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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 슈어저는 투지를 불태웠고, LAD 팬들은 휴지통을 불태웠다

작성일: 2021.08.06 05:1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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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저스에서의 첫 등판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맥스 슈어저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7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휴스턴이었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초호화군단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내셔널리그를 대표해 월드시리즈에 간 LA 다저스는 접전 끝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러나 2019년 말, 휴스턴이 당시 월드시리즈 당시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터지고 그것이 사실로 밝혀지자 여론은 싸늘하게 돌아섰다. 휴스턴은 부정한 방법으로 다저스의 사인을 훔쳤고, 더그아웃에서는 휴지통을 두드리는 방법 등을 이용해 타석의 타자들에게 사인을 가르쳐줬다. 첨단 장비부터 아주 원시적인 방법까지 총동원, 구단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 부정행위였다. 

어느 팀 가릴 것 없이 팬들이 분노했고, 휴스턴 선수들은 원정 때마다 야유에 시달려야 했다. 당사자인 다저스 팬들의 분노가 머리 끝까지 찬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휴스턴의 다저스타디움 방문에도 경기장을 찾을 수 없었던 다저스 팬들은 4일과 5일(한국시간) 휴스턴이 오자 경기장에 '집결'했다. 휴스턴 선수들에게 야유를 퍼붓기 위해서였다.

호세 알투베, 카를로스 코레아 등 당시 휴스턴 선수들에게 야유가 폭발한 가운데, 휴스턴은 4일 3-0으로 이기고 유유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야유는 원없이 했지만 승리 없이는 뭔가 찜찜했다. 그래서 휴스턴 선수들이 LA를 떠나기 전, 5일 경기를 잡는 게 중요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트레이드 마감시한 직전 영입한 맥스 슈어저(37)가 있었다. 다저스에서의 첫 등판, 이 경기의 중요성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던 이 베테랑은 혼신의 투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팬들에게는 마음껏 박수치고, 마음껏 야유할 수 있는 든든한 판을 깔아준 셈이 됐다.

슈어저는 이날 7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2실점으로 선방, 시즌 9번째 승리를 거뒀다. 이미 투구 수가 100개가 넘은 7회에도 최고 96마일(154㎞)의 강속구를 던지며 탈삼진 행진을 이어 갔다. 마지막 타자인 맥코믹을 한가운데 96마일 패스트볼로 삼진 처리하는 순간, 다저스타디움은 환호로 떠나갈 듯했다. 7-2로 앞선 7회를 끝내고 기립박수 속에 등판을 마친 슈어저는 커튼콜로 다저스에서의 첫 경기를 갈무리했다.

슈어저의 이날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7마일(156.1km), 평균 구속은 95.2마일(153.2km)이었다. 시즌 평균(94.2마일)보다 1마일이나 높았다. 슈어저도 혼신의 힘을 다한 증거였다. 21세기 이후 다저스에서 팀 데뷔전을 가진 투수가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이시이 가즈히사(2002년), 다르빗슈 유(2017년), 그리고 올해 트레버 바우어에 이어 슈어저가 네 번째였다.

▲ 휴스턴을 조롱하는 모형 휴지통을 들고 입장한 다저스 팬
타선도 화끈했다. 무키 베츠가 선봉에 섰다. 1회 브랜틀리에게 홈런을 맞자 1회 반격에서 동점 솔로포를 쳐 경기장 분위기를 바꿨다. 다저스는 1회 스미스의 3점 홈런까지 나오며 4-1로 앞섰다. 2회 베츠가 다시 홈런을 치며 1점을 보탰고, 3회에는 폴락의 투런포까지 터져 7-1로 앞섰다. 슈어저에게 6점 리드는 넉넉했다. 불펜도 문제가 없었다. 다저스는 이날 7-5로 이겼다. 8회 코레아에게 홈런을 맞은 게 아니라면 완벽한 승리가 될 뻔했다. 

휴스턴에 복수한 다저스 팬들은 신이 났다. 전날부터 각종 ‘쓰레기통’ 세리머니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은 다저스 팬들은 쓰레기통을 공수했고,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한 일부 과격한 팬들은 경기장 밖에서 불태우는 세리머니로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 기회를 준 건 슈어저였다. 다저스 팬들의 마음에 쏙 드는 첫 경기로 다저스 경력을 힘차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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