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 ⓒ 곽혜미 기자
▲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마운드 위에서 기백이라고 해야 할까요. 타자를 압도하는 기세가 있는 것 같아요."

두산 베어스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33)를 지난해 쭉 지켜본 포수 박세혁(32)의 말이다. 미란다는 지난해 처음 밟은 한국 무대에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8경기에 등판해 173⅔이닝을 던지면서 14승5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맹활약했다. 탈삼진은 225개로 1984년 롯데 자이언츠 고(故) 최동원이 세운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223개 대기록을 넘어섰다. 

미란다의 몸값은 종전 80만 달러에서 올해 19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 200만 달러를 받는 NC 다이노스 투수 드류 루친스키(34) 다음으로 KBO리그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외국인 선수다.

지난해 5월까지 미란다가 KBO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왼손 투수인데도 시속 150㎞를 웃도는 강력한 직구를 던질 수 있으면서도 상대 타선을 압도하지 못했다. 주자가 나가면 볼을 남발하면서 갑자기 무너지기도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그런 미란다를 지켜보며 "그 좋은 공을 활용하지 못한다"고 답답한 마음을 표현했다. 

6월을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6월 이후 19경기에서 129⅓이닝을 던지면서 161탈삼진, 34볼넷, 평균자책점 2.02를 기록했다. 이 기간 18차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는데, 그중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12차례에 이르렀다. 5월까지 5이닝도 100구 이상 던지며 힘겹게 막았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변화였다. 

어디서부터 변화가 시작됐을까. 박세혁은 "사실 초반에는 이렇게까지 잘 던질 줄 몰랐다. 솔직히 주자만 나가면 볼넷도 많아지고 흔들렸으니까. 내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왔는데, 그때는 정말 달라져 있었다. 스트라이크를 바로 잡다 보니까 자기 공에 믿음이 있었다. 결정구 포크볼이 좋아서 조금 더 쉽게 던질 수 있었고, 쉽게 삼진을 잡아 나갔다. 확실한 자기 무기가 있으니까 삼진을 그렇게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김 감독은 미란다의 초반 부진을 새로운 환경과 타자들에게 적응하는 과정으로 봤다. 그는 지난 시즌 미란다가 성공한 비결을 물을 때마다 "구속이나 공 자체는 원래 워낙 좋았다. 제구력이 시즌 초반에는 조금 안 좋았지만, 점점 제구력도 좋아졌고 본인이 던질 수 있는 최고 구속도 나오기 시작했다. 타자들의 성향도 조금씩 파악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답했다. 

결과가 쌓이면서 얻은 자신감은 상대 타선을 압도하는 기운으로 바뀌었다. 박세혁은 "경기할 때 미란다를 보면 진지하고, 마운드 위에 있으면 기백이라고 해야 할까. 타자를 압도하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미란다는 그렇게 KBO리그를 장악하며 정규시즌 MVP,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최동원상을 휩쓸었다. 두산이 한국 2년차 외국인 투수에게 단번에 190만 달러라는 큰돈을 쓸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올해도 미란다는 두산 선발 로테이션 구상의 핵심이다. 미란다가 에이스로 버텨줘야 새 외국인 투수 로버트 스탁(33)이 2선발로 자리를 잡을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당장은 최원준(28)을 제외하면 10승을 보장할 수 있는 국내 선발투수도 없는 상황이라 미란다의 어깨가 무겁다. 미란다는 한국에서 2번째 시즌에도 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또 한번 놀라움을 안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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