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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롯데 5위 싸움, 1983년 전기 리그 해태-삼미 '광주 회전(會戰)'을 기억하십니까

작성일: 2018.10.10 09:58 신명철 편집 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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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 광주 회전’을 진두지휘할 두 팀 사령탑, KIA 김기태 감독(왼쪽)과 롯데 조원우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두어 차례 ‘만세’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 등 수준 높은 경기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엎치락뒤치락 흥미 만점의 접전 끝에 롯데 자이언츠가 KIA 타이거즈와 승차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 턱밑까지 따라붙은 게 아니고 어깨를 거의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롯데는 9일 부산 사직 구장에서 열린 2018년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에서 연장 11회 말 나온 문규현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KIA를 11-10으로 눌렀다.

6위 롯데는 최근 4연승을 포함해 지난달 18일 이후 치른 17경기에서 14승 3패(승률 0.824)의 놀라운 레이스를 펼치며 전날까지 1경기였던 5위 KIA와 승차를 날려 버렸다. KIA(68승 72패 0.486)는 승률에서 롯데(66승 2무 70패 0.485)에 1리 차로 앞서며 가까스로 ‘가을 잔치’ 마지노선을 지켰다.

롯데로서는 남은 6경기 가운데 KIA와 경기가 3차례 있어 자력으로 대역전을 이룰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중년 이상 야구 팬들에게는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일 수 있다. 요즘처럼 단일 시즌은 아니지만 레이스 막판 이와 매우 비슷한 순위 싸움이 벌어진 적이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프로 야구 두 번째 시즌인 1983년 시즌에는 첫해 꼴찌(15승 65패 승률 0.188)인 삼미 슈퍼스타즈 돌풍이 몰아쳤다. 그해 30승을 거둔 재일 동포 장명부(작고)를 앞세운 삼미는 6월 7일부터 9일까지 광주에서 예정된 해태 타이거즈와 원정 3연전을 앞두고 해태에 2.5경기 차 앞선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대로 레이스를 잘 이어 가면 전기 리그 1위에 올라 전년도 최하위 구단이 한국시리즈에 나서는 이변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런데…

7일 1차전, 이상윤이 해태 선발투수로 나섰다. 삼미는 장명부였다. 해태는 6회까지 1-0으로 앞서갔지만 7회초 삼미 김진우에게 동점 홈런을 맞았다. 해태는 7회 말 김종모가 역투하던 장명부의 힘을 빼놓는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김종모는 프로 야구 초창기 대표적인 오른손 중·장거리 타자였다. 이후 이어지는 3연전 동안 11타수 6안타 5타점을 기록하며 대역전극에 크게 이바지한다. 8회 말에는 김일권의 중전 안타부터 김성한의 좌전 안타까지 4연속 안타로 장명부를 두들겨 3점을 뽑았다.

마지막 스코어는 10-1, 해태의 대승이었다. 한양대를 중퇴하고 프로 유니폼을 입은 이상윤은 일본 리그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장명부와 겨뤄 10탈삼진 완투승을 거뒀다. 이상윤은 그해 20승 투수가 됐다.

1.5경기 차로 좁혀진 두 팀의 3연전 가운데 8일 열린 2차전, 광주 무등경기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해태 선발투수는 김성한이었다. 독특한 타격 자세로 ‘오리 궁둥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팬들의 사랑을 받은 김성한은 프로 야구 원년 ‘10승 투수+3할 타자’라는, 2018년 현재 나오지 않은,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특별한 기록을 세웠다. 다승 8위, 타율 10위(0.305)였다.

1983년 시즌에는 야수로 전념했지만 선발의 한 축이었던 김용남이 어깨 부상으로 빠져 임시 선발로 나섰다. 삼미 선발투수는 그해 다승 6위(12승)가 되는, ‘면도날 제구’의 임호균이었다.

전업 투수와 투타 양수겸장 투수의 대결이었지만 결과는 해태의 5-0 완승이었다. 프로 야구 초창기 해태 라인업에 유난히 많았던, 김일환 김종윤 김종모 김무종(재일 동포) 등 ‘김(金) 패밀리’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승리투수도 당연히 ‘김 패밀리’였고.

이제 0.5경기 차. 선두를 지키느냐, 빼앗느냐 일전에 나선 해태 선발투수는 주동식, 삼미 선발투수는 다시 장명부였다. 그때는 그런 식으로 투수를 기용했다.

그런데 이 선발 카드는 이름만 한국인이었지 실질적으로는 외국인 투수 맞대결이었다. 주동식과 장명부는 ‘빨간 여권’(일본 여권 겉표지가 빨간색이어서 그 무렵 재일 동포 선수들을 이르는 말로 쓰였다) 소지자로 사실상 외국인이었다.

일본 리그 성적으로 볼 때나 그해 국내 리그 성적으로 볼 때 삼미의 우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예상은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다. 언더핸드스로 주동식이 8.1이닝 산발 7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는 사이 5회 말 김봉연의 솔로 홈런과 김종모의 중전 적시타 등 이번에도 ‘김 패밀리’의 매서운 타격에 장명부가 무너졌다. 해태의 3-0 승리로, 3연전 동안 해태가 18득점 1실점으로 삼미를 압도했다.

이렇게 뒤집힌 순위는 다시 뒤집어지지 않았다. 이후 해태가 전기 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나서 후기 리그 1위인 MBC 청룡을 4승1무1패로 누르고 ‘타이거즈 왕조’의 시작을 알린 사실은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10일 롯데는 KT 위즈와 홈에서 더블헤더를 치르고, KIA는 한화와 역시 홈경기를 갖는다. 이후 두 팀은 11일부터 13일까지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KBO 리그 역사에 남을 게 확실한 ‘광주 회전(會戰)’을 벌인다.

최근 기세와 홈 이점, 투타 전력 균형, 벤치 지략 등 여러 변수가 얽히고 설켜 판가름 나게 될 ‘제2 광주 회전‘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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