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준환(왼쪽)과 유영 ⓒ대한빙상경기연맹
▲ 차준환(왼쪽)과 유영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남녀 싱글 간판 차준환(21, 고려대)과 유영(18, 수리고)이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모의고사를 치른다. 

차준환과 유영 등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녀 싱글 대표 선수들은 18일부터 23일까지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진행되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4대륙선수권대회는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지역 선수들이 출전한다. 4대륙선수권대회는 유럽선수권대회와 더불어 매년 개최된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개최가 취소됐다. 애초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당국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개최는 무산됐다.

올해 4대륙선수권대회는 중국의 톈진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코로나19 변이 확산 문제로 개최를 포기했다. 결국 이번 대회는 아시아와 아메리카 혹은 호주가 아닌 유럽으로 이동해 치러진다. 에스토니아 탈린은 올해 유럽선수권대회에 이어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도 개최한다.

▲ 차준환 ⓒ대한빙상경기연맹
▲ 차준환 ⓒ대한빙상경기연맹

이번 대회는 올림픽을 앞두고 치러지는 최종 리허설 대회다. 한국 선수들은 이 대회에서 일본과 북미 선수들과 메달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올해 4대륙선수권대회는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는 일본과 미국 그리고 캐나다 선수 상당수가 불참한다.

이런 상황에서 차준환과 유영은 메달은 물론 우승도 노릴 수 있게 됐다. 남자 싱글의 경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하뉴 유즈루(27, 일본)가 출전하지 않는다. 하뉴와 올림픽 금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점프 괴물' 네이선 첸(22, 미국)도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차준환은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선수 가운데 ISU가 인정한 개인 총점 최고 점수(265.43점)가 가장 높다. 차준환은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ISU 그랑프리 4차 대회 NHK트로피에서 총점 259.6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기록은 그가 올 시즌 국제 대회에서 얻은 최고점이다.

▲ 차준환 ⓒ대한빙상경기연맹
▲ 차준환 ⓒ대한빙상경기연맹

차준환과 우승 경쟁을 다툴 이는 토모노 카즈키(23, 일본)다. 토모노는 올 시즌 그랑프리 6차 대회 러시아 로스텔레콤 컵에서 시즌 베스트이자 개인 최고 점수인 264.19점을 받으며 3위를 차지했다. 그는 하뉴와 2018년 평창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우노 쇼마(24) 그리고 떠오르는 신예 카기야마 유마(19) 등에 밀리며 베이징 올림픽 출전에 실패했다. 

그러나 토모노는 2018년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5위까지 오른 저력이 있다. 차준환은 지난 9일 막을 내린 전국종합선수권대회(베이징 올림픽 대표 2차 선발전)에서 총점 283.31점의 점수로 6년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이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차준환은 올 시즌 처음으로 2개의 쿼드러플(4회전) 점프에 성공했다. 

2차 선발전에서 보여준 기세를 이번 대회로 이어갈 경우 4대륙선수권대회 첫 메달은 물론 우승도 바라볼 수 있다. 차준환의 4대륙선수권대회 최고 성적은 지난 2020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대회에서 기록한 5위다.

차준환과 올림픽 무대에 서는 이시형(22, 고려대)도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5번째 이 대회에 도전장을 던진 이시형은 2020년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14위에 올랐다. 경재석(22, 경희대)도 차준환, 이시형과 빙판에 나선다.

▲ 유영 ⓒ대한빙상경기연맹
▲ 유영 ⓒ대한빙상경기연맹

여자 싱글의 간판 유영은 2020년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연아(32) 이후 처음으로 4대륙선수권대회 시상대에 올랐던 그는 올해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됐다. 

여자 싱글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일본과 미국, 캐나다 선수들이 대거 불참한다. 유영의 우승 경쟁자는 미하라 마이(22, 일본)다. 미하라는 지난 2017년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는 4위에 그치며 베이징행이 좌절됐다.

미하라의 개인 최고 점수는 214.95점이다. 반면 유영의 개인 최고점은 223.23점(2020년 4대륙선수권대회)이다. 유영은 올 시즌 '필살기'인 트리플 악셀 성공률이 저조했다. 그러나 두 번의 그랑프리 대회(스케이트 아메리카, NHK트로피)에서 모두 3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종합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는 트리플 악셀을 깨끗하게 뛰며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비록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회전수 부족으로 트리플 악셀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총점 221.49점으로 이 대회 5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 유영
▲ 유영

유영이 트리플 악셀을 비롯해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큰 실수 없이 해낼 경우 김연아 이후 13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 가능성은 농후하다. 

유영은 물론 차준환은 올림픽 순위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클린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쟁쟁한 경쟁자들이 빠진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차준환과 유영이 준비한 기술과 구성 요소를 완벽하게 해낼 경우 올림픽을 앞두고 최상의 모의고사를 치를 수 있다. 

여자 싱글은 유영 외에 올림픽 출전에 성공한 김예림(19, 단국대 진학 예정)도 나선다. 김예림은 올림픽 2차 선발전에서 허리 통증을 이겨내며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그는 2020년 4대륙선수권대회 6위에 오른 뒤 상승세를 탔다. 

▲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인 김예림 ⓒ곽혜미 기자
▲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인 김예림 ⓒ곽혜미 기자

아깝게 올림픽 출전권을 놓친 이해인(17, 세화여고)도 여자 싱글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톱10을 달성한 이해인은 4대륙선수권대회에 처음 도전한다.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점을 놓고 찬반양론이 있었다.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 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선수들은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 무대에 서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빡빡한 일정 속에 이번 대회를 거쳐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차기 시즌을 고려해 ISU 랭킹 포인트를 올려야 하는 딜레마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선수들은 많은 국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국제 대회에 자주 얼굴을 내밀며 랭킹 포인트를 올려야 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4대륙선수권대회 출전은 불가피했다.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은 21일 새벽에 진행된다. 남자 싱글은 이날 저녁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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