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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참들도 허투루 하지 않아"…두산, 당연한 주전은 없다

작성일: 2021.02.11 07:20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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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두산 베어스 오재원, 허경민, 김재호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일단 고참들이 (훈련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정말 다 열정적으로 하니까 밑에 선수들이 보고 그대로 본받아서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산 베어스에서 2주 정도 함께하며 훈련 분위기를 지켜본 김지훈 신임 배터리 코치의 말이다. 두산은 2015년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이래 가장 긴장감이 도는 스프링캠프를 보내고 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주역들의 나이는 대부분 30대 중, 후반이 됐고,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난 선수도 여럿이다. 세대교체 시기가 찾아온 것을 감지한 젊은 선수들의 훈련 열기는 자연히 뜨거워졌다.  

어느 해보다 기회의 문이 크게 열린 것은 맞지만, 빈틈을 파고들기는 쉽지 않다. 베테랑들도 후배들과 경쟁 구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재호는 "경쟁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들과 어느 정도는 경쟁 구도가 그려질 수 있는 몸이 돼야 한다는 마음이 생긴다. 올해가 FA 시즌(2020년)보다 더 운동 쪽으로는 노력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서 순발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준비를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두산에는 예전부터 당연한 주전은 없었다. 김 감독은 "김경문 감독님 계실 때부터 지금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주전이라는 보장을 확실히 해주지 않았다. 주전으로 미는 선수는 확실히 밀지만, 조금 빈틈이 보였을 때 누구에게 기회를 주면서 내 자리가 언젠가 있다는 생각을 안 하게 했다. 그때부터 이어진 문화다. 주전 선수도 내가 잘하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흔들릴 때 후배가 들어오면 내 자리가 다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두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올해 내야 백업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강승호, 황경태, 박계범, 박지훈(왼쪽부터) ⓒ 두산 베어스
그렇다고 '나'만 잘하자고 생각하는 선수도 없다. 서로서로 좋은 것은 알려주고 배우기 바쁘다. 올해 두산에 보상선수로 합류한 내야수 강승호는 "선수들이 야구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는 것 같다. 야구장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기술 공유도 많이 한다"며 놀라워했다.

이번 캠프에서 허경민은 미담 제조기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후배 선수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박계범, 강승호, 안재석 등 처음 팀 훈련에 합류한 선수들에게는 장난을 치며 팀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제대 후 처음 캠프에 합류한 황경태는 방으로 불러 함께 야구 동영상을 보고, 심리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지금의 주전 선수 대부분 오랜 백업 생활을 견디고 올라왔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당연한 자리는 없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후배들은 자신보다 덜 고생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김재호는 "10년 전 우리를 보는 느낌이다. 그때는 나와 오재원, 이원석(삼성)이 있었고, 조금 뒤에 허경민, 최주환(SK)이 있었다. 지금 선수(백업)들이 우리의 10년 전을 보는 느낌이다. 10년 전 우리가 그랬듯이 그런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긴장을 늦추는 순간 자리를 뺏기는 시기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야간에 자율 훈련을 하는데 다들 공격만 하더라. 농담으로 형한테 수비를 배우고 싶으면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했는데, 아직은 불편한지 자기들끼리 하더라. 찾아오는 친구들은 아직 없는데 언제든 열려 있다. 잘 이용했으면 좋겠다. 언제든지 불러주면 코멘트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어필하며 웃었다.  

8년 가까이 백업 생활을 한 외야수 김재환은 "자질이 좋은 후배들이 워낙 많이 있다. 충분히 자신감을 갖고 시즌을 치르다 보면 자신이 생각하는 것, 또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서 대견스러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게 두산"이라고 이야기한다. "경쟁 구도라고 해서 라이벌을 시기하는 게 아니라. 라이벌이더라도 서로 잘 챙기는 그런 게 있다"며 선수들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제보>kmk@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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