데스가 침착하게 받은 뒤 호날두에게 패스를 밀어줬다. 호날두는 강력한 땅볼 슛을 시도했는데 다비드 데 헤아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스페인 수비진이 앞으로 밀고 나오면서 미처 게데스를 마크하지 못한 것이 빌미가 됐다. 다시 포르투갈이 2-1로 리드를 잡았다.
후반은 스페인이 완전히 경기를 주도했고 2골을 연이어 뽑았다. 후반 9분엔 약속된 '세트피스'였다. 다비드 실바의 프리킥을 부스케츠가 헤딩으로 내주자 문전으로 쇄도한 코스타가 밀어넣었다. 합이 딱 맞았다. 3분 뒤엔 역전에 성공했다. 이스코, 조르디 알바, 다비드 알바가 왼쪽 측면에서 패스와 움직임을 이어 가면서 '티키타카'로 페널티박스 안까지 진입했다. 마무리 패스는 부정확했지만 공간으로 갔고, 쇄도하던 나초가 멋진 하프발리 슛으로 페널티킥을 헌납한 것을 속죄했다.
마무리는 '직접 프리킥'이었다. 후반 43분 호날두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찬 프리킥이 골대 구석에 꽂혔다. 날카로운 궤적에 데 헤아도 손을 쓸 수 없었다. 프리킥 선언이 될 때 혹시나 터질까 했던 득점은 현실이 돼 돌아왔다.

◆ 실점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정신력도 월드클래스
두 팀은 정신적 측면에서도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 축구 경기에선 신체적, 기술적 능력이 쉽게 눈에 띈다. 하지만 정신력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단순한 투지가 아니라 경기 상황에 변화가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포함된다.
스페인도, 포르투갈도 엎치락뒤치락 게임 가운데서도 평온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전술적으로 공격에 또는 수비에 무게를 옮기면서 경기를 했을 뿐, 선수들의 심리 상태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른 실점에도 스페인은 동점을 만들었고, 페널티킥을 헌납했던 나초는 집중력을 발휘해 환상적인 골을 뽑았다. 호날두는 1골 뒤진 상태에서 시간도 부족했지만 한 번의 기회인 프리킥을 침착하게 골문 안쪽에 꽂아넣었다. 강팀의 힘은 단순히 뛰어난 기술이나 신체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입증했다.

◆ '위대한 팀' 스페인, '위대한 선수' 호날두
또 하나 경기를 흥미롭게 한 것은 경기를 푼 방식의 차이다. 스페인은 다같이 힘을 모아 경기를 운영했다. 패스와 움직임으로 하는 축구에서 개인 능력에 의지할 필요가 없었다. 선수에 변화가 있더라도 전체적인 경기 운영의 틀은 변하지 않았다. 팀이 강했다.
포르투갈도 전체적인 수준이 높았지만 경기에서 가장 빛난 것은 호날두였다. 11명이 하는 축구지만 위대한 선수 1명이 경기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호날두는 단 4번의 슛으로 3골을 뽑았다. 첫 경기부터 해트트릭으로 팀에 첫 승점을 안겼다.
위대한 팀은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위대한 팀들끼리 만나고 나면 위대한 선수가 힘을 발휘할 때도 있는 법. 잘 만들어진 팀 스페인, 확실한 에이스 호날두가 있는 포르투갈. 두 팀 중 더 높은 곳에 오를 팀은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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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 기자 yh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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