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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또 말레이시아에 지다니, 1971년 악몽이 되살아났다

작성일: 2018.08.18 10:28 신명철 편집 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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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이 후반에 들어갔지만 이미 2골이나 먹은 스코어를 뒤집기는 힘들었다. 17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예선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의 2-1 승리가 결정되고 라커룸으로 터덜터덜 들어가는 손흥민.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아시안게임 특별취재단 신명철 기자] 1971년 9월,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1972년 뮌헨 올림픽 축구 아시아 지역 동부 예선 초반 한국은 다른 나라의 도움으로 매우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예선 첫 경기에서 말레이시아가 한국의 강력한 라이벌 일본을 3-0으로 물리친 것이다. 이때 일본은 1968년 멕시코 올림픽 3위 이후 '탈 아시아'를 외치며 우쭐거리고 있었기에 충격이 컸다.그러나 월드컵과 올림픽의 여신은 또 한 번 한국을 외면한다.

9월 25일, 그날은 하루 종일 궂은 가을비가 내렸다. 서울운동장 스탠드는 우산을 받쳐 든 3만여 관중으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시멘트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았지만 흘러내리는 빗물에 깔개로서 기능은 얼마 가지 못했다.

소친온과 모하메드 찬드란을 중심으로 짜인 말레이시아 수비진은 한국의 파상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아 전반을 0-0으로 마치더니 후반 초반 스트라이커 시에드 아마드가 헤딩 결승 골을 터뜨렸다.

박병주가 맡고 있던 한국 오른쪽 측면이 무너지면서 말레이시아의 발빠른 측면 공격수 류룬텍의 긴 크로스가 날아왔고, 아마드는 스토퍼 김호와 스위퍼 김정남 사이에서 뛰어오르며 통렬한 헤딩슛을 날렸다.

경기가 끝난 뒤 일부 관중은 본부석 쪽으로 달려가 대한축구협회를 성토하는 말들을 쏟아 냈다. 본부석 어디엔가 협회 관계자가 있다고 생각했을 터다.

그렇지만 대부분 관중은 아무 말도 못하고 물에 젖은 그라운드를 멍하니 내려다볼 뿐이었다. 까까머리 글쓴이도 물에 맞은 생쥐처럼 그냥 스탠드에 앉아 있었다.

슈팅수 32-9는 그날의 쓰라린 상처를 되새기는 기록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한국은 이후 일본을 2-1로 이기는 등 3연승했지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었다. 예선 초반 한국과 일본을 연파한 말레이시아는 이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었다.

뮌헨 올림픽 축구에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을 잡은 말레이시아와 이란, 버마(오늘날 미얀마)가 출전했다. 자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선 말레이시아는 조별 리그 A조 첫 경기에서 서독에 0-3으로 졌고 2차전에서 미국을 3-0으로 잡고 기세를 올렸으나 3차전에서 모로코에 0-6으로 크게 져 8강이 겨루는 2차 조별 리그에 오르지 못했다. 이란과 버마도 1승 2패로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

말레이시아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예선에서 또다시 한국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은 일본과 말레이시아, 인도 등과 아시아 지역 2조에 편성됐고 경기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렸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일본을 3-1로 이겼지만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0-3으로 완패했다. 대회 방식에 따라 1라운드에서 1위와 2위를 한 말레이시아와 한국이 조 1위 결정전을 했는데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또 1-2로 졌다.

한국이 이겼더라도 옛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하는 미국 등 서방 나라들의 대회 보이콧 결정에 따라 모스크바에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말레이시아도 대회 불참을 결정해 이라크가 대신 출전했다. 이 무렵 말레이시아는 아시아의 축구 강국이었다.

올드 팬들 기억에 남아 있는 말레이시아는 한마디로 한국 축구의 훼방꾼었다.

그런데 40여년의 시간이 흐른 2018년 8월 17일 한국 축구는 또다시 말레이시아에 일격을 당했다.

한국은 17일 인도네시아 반둥 시잘락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예선 E조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졌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20세기나 21세기나 '한국 축구는 딱 그 수준이고나'는 생각만 할 뿐이다. 그리고 악몽을 다시 꾼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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