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합격' 박건우, 알고보니 '양신'과 TV 출연한 어린이…8년전 '내 마음의 크레파스' 고민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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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인연이라는 것이 참 무섭네요.”
신일고 3학년 때까지 엘리트 야구선수로 활약한 박건우(20)가 서울대 일반전형(정시모집)으로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박건우는 고교 졸업 후 야구를 포기하고 1년간 재수를 하며 공부에 매진한 끝에 지난 3일 서울대 정시모집 합격증을 받게 됐다.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일 14시간씩 공부를 한 각고의 노력과 집념으로 거둔 결실이다.
수학에서 100점 만점을 받았고, 모든 수능 과목에서 1~2등급에 해당하는 성적을 올렸다. 이런 빼어난 성적으로 박건우는 이미 고려대(미디어학과)와 중앙대(경영학과) 일반 학과에도 합격했지만, 야구선수 출신이라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입학을 선택하기로 했다.
박건우는 ‘운동선수는 공부와 담을 쌓는다’는 일반적인 편견을 깨고 “운동선수도 공부로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그런데 박건우가 과거 초등학교 때 TV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양신’ 양준혁 해설위원에게 고민 상담을 하고 조언을 들은 인연이 있어 흥미롭다.
지금은 폐지된 SBS의 ‘내 마음의 크레파스’라는 예능 교양 프로그램. 어린이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장 다큐멘터리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방송횟수 583회를 기록한 장수 프로그램이었다.
박건우는 이수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14년 5월 7일과 8일(413~414회)에 방영된 ‘연필과 야구공, 엄친아 건우의 선택!’ 편에 출연했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박건우는 초등학교 시절 공부도 톱클래스였고, 야구에도 재능을 발휘했다. 왼손잡이인 박건우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류현진(당시 한화) 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며 야구를 시작했는데, 6학년 때 팔꿈치 부상이 발생하면서 야구와 공부 사이의 선택을 두고 고민이 컸다.
마침 SBS 프로그램 제작진에서 이수초등학교 측에 “운동과 공부 사이에서 갈등하는 어린이가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출연자 섭외를 요청했고, 이수초 교장선생님이 박건우를 추천하면서 출연이 이뤄지게 됐다.
‘어린이 박건우’는 제작진과 함께 양준혁 야구재단을 찾아가서 상담을 하게 됐다. 박건우의 고민을 들은 양 위원은 “야구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데, 야구도 열심히 하면서 공부도 놓치지 마라”며 격려했다.
양 위원은 "나도 중학교 시절 야구를 잘 하지 못했는데 야구부장이 '야구를 그만두라'고 해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박건우에게 털어놨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더 연습을 많이 했다는 것.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자신의 과거사를 들려줬다.
‘야구를 포기할까’ 고민하던 박건우는 결국 “경기에서 이겼을 때의 그 기쁨은 공부에서는 절대 느끼지 못할 재미”라면서 고민을 털어버렸다. 야구와 공부를 병행하겠다는 결심이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상담을 해준 양 위원의 품에 안기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박건우는 실제 이수중학교로 진학해 야구를 계속하면서도 공부도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서울고 1학년 시절까지 야구를 하면서 공부도 따라가려 애썼다.
그러나 고교 2학년 때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는 공부를 놓고 야구에 '올인'했다. 우선 선수층이 두꺼운 서울고에서는 출전 기회가 없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인 신일고로 전학을 가게 된다. 자사고는 규정상 운동부 특기생을 전체 학생수에서 일정 비율만 뽑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선수가 적어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박건우는 3학년에 올라가면서 공식경기 마운드에 자주 올랐다. 체격도 좋아지고 구속이 130㎞ 중후반대까지 올라갔다. 대통령배 준결승전에서는 팀 승리를 마무리하며 자신의 손으로 결승 진출을 확정짓기도 했다. 그러나 스카우트 눈에 띄기 위해서는 구속 증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시속 140㎞대로 끌어올리려고 무리를 했다. 그러면서 투구 밸런스를 잃어버렸고, 강점이던 제구마저 흔들리고 말았다.
결국 '2021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탈락했다.
박건우는 실망하는 대신 “공부로 서울대에 가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는 1년간 재수를 하며 피나는 노력 끝에 서울대에 합격하는 놀라운 소식을 들려줬다.
박건우는 이에 대해 “양준혁 위원님께 상담을 받고 나서 어머니는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도 꾸준히 학원 등을 알아봐 주시면서 공부의 끈을 놓지 않게 해주셨다. 아버지는 공부를 하면서도 야구를 계속 할 수 있게 용기를 북돋워 주셨다”면서 양 위원과 부모님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운동선수도 학교 수업을 따라가고 계속 기본적인 공부를 해 놓으면 나중에 대학 입시나 취업할 때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조언을 건넸다.
박건우는 서울대 합격 이틀 후인 지난 5일에 아버지와 함께 8년 전 인연을 맺었던 양준혁 위원을 찾아가 인사를 했다고 한다.
박건우와 다시 만난 양준혁 위원은 스포티비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솔직히 처음엔 누구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당시 방송됐던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보니 생각 났다. 내가 박건우 어린이에게 해줬던 얘기들도 생각나더라”면서 웃었다.
양 위원은 이어 “우리가 학교 다닐 땐 운동선수는 수업도 하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았는데 이젠 시대가 변했다. 박건우처럼 운동도 하면서 공부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서울대에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하면 앞으로 할 일이 정말 많을 것이다. 에이전트를 해도 되고, 선수를 해봤으니 캐스터를 해도 더 잘하지 않겠나. KBO 같은 곳에 들어가 행정을 해도 좋다. 야구선수 출신 중에서도 앞으로 그런 큰 인물들이 나타나야 한다. 박건우가 어떤 길을 선택할지 모르지만 큰 인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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