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타임 인터뷰]이동현 첫 심경 고백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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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그의 선택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개인 700경기 등판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별을 선택했다.
만류도 심했다. 하지만 이동현은 처음 먹은 마음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
이동현은 26일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 주기 위해 은퇴를 선택한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후배들에게 밀려 자리가 없어지면 주저하지 않고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지금이었다.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고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절대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려 세 번의 팔꿈치 수술을 겪었던 그다. 두 번째 수술 이후로는 수술 실패로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을 거란 진단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불가능해 보이던 세 번째 수술을 받고 재기에 성공했다. "LG에 팔꿈치를 바쳤다"는 그의 말처럼 우완 투수로는 처음으로 한 팀에서 700경기 출장하는 첫 번째 투수라는 기록도 세웠다.
이동현은 "나다운 모습으로 마지막을 정리하고 싶었다.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한다. 팬들에게는 죄송한 마음뿐이다. 우승 반지를 끼고 은퇴하지 못하는 것이 오래도록 한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동현과 일문일답.
-현재 심정은 어떤가.
착잡하고 홀가분하고 그렇다.
-은퇴를 결정하게 된 배경은.
지난해 696경기에서 시즌이 끝났다. 끝나기 전 강상수 코치님이 "700경기 나갈래?"라고 물어봤다. 그때 나가면 그저 700경기라는 기록일 뿐이기 때문에 거절했다. 내가 필요한 순간에 마운드에 올라 기록을 세우고 싶었다. 우완 투수로는 한 구단에서 700경기 기록을 세우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이다. 그저 기록 때문에 마운드에 서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모든 것이 1년 뒤로 미뤄졌다.
-겨울 동안 많은 준비를 했는데.
그러면서 시즌이 종료됐다. 겨울 동안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 스프링캠프에서 최일언 코치님과 매일 얼리 워크(오전 7시 훈련 시작)을 하며 땀을 흘렸다. 하지만 어깨가 좋지 않아 시즌 초반에 함께할 수 없었다. 그렇게 2군에 내려가게 됐고 2군에서도 경기 뛸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때부터 조금씩 생각하고 있었다.
-아쉽지는 않았나.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떠난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후배들과 공정한 경쟁을 하고 그러다 내 자리가 없어지면 떠나는 것이 남자다운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흐지부지 버티다 물러나는 건 내 성격과 맞지도 않았다. 내게 700경기에 대한 기회가 온다면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4경기를 던지고 마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후배들에게 밀려 2군에서도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4경기를 잘 마치고 물러나는게 나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언제 결정을 했나.
699경기 때 아내와 처음으로 얘기를 했다. "아무래도 내가 실력이 안되는 것 같다. 1년 더 한다고 야구를 더 잘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여기서 명예롭게 물러나는 것이 좋은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21일 감독님과 수석 코치님을 찾아가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바로 700경기를 뛸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막상 그 순간이 오니 만감이 교차하며 눈물이 흘렀다.

최근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은퇴를 마음먹기까지 생각이 많이 난다. 난 대단한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누가 날 많이 기억해 줄까 걱정도 많이 들었다. 2군 훈련장인 이천에 출근하는 길이 50분 정도 걸렸다. 잠도 잘 자지 못하고 나가는 길이었다. 여기에서 멈추는 것이 나다운 길이라고 생각했다. 주변 지인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700경기를 먼저 알고 슬퍼해 버리면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은 묻히는 것 같았다.
-7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뒤 눈물을 흘렸다.
700경기에 불펜에서 나가는 데 경헌호 코치님이 손을 내밀며 수고했다고 말을 건네 줬다. 그때 많이 울컥했다.
-야구 인생에 고비도 많았는데.
수술 세 번째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두 번째 수술을 하고 실패 판정이 나왔을 때가 가장 절망적이었다. 당시 김영수 사장님께서 나를 어릴 적부터 지켜보시면서 남다른 감정을 갖고 계셨던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미국에 가서 한번 더 검사를 받아 보라고 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다만 나이가 아직 어린 만큼 한번 해 보겠느냐고 제안을 받았다. 당시에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해야 했기 때문에 한다고 했다. 수술도 일반적이 아니라 새롭게 시도하는 방식이었다. 그때 이상훈 선배가 수술 실패하면 자신의 인대라도 떼 줄테니 걱정 말고 수술하라고 했다. 당시 LG에 있던 김병곤 트레이너도 18.44m에서 최소한 공을 던질 수 있게 해 줄 테니 믿고 해 보자고 했다. 야구를 그때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재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상훈(위원)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데.
내가 어릴 때부터 워낙 존경하고 좋아했던 선수다. 내가 많이 따라다녔다. 세 번째 수술을 앞두고 이제 힘들 것 같다고 얘기하니 내 싱싱한 인대를 떼 줄 테니 무조건 수술하라고 조언해 줬다. 그 한마디에 정말 큰 힘이 됐다. 아직도 그때의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내가 포기할 때가 아니라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생각한다. 은퇴를 결심할 때도 조언도 많이 구하고 상의를 했다. 이상훈 선배는 내 의지를 100% 지지해 줬다.
-아쉬움이 남지는 않나.
한편으로 홀가분한 생각이 든다. 박수 받을 때 떠나라고 올 시즌 4이닝 무실점으로 마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밀렸는데 억지로 내 자리를 차지하려고 애쓰는 건 팀을 위해서도 경기를 보러 오신 팬들에게도 못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정을 빨리 내리게 됐다. 너무 힘든 야구 선수 생활이었다. 수술 이후로는 이 결정을 내리는 시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내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결정 내린 것에 대해 후회도 있지만 후회보다는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을 하며 위로를 하고 있다.
-팬들이 많이 아쉬워하고 있는데.
팬들에게는 죄송할 따름이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LG에 있는 동안 나도 물론 우승을 해서 우승 반지 끼고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기에 마음이 무겁다. 아무래도 팬들께서는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이 더 많을 것이다. 내가 이런 결정을 내려서 많은 분들이 서운하게 생각하시기도 하겠지만 내가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것이 팀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결단이라고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다. 내 결정이 잘 생각했구나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아 주신다면 우리 후배들이 정말 열심히 해서 보답할 것이다. 변함없이 응원해 주십사 하는 마음이 크다.
-은퇴 경기를 따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구단 사장님은 왜 은퇴 경기를 지는 경기에 하려고 하느냐 이벤트 경기나 다른 기회를 만들어 던질 생각은 없느냐는 말을 하셨다고 한다. 지금 LG 트윈스가 10년 연속 100만 관중에 조금 모자란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장님을 아직 뵙지 못했는데 LG가 팬들과 함께하는 기록이기 때문에 그 기록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LG는 팬들과 함께 지금까지 커 온 구단이다. 내가 조그만 힘이라도 보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은퇴 경기라고 하면 내 팬들 몇 분이라도 더 야구장을 찾아 주실 것이고 그 몇 분이 모여 좋은 기록으로 이어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단 한 명이라도 팬이 더 오면 혹시 그 한 명 덕분에 대기록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은퇴 경기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해 봐야 할 것 같다.
-LG맨으로서만 뛰었는데.
팬들과 그라운드에서 춤도 춰 봤고 벅찬 감동에 눈물도 흘려 봤고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승리투수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팀에서 후배들과 동행하며 후배들과 보내며 아쉬움을 달래고 싶었는데 구단에서 허락해 줘서 감사한 마음이다. 포스트시즌 때는 더그아웃에 내려가 있지 못할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야구장 한번도 오지 못했던 아들과 함께 관중석에 앉아 치킨 먹으며 응원하고 싶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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