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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타임] "드디어 잊혔구나" 좌절한 2016년, 115억 대박의 서막일 줄이야

작성일: 2022.02.05 11:00 김민경 기자, 이충훈 기자,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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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이충훈·박진영 영상기자] "'내가 드디어 잊혔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2016년 봄, 만년 거포 유망주 김재환(34, 두산 베어스)은 큰 시련과 마주했다. 2008년 신인 2차 1라운드 4순위로 입단해 2군 선수로 보낸 시간만 8년이었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2016년 시즌을 준비했는데, 시범경기 초반 4경기에서 7타수 1안타에 그친 뒤 2군행을 통보받았다. 개막하고 4월 중순이 가까워지는데도 1군 콜업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내가 드디어 잊혔구나'라는 생각에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다. 

모든 게 무너지는 줄 알았던 2016년이 FA 잭팟의 서막일 줄은 몰랐다. 김재환은 그해 4월 22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 4-1로 앞선 7회 닉 에반스의 대타로 나서 데뷔 첫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새로운 두산 4번타자와 주전 좌익수의 탄생을 알린 한 방이었다. KBO리그 최초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30홈런-100안타-100타점을 달성하더니 2018년에는 홈런 44개를 몰아치며 정규시즌 MVP로 뽑혔다. 대체불가 4번타자로 자리 잡은 김재환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어 4년 115억원에 두산에 남았다. 

김재환은 지난달 25일 잠실야구장에서 스포츠타임과 만나 "2016년에 사실 시즌 시작할 때는 기분이 좋진 않았다. 두산에 온 뒤로 부상이 아닌데도 시범경기에서 빠진 게 그때가 처음이었다. 시범경기 때도 2군에 있었고, 개막하고도 계속 2군에 있었는데, 그런 시간이 있어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2016년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하고 있다. 이제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했을 때 정말 미련 없이 야구를 해보자고 생각해서 해봤는데 잘됐다. 그러면서 루틴이 됐다. 야구 인생 끝날 때까지는 이렇게 할 생각"이라고 덧붙이며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 두산 베어스 김재환 ⓒ 스포티비뉴스DB
▲ 두산 베어스 김재환 ⓒ 스포티비뉴스DB

다음은 김재환과 일문일답. 

-FA 계약을 하기까지 14년 선수 생활을 되돌아보려 한다. 입단하고 주전이 되기까지 8년 정도가 걸렸다. 

감독님들께서는 나에게 기회를 많이 주시려 해서 감사했다. (주전 도약까지 오래 걸린 건) 내가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던 게 제일 크다. 많이 여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열심히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내가 1군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정신력이 준비되지 않았다.

-포수로 입단하고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1루수→외야수로 포지션을 계속 바꿔야 했다. 

구단이 내게 기회를 주려고 포지션을 바꾼 것이다. 내게 기회를 주려고 하는데, 내가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면서 적응하는 시간이 길어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바꿔서 잘됐으니까 지금은 좋다. 

-포수에 애착이 여전히 있는 듯하다. 

어릴 때부터 포수를 해왔으니까. 다른 포지션보다도 포수 출신분들이 포지션에 애착이 더 많은 것 같긴 하다. 나도 그러니까. 사실 포수를 포기하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았다. 

포수를 할 당시에 입스가 엄청 심하게 왔다. 그것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도 있다. 송구할 때 입스가 심하니까 '포수로 성공하지 못하겠다'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외야로 포지션 바꾼 뒤로는 송구할 때 입스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포지션을 바꾼 게 조금 더 좋지 않았나 생각한다. 포수는 지금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웃음). 

-주전으로 도약한 2016년을 이야기하려 한다. 보통 주전 도약하기 전엔 큰 계기가 있던데. 

계기가 없는 게 계기가 됐다. 어려운 말이다. 모든 선수는 1군 콜업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이 달라진다. 나도 항상 그랬다. 1군에 올라가면 정말 신났다가 2군에 내려가면 너무 힘들다. 그러다 생각을 바꾼 게 좋았던 것 같다. 1군에 올라간다고 해도 '어차피 다시 내려갈 건데 뭐하러 좋아하지' 이렇게 생각할 정도로 다 내려놨었다. 또 내려갈 건데 2군에서 하던 것처럼 1군도 2군이라고 생각하고 더 편하게 해보자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마음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사실 2016년 개막 때까지 주전 좌익수는 박건우(현 NC)가 유력했다. 그러다 4월 말쯤 전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어떤 각오도 없이 마음 편하게 생각 없이 부딪힌 게 나한테는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는 시범경기 때부터 2군에 있었고, 개막하고도 계속 2군에 있었다. 정말 돌고 돌다가 나한테도 어떻게 다행히 기회가 왔는데, '이건 내 자리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 시작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김태형 감독이 최근 "김태룡 단장에게 눈 딱 감고 김재환을 키워보자고 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당시 선수 본인은 그런 느낌을 받았나. 

사실 김태형 감독님이 처음에 부임했다는 기사가 났을 때부터 나한테 좋은 기회가 올 것 같다는 기대는 있었다. 배터리 코치님으로 계실 때 포수여서 연습을 같이 많이 한 사이였다. 그때부터 나한테 '방망이는 정말 좋다'고 이야기해주셨다. 

감독님이 처음에 부임하고 나를 쓰려고 하셨을 때는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이제는 내 자리야. 이제 여기서 내 자리를 만들어야 해' 이런 생각으로 하다 보니까. 모든 게 준비가 안 됐는데 자꾸 욕심을 부렸던 게 사실이다. 오히려 욕심을 내니까 점점 안 좋아졌던 것 같다.       

▲ 두산 베어스 김재환 ⓒ 곽혜미 기자
▲ 두산 베어스 김재환 ⓒ 곽혜미 기자

-2015년에는 고전했지만, 2016년부터는 김 감독이 바라던 대로 자리를 꿰찼다. 주전으로 도약한 뒤로는 두산에서 가장 성실한 선수로 늘 언급된다. 포수 박세혁은 "연습하는 걸 보면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형"이라고 하더라.

모든 선수가 다들 그렇게 열심히 할 것이다. 나는 2016년부터 이렇게 야구를 했다. 이제 그만둬야 하나 생각했을 때 미련 없이 야구를 해보자고 했는데 잘됐다. 정말 안 될 때는 새벽에도 방망이를 돌려보고, 지금도 그렇게 하면서 루틴이 됐다. (박세혁이)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  

-월요일 휴식일에 빠지지 않고 훈련하는 것도 유명하다. 한 관계자는 농담으로 육아 탈출을 하려는 게 아닌가 의혹을 제기하던데.

절대 아니다. 경기장에 오기 전에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훈련 마치고 아이들을 데리고 귀가한다. 월요일에 경기장에 나오는 것도 2016년부터 시작했다. 그만두더라도 미련 없이 해보자고 생각했을 때 하루도 빼먹지 말고 야구를 해보자고 해서 시작한 거다. 그런데 잘돼서 루틴으로 만들었다. 오히려 2016년 이후로는 내가 힘들다고 해도 아내가 나가라고 한다. '가서 잠을 자든, 누워 있다가 오든 야구장에 가서 당신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와'라고 먼저 이야기한다(웃음).

-고생 끝에 올 시즌을 앞두고 FA로 좋은 계약을 했다. FA를 해보니 어떤가. 여러 제안에도 두산에 남은 것으로 아는데.

FA 계약을 하니까 기분이 정말 좋더라. 계속 더 하고 싶어서 오히려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두산에 남은 이유는 정말 간단하다. 두산이 가장 구체적이라 다른 팀을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어떤 상황이 생겨서 팀을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선수가 FA를 할 때 당연히 원소속팀에 있고 싶어 한다. 

-두산 팬들이 구단 SNS에 계약 소식이 올라오니까 반기더라. '4번타자가 남아서 다행이다', '우리도 프랜차이즈 있다', 남아줘서 고맙다' 등의 반응이 있었다. 

팬들께서 만족할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도 그렇게 반겨주셔서 감사하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프랜차이즈 스타는 사실 다른 형들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나는 아직 형들과 비교하면 많은 경기에 나가지도 못했고, 커리어를 따라가려면 조금 더 해야 한다. 과분한 사랑인 것 같다. 

-앞으로 4년, 각오는. 

각오는 예전과 달라질 것은 전혀 없다. 비시즌 때부터 더 많이 운동하려 했기 때문에 여기서 더 열심히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처음 준비한 그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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