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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여전히 '한데볼'이지만…'우생순' 후배들, 잘했다 그리고 장하다

작성일: 2018.08.31 09:58 신명철 편집 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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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여자 핸드볼이 아시아 최강의 위상을 굳건히 지켰다.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폽기 체육관에서 열린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중국을 29-23으로 물리치고 대회 2연속이자 통산 7번째 우승에 성공한 선수들이 금메달의 기쁨을 함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스포티비뉴스 신명철 편집 위원 칼럼

[스포티비뉴스=아시안게임 특별취재단 신명철 기자] 30일 밤 10시쯤 어느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1위가 ‘핸드볼 경기 시간'이었다. 2위는 그냥 핸드볼이었다. 핸드볼이 실시간 급상승 1, 2위에 오른 건 한국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폽기 체육관에서 열린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중국을 29-23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조별 예선에서도 중국을 33-23로 물리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6전 전승하며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2연속 우승했다. 한국은 1990년 베이징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이후 2006년 도하 대회까지 5연속 정상에 올랐다.

2010년 광저우 대회 준결승에서 일본에 28-29로 지는 바람에 동메달을 획득해 연속 우승 기록이 끊겼지만 인천 대회와 자카르타 대회에서 우승하며 통산 7번째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아시아에서 여전히 적수가 없다.

2018년 현재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 4강 2차례인 올림픽 성적은 어지간한 스포츠 팬이면 다 알고 있는 한국 여자 핸드볼의 빛나는 훈장이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2012년 런던 대회까지 8개 대회 연속 올림픽 4강 안에 든 놀라운 기록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조별 리그 B조에 들어 러시아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에 이어 5위로 8강이 겨루는 녹아웃 스테이지에 오르지 못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2015년 10월 나고야에서 열린 아시아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해 아시아 최강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핸드볼 ‘경기 시간’(전·후반 30분)이 급상승 1위라니.

핸드볼 관계자들은 한편으로는 서운했겠지만 이 종목에 관심을 보인 이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더 클 것이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4년마다 한 번씩 잊지 않고 성원하고 애정을 보이고 있으니까. 그렇지 못한 종목이 태반인데.

여자 핸드볼 일정을 잠시 살펴보면, 내년 9월 21일부터 29일까지 중국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이 열린다. 이 예선에는 1장의 올림픽 티켓이 걸려 있는데 중국의 텃세를 이겨 내야 한다.

만에 하나 이때 본선 출전권을 놓치면 11월 29일부터 12월 15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출전권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건 쉽지 않다. 달랑 한 장의 도쿄행 티켓을 놓고 겨루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5년 오스트리아와 헝가리가 함께 연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헝가리를 25-20으로 꺾고 2018년 현재 아시아 나라로는 이 대회에서 유일하게 우승한 기록을 갖고 있다. 2003년 크로아티아 대회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1957년 유고슬라비아에서 제 1회 대회를 연 이후 한국 외에는 온통 유럽 나라들 입상 기록이다. 2013년 세르비아 대회에서 브라질이 한국과 함께 비 유럽 나라로 정상에 오른 기록을 남겼다. 올림픽처럼 대륙별 안배가 이뤄지지 않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권에 드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과정에 이어 2020년 3월 19일부터 22일까지 3개조로 나뉘어 열리는 세계 예선에는 각조 2위까지 6장의 본선 티켓 걸려 있기에 한국 여자 핸드볼이 10회 연속 올림픽에 나서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번 대회 여자 핸드볼 경기를 본 스포츠 팬들은 확인했겠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동메달) 막내였던 김온아가 리더가 된, 세대교체가 이뤄진 한국은 상당한 수준의 경기력을 확보했다. 팀워크가 더욱 단단해질 2020년쯤 경기력이 그래서 더 기대된다.

여자 핸드볼은 앞에 나온 대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부터 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보다 4년여 전에 한국 여자 핸드볼의 화려한 여정이 시작됐다. 잠시 그 시절로 돌아가 본다.

1980년 3월 정진규 감독이 이끄는 윤병순 등 14명의 한국 여자 핸드볼 선수들은 30여 시간의 긴 비행 끝에 프랑스를 거쳐 아프리카 콩고에 도착했다. 그해 7월 열릴 제22회 모스크바 올림픽 아시아·아프리카·북미 대륙 예선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때나 이제나 아프리카는 낯선 곳이다. 게다가 당시 콩고는 사회주의 체제였다. 출국 전에 적성국을 여행하기 위한 소양 교육을 받은 기억이 생생한 데다 경기장을 오가는 선수단 버스를 무장한 군인들이 호위하고 일반인들 접촉을 막고 있었으니 분위기가 으스스했다.

한술 더 떠 경기장에 들어선 순간 선수들은 눈을 의심했다. 육상 트랙이 있는 종합운동장 본부석 쪽에 임시로 핸드볼 코트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장한 군인들이 코트를 둘러싼 가운데 경기가 진행됐다.

그 무렵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 팀 주전 선수였던 윤병순은 “콩고를 떠나기 전날 숙소에 전기가 끊겨 자동차 전조등을 켜 놓고 식사를 하고 짐을 챙긴 건 아직도 잊지 못하는 특별한 기억”이라고 글쓴이에게 말했다.

1979년 11월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예선에서 일본과 대만에 4전 전승을 거둔 한국은 미국, 콩고와 벌인 대륙 예선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며 4전 전승으로 본선 출전권을 땄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여자 핸드볼이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지 4년 만에 거둔 값진 성과였다. 그러나 여자 핸드볼 선수들은 꿈에도 그리던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했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항의한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올림픽 불참 대열에 한국도 끼었기 때문이다. 여자 핸드볼뿐만 아니라 여자 양궁의 김진호, 유도 71kg급 박종학 등 그 무렵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선수들이 올림픽 메달의 꿈을 포기했다.

모스크바 올림픽에는 한국 대신 콩고가 출전했는데 소련(금메달) 유고슬라비아(은메달) 동독(동메달)은 헝가리(4위) 체코슬로바키아(5위)와 경기 내용이 어땠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4년 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다시 한번 반쪽 대회로 치러진 가운데 한국은 주최국 미국 등 출전 6개국 가운데 3승1무1패를 기록해 5전 전승의 유고슬라비아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여자 배구 동메달에 이어 8년 만에 여자 농구와 함께 올림픽 구기 종목 메달의 주인공이 된 여자 핸드볼 대표 팀에는 모스크바 대회에 가지 못해 못내 섭섭했던 윤병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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