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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야구 겨냥' 넥센과 10년 전 두산

작성일: 2016.01.11 06:00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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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당장 1년은 안 되겠지요. 그래도 리그에서 10개 구단 가운데 3위 안에는 도루 숫자가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성장하고 1~2년이 지나 팀 컬러가 잡혔으면 좋겠네요.”

한 시즌 40홈런 이상을 기록했던 타자들이 연달아 팀을 떠났다. 그리고 지난해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 두 명도 둥지에 없다. 뿐만 아니라 둥지 자체가 달라졌다. 주루 코치 출신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의 2016년 계획은 야구 팬들에게 낯설지 않다.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14년 40홈런 유격수 강정호(피츠버그)의 이적에 이어 2015년 시즌 53홈런 타자 박병호(미네소타)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23홈런 타자 유한준(kt)도 팀을 떠나며 넥센 타선의 파괴력은 뚝 떨어졌다. 그에 앞서 26홈런을 쳤던 브래드 스나이더와 재계약도 포기한 넥센은 8시즌을 뛰었던 안방 목동구장을 떠나 고척 스카이돔에서 새 야구를 펼칠 예정이다. 2015년 팀 203홈런 주역 가운데 세 명의 102홈런이 빠졌다. 

장타자들의 동시 다발 이탈. 이는 염 감독의 '야구 개조'로 이어졌다. 염 감독은 6일 구단 시무식 후 “타선에 발 빠른 타자들을 많이 기용할 생각이다. 가능하다면 라인업 타자 모두에게 '그린 라이트'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도루 사인을 내지 않더라도 누상의 주자가 자기 생각대로 뛸 수 있는 '발 야구'를 펼치겠다는 뜻이다. 

10년 전 비슷한 전략으로 야구 색깔을 바꾼 팀이 있다. 두산 베어스다. 당시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현 NC 다이노스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며 팀 컬러를 '발 야구'로 바꾸기 시작했다. 2루에는 안경현 대신 고영민이 서며 2008년까지 넓은 수비 범위와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으로 두산 '발 야구'를 이끌었다.

원래 김 감독은 2005년 시즌 대주자로 도루 2위(39도루)에 올랐던 윤승균을 2006년 주전 중견수이자 1번 타자로 놓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윤승균은 2006년 시즌 초반 개인사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대신 현대에서 방출 후 우여곡절 끝에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종욱(NC)이 윤승균의 의 빈자리를 꿰차며 51도루로 그해 도루왕이 됐다.

그리고 2006년 신인 민병헌은 대주자 요원으로 17도루를 기록해 가능성을 보였다.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2006~2007년 주전 선수로 발돋움한 이종욱-고영민-민병헌은 2007년 모두 30도루 이상을 기록하며 두산을 '발 야구팀'으로 바꿨다. 2000년 타이론 우즈-김동주-심정수 '우동수 트리오'로 화끈한 파괴력을 자랑했던 두산의 야구 색깔이 발 야구로 탈바꿈한 순간이 바로 그때였다.

김 감독의 고려대 후배인 염 감독은 이전부터 “김 감독님은 존경하는 선배”라고 자주 이야기했다. 또한 염 감독은 2012년 넥센 주루 코치로 주자들의 타이밍 잡는 법을 세심하게 지도했다. 2012년 넥센의 팀 도루는 179개로 1위였고 그 과정에서 박병호(31홈런-20도루)와 강정호(25홈런-21도루)가 20홈런-20도루 클럽에 함께 입했다. 이제는 선수단 총사령관으로서 '뛰는 야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넥센의 '육상부원'들이 얼마나 많이 출루하고 잘 뛰느냐가 중요하다. 지난해 팀 도루 100개로 8위에 그쳤던 넥센에서 팀 내 도루 1위는 22개의 베이스를 훔친 고종욱과 김하성이다. 김하성은 22도루를 성공하는 동안 단 4번의 실패로 84.6%의 뛰어난 도루 성공률을 자랑했으나 고종욱의 도루 성공률은 61.1%에 그쳤다. 전문 대주자 유재신은 63경기 10도루를 기록하며 도루 성공률 90.9%로 세부 성적이 좋았다.

지난해 퓨처스팀 주축 타자 가운데 1군에 자주 나올 만한 선수들을 봐도 발 빠른 주자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올해 가장 유력한 주전 중견수 후보인 임병욱은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5도루에 그쳤으나 단순 스피드만 따지면 고종욱과 함께 팀 내 최고 수준이다. 장타력을 뽐낼 수 있는 강지광과 허정협도 발이 빠른 선수들이다. 강지광은 100m를 11초대 초반에 끊는  준족이며 거포 유망주로 팀 내 기대가 큰 허정협도 발이 빠른 편이다. 지난해 24도루로 퓨처스팀 내 1위였던 외야수 김민준은 타율 0.222로 타격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윤형배(NC)-김인태(두산) 등과 함께 천안북일고를 강호로 이끌었던 유망주다.

10년 전 얇은 선수층으로 고민하던 두산은 발 빠른 야수 유망주의 단점만 보고 퓨처스리그에 놓아 두는 대신 장점 특화에 집중해 팀 색깔 변화를 꾀해 성공을 거뒀다. '장타 야구' 대신 '발 야구'로 탈바꿈을 노리는 넥센, 염 감독의 '두산 벤치마킹'은 성공할 것인가.

[영상] 넥센 구단 시무식에서 염경엽 감독 ⓒ 영상편집 배정호.

[사진] 염경엽 감독 ⓒ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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