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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거탑' 니퍼트의 최대 위기

작성일: 2015.09.10 06:00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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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2011년 한국 땅을 밟은 후 그는 지난해까지 꾸준히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4시즌 통산 52승. 두산 관계자들도 팬들도 팀의 에이스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2015년 시즌 그는 부상과 난조로 연일 고개를 떨구고 있다. 두산 베어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4)가 한국 야구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니퍼트는 9일 목동 넥센전에서 5-3으로 앞선 5회말 1사 1,2루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 잇단 어깨 통증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던 니퍼트에게 두산은 일단 계투로 등판해 감을 찾고 선발 로테이션 재합류를 바랐다. 5회 위기를 맞았으나 승계 주자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친 니퍼트는 6회 박병호에게 역전 결승 2타점 중전 안타를 내주는 등 1이닝 44구 3피안타 2볼넷 5실점 4자책점으로 5-10 패배 책임을 짊어졌다.

올 시즌 니퍼트의 성적은 15경기 3승5패 평균자책점 5.74. 지난해까지 매년 이때쯤 10승 이상을 올리며 팬들의 사랑을 받던 사실을 떠올리면 상전벽해. 9일 넥센전에서는 유격수 김재호의 실책이 겹친 불운도 있었으나 니퍼트의 공도 좋았을 때와 차이가 컸다. 높은 공을 넥센 타자들이 잘 골라 냈고 노리고 치는 스윙으로 두산을 울렸다. 

니퍼트는 4년 동안 이닝 이터로 맹활약했다. 지난해까지 678⅓이닝, 한 시즌 평균 169⅔이닝 가량을 던졌다. 그나마도 2013년시즌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전열에서 이탈했던 것을 제외하면(2013년 118이닝) 2011~2012, 2014년 세 시즌 평균은 186⅔이닝. 30대 중반 베테랑이 됐고 그동안 많은 이닝 마운드를 지켰던 니퍼트 또한 사람이다.

올해도 어깨 부상으로 고전한 니퍼트는 지난해도 잠시 어깨 통증으로 로테이션을 거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오른쪽 견갑골 석회화 증세로 고생했다. 2012년 스프링캠프에서 등 부위 석회질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던 니퍼트는 2013년 시즌 후반기에도 그 때문에 두 달 가까이 1군 실전에 등판하지 못했다.

견갑골 석회화에 대해 한 전문의는 “혈액 순환 장애 등으로 피가 고여 그 부위에 석회질이 생기는 증세”라고 말했다. 체내에서 칼슘과 이산화탄소가 화학작용을 일으켜 석회질(CaCO3)이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연스레 투수의 팔 스윙 속도 등에 악영향으로 이어지게 마련. 두산 구단도 이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니퍼트의 구위 저하 등을 염두에 뒀다.



팔 스윙 속도 저하 등으로 구위가 떨어지면 결국 니퍼트의 투구 스타일 상 고전할 수 밖에 없다. 니퍼트의 포심 패스트볼은 한국 무대 입성 이래 대체로 높은 편이었다. 2012년 시범경기 도중 지금은 니퍼트의 동료인 당시 롯데 홍성흔은 '키 큰 오승환(한신)'이라며 니퍼트의 공을 표현했다.

“공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타자로서는 참 치고 싶은 높이로 날아든다. 그런데 막상 스윙을 하면 이미 미트로 들어가고 있거나 맞아도 크게 뻗지 않는다. 워낙 볼 끝에 힘이 좋으니까. 구위는 오승환 같아서 '키 큰 오승환'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포심 패스트볼 구위 자체가 예년과 달리 떨어졌고 타자들도 니퍼트의 공이 높은 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쉽게 속지 않는다. 오히려 볼카운트 등을 고려해 노리고 들어가는 스윙을 했고 넥센 타선은 그렇게 니퍼트를 무너뜨렸다.

포심 패스트볼 구위 저하는 변화구 위력과도 이어진다. 너클볼 투수가 아닌 이상 아무리 좋은 변화구를 가졌더라도 기본적인 포심이 뒷받침해 줘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니퍼트는 패스트볼 변종 구종을 남발하는 투수가 아니라 포심-슬라이더-체인지업 등 정통 구종을 구사하는 정통파 파워 피처다. 파워 피처의 파워가 줄어들었으니 당연히 그냥 투수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이치다. 이닝당 주자 출루 허용수(WHIP) 1.58, 피안타율 0.307. 믿기 힘들겠지만 2015년 니퍼트의 기록이다.

니퍼트는 머리가 좋은 투수다. 자신의 등판 다음날 타자를 어떻게 상대했는지 물어보면 점수, 주자 등과 관련해 어떻게 패턴 변화를 줘 던졌는지 능수능란하게 이야기하고 변화무쌍한 수를 펼치는 데 주력한다. 포수의 공로도 크지만 투수 스스로도 지혜로운 피칭을 보여 줬다. 그러나 지금 투구 내용으로는 다음 시즌 재계약조차 불투명하다. '위기의 남자' 니퍼트는 자신 앞의 큰 파도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사진] 니퍼트 ⓒ 목동, 한희재 기자

[영상] 박병호에게 결정타 허용한 니퍼트 ⓒ 영상편집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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