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피겨 퍼포먼스] ‘4대륙 챔피언’ 차준환, 베이징 올림픽에서 어디까지 비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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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이 김연아(32)의 역사였다면 남자 싱글은 단연 차준환(21, 고려대)의 몸짓으로 새겨졌습니다. 주니어 시절부터 홀로 한국 남자 피겨 스케이팅의 역사를 홀로 썼던 21살 청년은 다시 한번 일을 냈습니다.
차준환은 지난 23일(한국 시간)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막을 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한국 남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는 메달과 우승, 모두 처음이었죠.
애초 차준환은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습니다. 그는 대회 포스터 메인을 차지할 정도로 이번 대회의 ‘스타’였습니다. 원래 올해 4대륙선수권대회는 중국 톈진에서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문제로 개최를 포기했죠. 대회 장소는 4대륙(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이 아닌 유럽 에스토니아로 이동해 진행됐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상위권 선수 대부분은 이번 대회에 불참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차준환은 출전을 선택했고 남자 싱글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습니다. 실제로 차준환은 남자 싱글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개인 총점 점수가 가장 높았습니다. 시즌 총점 최고점은 토모노 카즈키(24, 일본)에 밀려 2위였지만 기술 구성 및 비 점프요소의 완성도를 놓고 볼 때 차준환이 한 수 위로 여겨졌습니다.
사실 국내 선수들의 이번 대회 출전 여부를 놓고 논란은 있었습니다. 피겨 스케이팅 강국인 미국, 캐나다, 일본 등 국가들은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 2진급 선수들을 내보냈습니다. 차준환에 이어 은메달을 따낸 토모노는 올 시즌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5위에 그쳤습니다. 동메달리스트인 가오 미우라(16)는 4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은 모두 베이징 올림픽 출전에 실패했습니다. 올림픽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코로나19 예방 문제 및 컨디션 관리는 모든 선수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나 국내 선수 가운데 차기 시즌 ISU 랭킹 포인트에 신경 써야 하는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올 시즌 코로나19 여파로 국제 대회 출전 경험이 적었던 점도 국내 선수들의 고민거리였죠. 차준환과 유영(18, 수리고)은 다른 선수와 비교해 ISU 랭킹 포인트가 좀 여유가 있었지만 올림픽 최종 모의고사를 치르기로 했습니다.
차준환의 경우 이번 대회 출전은 대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ISU 메이저급 대회 우승 타이틀을 거머쥔 점은 매우 뜻깊었죠. 실제로 차준환은 지난 2016년 10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ISU 주니어 그랑프리 7차 대회에서 우승한 뒤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습니다.
2017년 시니어 데뷔 이후 차준환이 이룩한 최고의 성과는 2018년 ISU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딴 것이었죠. 주니어 시절 차준환은 세계적인 스케이터로 성장할 인재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남자 싱글 세계의 벽은 ‘여리고 성’처럼 높았죠.
시즌이 바뀔 때마다 쟁쟁한 강자들은 다양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새롭게 장착하고 빙판에 섰습니다. 한때 차준환은 살코와 토루프는 물론 다른 점프도 4회전으로 완성하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평창 올림픽 전부터 부츠 문제로 고생했고 그 여파는 장기간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크고 작은 부상까지 겹치며 슬럼프를 겪기도 했죠. 2020년 2월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는 당시 총점 개인 최고 점수 265.43점을 받으며 5위를 차지했습니다. 조금씩 상승세를 타던 찰나에 코로나19로 3월 예정된 세계선수권대회가 취소됐습니다.
이후 캐나다 정부가 국경을 봉쇄하면서 훈련지인 토론토에 가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국내에서 홀로 훈련했던 차준환은 지현정 코치의 도움으로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차준환의 장점은 유연한 스케이팅과 스핀과 스텝 등 비 점프요소가 탄탄하다는 점입니다. 쿼드러플 살코의 완성도는 정상급 선수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 상위권에서 자웅을 겨루는 스케이터들은 다양한 4회전 점프로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점프 괴물’ 네이선 첸(22, 미국)은 흔히 트리플 5종(토루프, 살코, 루프, 플립, 러츠)이라 불리는 점프를 ‘쿼드러플 5종’으로 완성했습니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하뉴 유즈루(27, 일본)는 최근 출전한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쿼드러플 악셀을 시도했습니다. 비록 결과는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뽐내며 일본 국민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이들 외에 평창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우노 쇼마(24)와 떠오르는 신예 카기야마 유마(18, 이상 일본)도 다양한 4회전 점프를 구사합니다. 미국의 에이스 빈센트 저우(21)와 러시아의 마르크 콘드라비우크(18) 미하일 콜랴다(26) 등도 총점 개인 최고 점수가 차준환보다 높습니다.
현실적으로 차준환이 베이징 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10위안에 진입해도 선전했다 볼 수 있습니다. 분명 차준환이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고 한국 남자 피겨 스케이팅에 남긴 성과는 매우 훌륭하죠.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스케이트를 잘 타는 선수들이 총집합한 올림픽을 고려할 때 차준환이 자리하는 객관적인 위치도 확인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는 차준환 본인입니다. 그는 구체적인 순위보다 자신이 준비한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차준환은 지난 9일 막을 내린 올림픽 2차 선발전을 마친 뒤 "지금 계획한 구성으로 깨끗한 경기를 하고 후회 없는 경기를 한다면 높은 곳을 좀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4대륙선수권대회를 마친 차준환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첫 메달, 그리고 첫 우승을 해서 기쁘다. 많은 분의 응원 덕분에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는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인 만큼 평창보다 더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또한 4대륙선수권보다 더 깨끗하고 만족할 만한 경기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차준환은 이번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오랜만에 자신의 지도자인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를 만났습니다. 주니어 시절부터 차준환을 지도했던 오서 코치는 이번 우승을 누구보다 기뻐했습니다.
올림픽을 앞둔 차준환의 과제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시도하는 두 번의 4회전 점프 성공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올 시즌 차준환은 올림픽 대표 2차 선발전 프리스케이팅에서만 쿼드러플 토루프와 살코를 모두 깨끗하게 뛰었습니다.
또한 올 시즌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모두 클린한 대회도 없었죠. 본인의 말대로 순위를 떠나 이런 부분에 집중한다면 스스로 말했듯 생각보다 높은 곳으로 비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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