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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발목 잡은 부담, 자초한 저주라 더 아프다

작성일: 2018.08.27 08:16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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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야구 대표팀이 26일 대만과 아시안게임 예선 1차전서 패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아시안게임 특별취재단 정철우 기자]우려는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야구 대표 팀은 대회 전부터 무거운 부담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경기에 나서야 했다.

몇몇 선수들이 병역 회피 의도로 대회를 악용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메달을 따면 잊혀질 것"이라는 선동열 감독의 처방전(선수들 기 살리기)은 오히려 더욱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금메달을 따더라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SNS와 인터넷의 세상. 선수들이라고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주장인 김현수는 출국에 앞서 "대회를 치르기 전부터 너무 많은 욕을 먹고 있다"고 팀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무겁게 어깨를 짖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26일 대만과 1차전에서 그런 부담감은 고스란히 플레이에 드러났다. 선수들은 조급했고 뭔가에 쫓기는 듯 힘겹게 배트를 휘둘렀다.

선동열 대표 팀 감독은 "경기 초반 잘 맞은 타구들이 자꾸 야수 정면으로 가며 선수들이 많이 조급해졌던 것 같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실제로 그랬다. 한국 대표 팀 타자들은 KBO 리그에서 보던 무시무시한 선수들이 아니었다.

가장 좋은 예가 9회 승부였다. 선두 타자 김재환이 안타로 출루하고 발 빠른 박해민이 대주자로 등장했다. 그러자 대만 마운드엔 빠른 공이 주 무기인 왕정하오가 올라왔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으로 패스트볼 일변도의 공격을 해 왔다. 한국 타자들이 평소 컨디션이었다면 충분히 대처가 가능한 볼이었다.

하지만 대타 이재원과 손아섭이 내리 삼진을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패스트볼이라는 것을 알고 휘두르는데도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알고 치면서도 공과 배트의 차이가 컸다는 건 얼마나 스윙에 쓸데없는 힘이 들어갔는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부담감을 대표 팀이 자초했다는 점이다. 팬들 눈높이가 아닌 몇몇의 판단으로 대표 팀 엔트리가 결정됐다. 기술위원회 도움도 받지 않았다. 선정 이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소통도 없었다.

부상 등을 이유로 엔트리 교체라는 진통을 한 차례 거치기는 했지만 팬들 반발은 계속됐다. 하지만 선동열 대표 팀 감독은 소통보다는 소신을 택했다.

팬들의 저주라는 부담감을 자초한 셈이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반발을 가라앉힐 수 있을 거라 믿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늘 이야기했던 것처럼 야구는 언제든 이변이 일어날 수 있는 종목이다.

대표 팀을 바라보는 시선 중 일부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선수들이 기가 잔뜩 죽어 자신의 야구를 하지 못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이 힘들다. 하지만 그 부담감을 자초한 것이라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더 아프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정말 승리가 간절해졌다. 몇몇의 병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 야구의 명예를 위해 뛰어야 할 때다. 선수들 스스로 아시안게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볼 때다. 부담보다는 책임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선수들이 지면 안되는 싸움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제 부담감은 변명에 불과한 상황이 됐다. 지금의 부담감을 자초한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기적은 출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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