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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V4] '고영민은 살아 있다' 설움 날린 '맹활약'

작성일: 2015.10.31 17:20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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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2000년대 후반 그는 두산 베어스 야구의 아이콘이었다. 시즌 타율은 2할대 중반이었으나 창의적인 2루 수비와 상대 허를 찌르는 주루 플레이까지. 그러나 부상과 슬럼프로 부진의 늪에 빠지며 후배에게 주전 2루수 자리를 넘겨 줬고 트레이드 카드 후보에도 올랐다. 방황으로 감독에게도 미운 털이 박혀 1군에서 배제돼 팬들에게도 잊혀진 존재가 되는 듯했으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천금 같은 적시타와 베이스러닝 득점을 보여 줬다. 몇 년 동안 설움 속에 고개를 떨구던 '고제트' 고영민(31)은 팀의 2015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자신의 존재를 다시 알렸다.

고영민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와 5차전에 선발 출장해  2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한몫했다. 5회초 수비에서 오재일에게 자리를 내주며 임무를 마쳤으나 초반 두산이 승기를 잡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13-2 완승을 거둔 두산은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2002년 2차 1라운드로 입단한 고영민은 프로 데뷔 후 소속팀 한국시리즈 우승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3-0으로 앞선 3회말 2사 만루. 추격권에서 달아나지 못한 데다 아웃 카운트 하나가 남은 만큼 고영민 타석은 이날 경기 승부처와 같았다. 볼카운트 1-2로 불리한 가운데 고영민은 삼성 선발 장원삼의 시속 136km 포심 패스트볼dl 약간 높게 몰리자 주저하지 않고 받아쳤다. 타구는 외야 좌중간 빈 곳에 떨어진 2타점 적시타. 김재호의 안타 때 3루까지 진루한 고영민은 허경민 타석에서 두 번째 투수 정인욱의 공이 원바운드되자 과감하게 홈에 파고들어 7-0을 만들었다. 전성 시절 고영민을 다시 볼 수 있는 경기였다.

2006년부터 두산의 주전 2루수로 기회를 얻은 고영민은 2007년과 2008년 전 경기 출장(126경기)에 성공하며 각각 타율 0.268 12홈런 66타점 36도루(3위), 타율 0.267 9홈런 70타점 39도루(4위)로 활약했다. 누상의 고영민은 이종욱(NC), 민병헌, 오재원과 함께 두산이 자랑하는 육상부원이었고 2루수 고영민은 우익수인지 포지션까지 의심하게 만드는 '2익수'였다. 그러나 2009년부터 고영민의 성적은 뚝 떨어졌고 팀 내 입지도 급격히 좁아졌다.

현재 한화 수석 코치이자 두산 재임 시절 고영민을 수석 코치로서 지도했던 김광수 코치는 고영민의 부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고영민이 2008년 3월 베이징 올림픽 세계 예선 캐나다전에서 상대 주자의 태클 때문에 종아리를 심하게 다친 적이 있다. 그 이후 고영민이 제 밸런스를 찾지 못하더라.” 돌이켜보면 고영민은 그 이후 잦은 발목 부상과 허리 부상을 겪었고 스윙 할 때 점프하면서 공을 치는 괴상한 타격폼도 보여 줬다. 고영민이 슬럼프에 빠진 사이 1년 후배 오재원이 빈자리를 꿰찼다.

이후 고영민은 두산의 '계륵'이 되고 말았다. 고영민의 야구 센스가 뛰어난 만큼 다른 팀으로 보내면 두산이 부메랑을 맞을 위험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야구 좀 할 만하면 매번 부상이 찾아와 제대로 쓸 수 없었다. 선수 자신도 그 때문에 많이 지치고 방황했다. 2012년 시즌을 치르면서 1군에 있을 때 김진욱 전 감독에게 음주 행각이 적발돼 시즌 아웃된 적도 있다. 그해 선수단 내규 위반으로 벌금이 가장 많았던 선수는 고영민이었다. 잠시의 방황 후 고영민은 다시 야구에 매달렸으나 부상 악령은 그를 계속 괴롭혔다.

2013년 4월에는 NC로 트레이드 될 뻔했다. 공수주를 갖춘 2루수를 필요로 했고 고영민을 잘 아는 김경문 감독이 있는 NC는 베테랑 계투를 주고 고영민을 포함한 트레이드를 시도하려 했으나 협상이 어긋났다. 이는 NC가 히어로즈와 단행했던 2-3 트레이드(송신영, 신재영-지석훈, 박정준, 이창섭)의 발단이다. 허리 통증 때문에 중견수 자리에도 나섰으나 부상 재발로 1군에서 오래 활약하지 못했다. 지긋지긋한 부상-슬럼프를 반복했던 고영민의 올해 성적은 41경기 타율 0.328 3홈런 11타점 4도루. 기본 성적은 나쁘지 않았으나 이번에도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오랜 고생과 설움 속에 선수 생활을 이어 가던 고영민은 그토록 간절했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 짓는 순간 삼성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끊는 타점과 득점으로 활약했다. 두산 선수단에서 가장 오랫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던 고영민은 자신의 야구 센스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제대로 알렸다.

[영상] 고영민 쐐기 2타점 ⓒ 영상편집 김용국.

[사진] 고영민 ⓒ 잠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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