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전 종료 뒤 팬들에게 인사하는 대구 선수단. ⓒ대구FC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K리그1 228경기 총 관중은 182만 7061명으로 경기당 평균 8013명을 기록했다.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 최초로 평균 관중 8000명 시대를 열었다. K리그2도 누적 관중이 53만 6217명(182경기), 경기당 평균관중 2946명으로 출범 이후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22개 구단 가운데 관중이 감소한 구단은 '강등' 악재를 만난 전남 드래곤즈(3279명→2292명)뿐이다.

K리그의 인기 상승을 가장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대구FC와 DGB대구은행파크였다. 대구는 지난해 평균 관중 3518명보다 7216명 늘어난 1만 734명의 평균 관중을 기록했다. 19번의 홈 경기 가운데 무려 9번이 매진됐다. 유난히 돋보인 대구의 상승세에서 K리그 부흥의 실마리를 읽을 수 있었다.

관중 증가의 시작은 DGB대구은행파크의 개장이었다. 전용구장이란 점에서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도심 외곽에 위치한 대구스타디움과 달리 도심에 자리한 DGB대구은행파크는 접근성이 좋았다. 대구는 2019시즌 홈 개막전 제주 유나이티드전(2-0 승)을 만원 관중으로 시작하며 '개업 효과'를 봤다.

하지만 대구의 인기 돌풍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1년 내내 관중 수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대구는새 경기장 효과를, 팬들의 꾸준한 관심으로 돌려놨다. "너와 나, 우리의 K리그." 2016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팬 투표로 결정했던 그 캐치프레이즈를 대구가 현실로 만들었다.

대구 관계자는 2019시즌 흥행의 이유로 새 경기장 효과, 경기장 입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경기력, 조현우라는 스타플레이어, 이에 따른 미디어의 노출 증가 등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팬들이 대구를 가깝게 느낀 것도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DGB대구은행파크는 관중석에 피치까지 거리가 7미터에 불과하다. 팬들의 목소리가 선수들에게 직접 닿는다.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바닥은 시공비를 아끼는 동시에 좋은 응원 도구가 됐다. 이젠 명물이 된 '쿵쿵, 골' 응원이 바로 이 알루미늄 바닥에서 나왔다. 대구의 홈 팬들은 경기를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몸과 목소리로 선수들과 함께 즐겼다. 아담한 규모로 경기 몰입감도 높았다. 

덕분에 선수들도 신이 났다. 세징야 등 대구 선수들 여럿은 팬들의 응원을 유도하곤 한다. 선수들과 팬들은 서로 소통하며 경기장 분위기를 달궜다. 미드필더 황순민은 "힘들 때 스로인 하러 가면 박수도 쳐주시고 '힘내라, 황순민' 해주신다. 그럴 땐 힘들어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뒤에서 가족들이 밀어주시는 느낌이다. 그럴 때 힘을 받는다"고 표현한다.

경기를 끝난 뒤 퇴근길은 '우리의 K리그'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이전 안방인 대구스타디움은 팬과 달리 DGB대구은행파크에선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뒤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선수들은 2,30분씩 팬들과 사진 촬영, 사인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팬들은 선수들을 눈앞에서 보고 직접 피부로 느끼며 더 가까운 존재로 인식하게 됐다. 

대구 구단도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선수들을 경기장 앞 광장과 관중석 등에서 직접 팬들과 만나는 자리를 여러 차례 만들었다. 그렇게 팬들은 대구FC를 '내 팀', '우리 선수'로 느끼게 되지 않았을까.

팬들과 만나는 선수들의 책임감도 커졌다. 수비수 정태욱은 "저희가 잘해드려야 할 것은 경기력, 이겼을 때 함께 즐거워하고, 저희가 나갔을 때 팬들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홈에선 어떻게든 이기려고 하고, 사진도 찍고 이야기하면서 사인도 해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과 팬들이 어우러진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대구 관계자는 "서포터즈와 일반 팬이 분리되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제는 모두 함께 응원하면서 즐거움을 제공하고 응원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대구스타디움에서 하지 못했던 '퇴근길' 스킨십이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 지난 7월 대구-전북전, 비오는 수요일 경기에 공식 관중은 9947명이었다. ⓒ곽혜미 기자

여기에 선수들이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안드레 감독 체제에서 확실한 색을 갖춘 '선 수비 후 역습'은 대구를 만만치 않은 팀으로 만들었다. 지난 시즌 FA컵 우승을 차지했던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입증했다. 많이 뛰는 축구를 한 것도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터. 유난히 피치와 가까운 DGB대구은행파크에선 선수들의 악전고투를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대구는 최종전까지 3위 싸움을 벌였다.

대구의 성공이 반가운 이유는 '우리 동네 축구'의 즐거움을 알렸기 때문이다. 조현우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탄생시킨 스타였다. 하지만 2019시즌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선 '대구'가 낳은 인기 선수가 여럿 생겼다. 2016시즌부터 대구에서 뛰었던 세징야는 2019시즌엔 전국구 스타가 됐다. 여기에 김대원, 정승원, 정태욱 등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수단 전체의 인기가 높아졌다.

2020시즌은 새로운 도전이 되겠지만, 대구 관계자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한 번도 대구 경기에 오지 않은 팬들은 있어도, 한 번만 경기를 찾은 팬들은 없도록 하자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유난히 대구의 성과가 빛났지만, 비단 대구만 노력한 것은 아니다. K리그의 평균 관중 증가는 분명 22개 구단 모두가 힘을 모은 결과다. 종료 휘슬이 울리면 최선을 다한 뒤 쓰러지는 선수들은 어느 경기장에서 볼 수 있다. 선수들은 팬들이 있어 90분 동안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리고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만나는 팬들에게 친절하게 다가선다. 올 한 시즌 많은 선수들이 성실한 팬 서비스로 팬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구단 역시 학교 방문, 일반 시민 대상 활동, 재능 기부, 소외 계층 봉사 등을 진행하면서 팬들에게 다가섰다. 2019년도에만 22개 구단이 6547회의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했다. 2019시즌 관중 증가는 이러한 노력의 작은 결실이다.

아직 성공을 말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2019시즌엔 '너와 나, 우리의 K리그'가 지닌 힘을 새삼 확인했다. 2020시즌 K리그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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