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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2G…손혁은 왜 못 버텼을까

작성일: 2020.10.09 05:40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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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3위 팀 감독이 고작 12경기를 남기고 짐을 쌌다. 왜 버티지 못했을까. 

키움 히어로즈는 8일 오후 3시 손혁 감독이 자진 사퇴한다고 알렸다. 키움의 설명에 따르면 손 전 감독은 7일 고척 NC 다이노스전을 마치고 김치현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유는 성적 부진. 손 전 감독은 8일 오전 경기장에 나와 김 단장과 대화를 나눴고, 김 단장의 2차례 만류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구단은 손 전 감독의 자진 사퇴를 수락하고, 올해 나이 35살인 김창현 퀄리티컨트롤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하는 파격 결정을 내렸다.

키움은 8일 경기 전까지 132경기를 치른 시점에 73승58패1무 승률 0.557로 3위에 올라 있었다. 게다가 팀은 2위 kt 위즈와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었다. 선두 NC 다이노스와는 8경기차까지 벌어져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kt와는 1경기차에 불과했다. 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조금 떨어지긴 했으나 긴 연패에 빠진 것도 아니었다. 성적 부진이라는 이유가 석연치 않을 수밖에 없다. 

손 전 감독의 승률 0.557는 자진 사퇴한 감독 가운데 역대 승률 2위에 해당한다. 역대 1위는 2011년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으로 승률 0.559를 기록한 가운데 유니폼을 벗었다.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감독은 두 감독이 '유이'하다. 김 전 감독은 당시 프런트와 마찰을 빚었다. 

김 단장은 납득이 가지 않는 손 전 감독의 사퇴 이유에 '기대치'를 언급했다. 김 단장은 "객관적인 수치로는 그렇지만, 감독님은 다르게 느끼신 것 같다. 기대치가 다르니까. 처음 시작할 때 모든 여론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기대치와 다르니까 그 차이에서 나온 말씀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의 설명도 와닿지는 않는다. 기대치가 오직 1위라는 뜻인데, 타의면 초보 감독에게 너무 큰 부담을 안긴 것이고 자의면 너무 큰 욕심을 부린 것이다. 손 전 감독은 키움과 계약기간 2년, 계약금 2억 원, 연봉 2억 원 등 총액 6억 원에 사인했다. 프로 세계에서는 몸값이 곧 기대치다. 

여러모로 납득하기 힘든 결정에 김 단장은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고 못 박았다. 김 단장은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라서 이유를 댈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 뒤 "감독님과 인연도 오래됐고, 야구관이 맞지 않는 것도 아니다. 결정은 이렇게 됐지만, 서로 미안하고 아쉬워했다. 계속 연락하고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밖에서 보자고 이야기했다"고 친분을 강조했다. 

윗선 개입이 사실이 아니라면 야구인 손혁은 감독 커리어를 스스로 끝내는 선택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팀이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고, 정규시즌도 12경기만 버티면 끝나는 상황이었다. 계약 첫해 시즌을 제대로 다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구단의 압박도 없는데 무책임하게 물러난 감독을 다른 팀에서 찾을 리 만무하다. 

김 단장은 손 전 감독이 스스로 지도자 커리어에 오점이 남을 선택을 왜 했을지 묻자 "감독이라는 자리가 경기 계획을 짜고 들어가도 상황에 따라 갑작스럽게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게 쉽지 않다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구단은 이런 상황에서도 손 전 감독의 연봉을 모두 보전해준다고 했다. 김 단장은 "올 시즌 처음 취임하면서 정말 감사했다. 한번도 불평불만을 표현한 적도 없으셨다. 감사의 표시로 이건 꼭 해드려야 한다고 했고, 사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셨다. 내년 연봉까지도 지급한다"고 밝혔다. 보통 스스로 물러난 감독의 연봉은 보전해주지 않는다. 

여러모로 급작스러운 상황에 선수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8일 고척 NC전을 10-7로 이기고도 분위기가 마냥 밝진 않았다.

김하성은 "손 감독님이 자진 사퇴하셔서 마음이 아프지만, 중요한 시기이고 오늘(8일)도 경기가 있으니까 집중하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정후는 "손 감독님께서 연습 전에 단체로 모여서 상황을 설명하시고 마무리하고 가셨다. 끝까지 같이 못 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팀이 흔들리는 시기와 함께 내 부진도 시작된 것 같아서 나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마음이 좋지 않다. 우리가 조금 더 잘했더라면, 아니면 우리가 조금 더 이겼더라면 생각했다. 프로 생활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 일단은 내가 조금 더 잘했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큰 것 같다"고 자책했다. 

손 전 감독은 구단 담당 기자들에게 "내가 아직 역량이 부족했고 채울 것이 많아 사퇴하게 됐다. 더 공부하며 노력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이 내용이 진심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는 없지만, '왜 지금'이라는 의구심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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