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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비하인DOO] "단장님은 1군, 나는 2군 매니저로"…화수분 야구의 산증인을 만나다

작성일: 2021.02.06 12:05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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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수분 야구의 요람 이천 베어스파크 ⓒ 이천,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단장님은 1군 매니저, 나는 2군 매니저로 시작해서 팀을 강화하기 위해 고민하고 그렇게 지금까지 왔네요."

두산 베어스 김일상 운영 2팀장(57)은 김태룡 단장(62)과 1990년 입사 동기다. 입사 당시 OB 베어스는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다. 1990년과 1991년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다. 김 팀장은 "예전에 입사했을 때 제일 듣기 싫은 소리가 'OB 꼴찌'라는 말이었다. 아픈 데를 찌르고 진짜 나쁜 사람들이야"라고 말하며 웃었다. 

당시 2군 매니저였던 김 팀장과 1군 매니저였던 김 단장은 머리를 맞댔다. "OB 꼴찌"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면 팀이 강해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한 세월이 32년이다. 선수 육성부터 탄탄히 다져 '화수분 야구'라는 새로운 팀 컬러를 만들고 꾸준히 '강팀', '명문 구단'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노력은 결실을 봤다. 1995년, 2001년, 2015년, 2016년, 2019년까지 모두 5차례 우승을 직접 지켜봤다. 두산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김 팀장은 화수분 야구의 요람인 이천 2군 구장의 산증인이다. OB 맥주를 매각하면서 2004년 이천 베어스필드를 새로 지을 때, 또 현재 2군 훈련지인 이천 베어스파크를 신축할 때 앞장섰다. 베어스파크는 2014년 7월 완공해 지금까지 쓰고 있다. 베어스파크는 2만4000평 부지에 실내훈련장과 클럽하우스, 주경기장, 보조경기장이 갖춰져 있다. 박정원 구단주의 뜻에 따라 숙소는 기존 2인1실에서 1인 1실(40실)로 바꿨고, 훈련 시설도 2군 구장 가운데 최정상급으로 지었다.

김 팀장은 "2004년쯤부터 베어스필드를 준비하고 지어서 잘 쓰고 있었는데 조금 부족했다. 박정원 구단주께서 방문해서 보시고는 시설이 열악하니 개선안을 만들라고 해서 지은 게 베어스파크다. 당시 클럽하우스를 리모델링하자고 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신축하자고 밀어붙였다. 여기서 시설을 개선해도 회장님 마음에 안 들 것이니 다시 짓자고 해서 베어스파크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베어스파크 지대가 높은 편이다. 이천 시내랑 비교하면 1~2도 정도 온도가 더 낮다. 원래 이 지역이 3부 능선이라고 뱀이 겨울철에 숙면하는 지역이다. 고지대 훈련이라고 하면 보통 더 높은 곳을 이야기하지만, 여기 정도면 평지에서 하는 훈련보다 사실 더 힘들다. 여기서는 잘 모르는데, 잠실에 가면 운동하는 게 더 쉽게 느껴질 것"이라며 화수분 야구의 숨은 비결(?)도 들려줬다. 

▲ 이천 베어스파크 실내훈련장 ⓒ 두산 베어스
▲ 실내훈련장과 붙어 있는 웨이트트레이닝장 ⓒ 두산 베어스
베어스파크와 관련해 궁금한 것은 모두 김 팀장에게 문의하면 된다. 훈련 시설부터 조경까지 베어스파크 곳곳에 김 팀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지어진 지 8년이 지났지만 신축 때와 다름 없이 깨끗한 시설을 자랑한다. 구단은 다 김 팀장이 정성스레 가꿨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김 팀장은 누구보다 베어스파크를 향한 애정이 남다르다. 

김 팀장은 "아무래도 입사해서 거의 2군에 있었으니까. 애정이 많다. 우리 직원이라도 시설 갖고 뭐라고 이야기하면 양보하지 않는다. 내 생각이 맞는데 돈 많이 쓴다고 뭐라고 하면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필요하면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화를 많이 낸다. 그래서 옛날에 나랑 김지우 상무님이랑 이런 문제로 싸워서 김진 사장님이 중재하러 온 적도 있다(웃음). 나무도 기왕 심는 김에 깨끗하게 관리하면 좋으니까. 영산홍 필 때 보면 정말 예쁘다. 내가 했지만 내 선택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야기하며 미소를 지었다. 

2군 문화를 바꾸는 데 앞장섰다. 김 팀장은 "야구장을 새로 지을 때부터 선수는 여기 들어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고 싶었다. 선수 육성에 뭐가 필요할까 고민했는데, 옛날에는 선수들이 직접 빨래를 했다. 제일 먼저 개선한 게 선수는 세탁을 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가 알아서 빨아줄 테니까 내놓기만 해라. 선수는 몸만 와서 훈련만 하고 빠져라. 대신 못 커서 나가면 바보다. 안 아프면 다 클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1군과 2군을 가르는 차이는 체력이라고 봤다. 김 팀장은 "힘의 차이다. 훈련을 보면 처음에는 1, 2군 선수들이 다 똑같이 한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지면 2군 선수들은 못 따라간다. 야구는 더 멀리 치고, 멀리 던지고, 빨리 던져야 하는데 다 힘의 차이다. 요즘 선수들은 체격은 좋은데 체력은 차이가 난다. 준비가 안 된 선수는 그래서 아프다. 그래서 자꾸 훈련 시스템도 바꾸면서 (체력을 키울 수 있도록) 변화를 주고 있다. 식사도 영양사께서 신경을 많이 써 주신다. 1군 선수들은 다 알아서 잘 챙겨 먹는데, 2군 선수들은 훈련 끝나면 피곤해서 자다가 저녁을 못 먹는다. 영양사께서 누가 안 왔나 같이 체크하고 깨워서 밥을 먹인다"고 설명했다.    

새롭고 좋은 게 있으면 언제든 어디든 달려가 직접 확인하고 반영하려 했다. 김 팀장은 "나는 2군에서 어떻게든 좋은 선수를 육성해서 1군으로 올리기 위해 새로운 것을 자꾸 배우고 변화를 시도하려 했다. 다른 팀 2군 구장도 살펴보고 다른 팀은 어떻게 훈련하는지 보러 다녔다. 우리 것만 보면 뭐가 좋은지 모른다. 최근에도 한화 2군이 쓰는 서산 구장을 다녀왔다. 원래 운동장 하나랑 실내훈련장 하나밖에 없었는데 기가 막히게 좋은 운동장 하나를 더 지어놨더라. 나는 보통 2군 원정 경기가 있으면 1시간 정도 일찍 따로 이동해서 경기장과 훈련을 살펴본다. 다른 것 없다. 아마 저 사람은 왜 돌아다니나 싶겠지만 나는 이게 재밌다"고 말하며 웃었다.  

▲ 실내 불펜에 설치한 가스히터 ⓒ 두산 베어스
▲ 이천 베어스파크 식당 ⓒ 두산 베어스
평소에도 베어스파크를 부지런히 가꾸는 김 팀장이지만, 올겨울은 유독 더 바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전지훈련이 취소되면서 베어스파크가 1군 선수들의 전지훈련지로 결정됐다. 구단은 당연히 김 팀장에게 캠프 준비를 맡겼다. 김 팀장의 지휘 아래 실내훈련장에는 온풍기, 가스히터, 열풍기 등 난방 시설을 3000만 원을 들여 새로 설치했다. 전기 증설 작업을 하느라 비용이 꽤 들었다. 숙소 역시 3000만 원을 들여 암막 커튼을 달고 매트리스를 제외한 모든 침구류를 교체했다. 덕분에 선수들은 훈련장과 숙소 이용에 높은 만족감을 표현했다.

김 팀장은 "이번에 1군만 쓰는 게 아니라 2군도 계속 쓸 테니까. 구단에서 이번에는 무조건 기획한 대로 결정해 주셨다. 이게 원래 베어스 스타일이다. 현장에서 우리가 필요하다고 하면 다른 말 없이 지원해주신다. 심지어 방에서 쓰는 수건까지도 다 신경을 써주셨다"며 구단에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선수단 식사도 특별히 더 신경 썼다. 1인당 식대 원가가 2만 원이라고. 김 팀장은 "이번에 식당 안에 '직화 존'이라는 것도 만들고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 식당 인원도 인건비가 들지만 2배로 늘렸고, 식자재도 신경을 많이 썼다. 기존 셰프에 한 명 더 지원을 나와서 셰프 2명이 운영하고 있다. 저녁에는 특식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베어스파크는 김 팀장에게 "인생의 절반"이라고 했다. 정확히는 인생의 절반을 바쳐 만든 야구 사관학교라고 했다. 덕분에 두산은 더 이상 30년 전처럼 "꼴찌"라는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도 김 팀장의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김 팀장은 오늘도 입사 동기 김 단장과 함께 베어스파크를 누비며 베어스가 계속해서 강팀으로 남을 수 있도록 미래를 그려나갈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제보>kmk@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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