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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우승' 추일승 오리온 감독, 비주류 딛고 피어난 '인동초'(영상)

작성일: 2016.03.29 17:40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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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고양, 박대현 기자] 혹독한 겨울을 나고 눈부신 봄을 맞았다. 팀과 감독 모두 어두운 터널을 지나 우승이라는 양지(陽地)에 발을 들였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가 14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9년 전 챔피언 결정전에서 쓴잔을 마셨던 추일승 감독(53)은 프로 데뷔 첫 우승의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오리온은 마르커스 힉스, 김승현, 김병철 등 각 포지션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했던 2000년대 초반 리그 최강팀으로 명성을 떨쳤다.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오리온은 올 시즌 홈 구장에서 우승 축포를 터트리며 2000년대 후반의 어두웠던 기억을 확실히 털어 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인 노릇을 한 사람이 있다. 고양 이전 후 첫 우승을 이룬 오리온의 뒤에는 '공부하는 지도자' 추 감독의 지도력이 있었다.

5년 전 김남기 감독의 후임으로 오리온을 맡았다. 2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 이지스와 챔피언 결정 6차전에서 120-86으로 이기며 시리즈 스코어 4-2로 프로 감독 데뷔 첫 우승을 일군 추 감독은 9년 전 챔피언 결정전 패배를 깨끗하게 씻었다. 리그 대표 덕장으로 꼽히는 그는 수비 전술이 다양하고 포워드가 많은 오리온의 선수단 특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10구단 감독 가운데 유일하게 정통 포인트가드 조 잭슨을 뽑는 강단도 돋보였다는 평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된 그의 '35년 농구 인생'은 비주류에 가까웠다. 추 감독이 프로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보기까지 과정은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자라지 않는 동토를 딛고 피어난 인동초와 같다. 선수 생활 동안 스포트라이트와 거리가 멀었다. 그는 홍대부고 2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늦깎이'다. 또 농구계에서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홍익대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추 감독은 기아자동차 유니폼을 입고 실업 무대를 밟았다. 현역 시절 빼어난 체력과 힘을 바탕으로 근성 있는 농구를 펼쳐 '황소'로 불렸다. 그러나 선수로서 크게 빛을 보지는 못했다. 3년여 동안 벤치를 지키다 은퇴했다.

유니폼을 벗은 뒤 대기업 회사원으로 농구인이 아닌 삶을 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프로 구단 주무로 농구계에 돌아왔다. 1997년 상무 농구단 코치에 자원해 지도자로서 첫발을 뗐다. 2년 뒤 감독으로 승격했다. 2002년에 상무를 사상 첫 농구대잔치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 공을 인정받아 2003~2004시즌 여수 코리아텐더 푸르미로 자리를 옮겨 프로 농구에 발을 들였다.

이후 부산 KTF 매직 윙스의 지휘봉을 잡고 2006~2007시즌에 팀을 챔피언 결정전으로 이끌었다. 당시 유재학 감독이 지휘했던 모비스에 시리즈 스코어 3-4로 져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그동안 농구계에서 비주류의 삶을 살았던 추 감독에게 챔피언 결정전 진출은 그의 이름을 알리는 데 크게 한몫했다.

지도자 생활 동안 농구 전술서를 출간하고 '농구단의 마케팅 효과'라는 논문을 쓰기도 하는 등 공부하는 지도자로 인지도를 쌓았다. 해설 위원으로 야인 생활을 이어 가던 2011년 김남기 감독 후임을 찾던 오리온 눈에 추 감독이 들어왔다. 그는 이전 4시즌 동안 최하위를 3번이나 기록했던 '흔들리는 오리온호'의 제 7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2012~2013시즌 팀을 5위로 이끌며 6강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이후 3년 연속 오리온을 '봄 농구'로 이끌었다. 그러나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리온은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는 많았으나 이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추 감독도 플레이오프 진출은 가능하나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평가가 시나브로 고개를 들었다. 그는 지난해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정통 센터 없이 포워드 애런 헤인즈와 포인트가드 잭슨으로만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다.

추 감독의 결단은 상수(上手)였다. 시즌 초 헤인즈의 맹활약으로 단독 1위를 질주했다. 헤인즈의 무릎 부상으로 시즌 중반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잭슨의 출전 시간을 늘려 속공 비중을 높이는 발 빠른 대응을 보였다. 수비 리바운드 후 곧바로 잭슨의 빠른 코트 전환 속도를 활용한 '뛰는 농구'로 팀의 성적 하락을 막았다.

추 감독의 빼어난 전략적 유연성은 이승현, 허일영, 문태종 등 오리온 슈터들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며 팀 전력을 한 단계 올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KCC에 1차전을 내준 뒤 곧바로 3연승을 거두는 저력을 보였다. 1차전에서 안드레 에밋 수비에 실패했다는 판단을 내리고 2차전부터 새로운 수를 들고 나왔다. 김동욱, 헤인즈, 이승현 등은 추 감독의 지시에 따라 에밋을 코트 중앙으로 몰고 가는 수비를 펼쳤고 기습적인 더블팀과 돌파에 대비하는 새깅 디펜스를 번갈아 보이며 KCC 주포를 꽁꽁 묶었다.

올 시즌 챔피언 결정전 최고의 장면으로 에밋의 '1차전 원맨쇼'나 잭슨의 '2차전 인 유어 페이스 덩크', 최진수의 4차전 쐐기 3점포가 있지만 경기마다 새로운 한 수를 내놓는 추 감독의 작전 타임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 추일승 오리온 감독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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