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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이슈] “통원치료 받고 있었다”…KBO 정지택 총재 사임 막전막후

작성일: 2022.02.09 05:35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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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임을 발표한 정지택 KBO 제23대 총재 ⓒ곽혜미 기자
▲ 사임을 발표한 정지택 KBO 제23대 총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지택(72) 총재가 8일 돌연 사임을 발표해 야구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1월 제23대 KBO 총재로 취임한 뒤 1년 남짓한 기간 만에 중도하차하면서 KBO호는 선장을 잃고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정 총재가 사임을 발표한 것은 전격적이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결심한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사퇴를 심각하게 고려하며 내적 갈등을 해 오다 이날 실행에 옮겼다는 보는 편이 맞다.

실제로 정 총재의 자진 사퇴 움직임은 지난해 말부터 구체적으로 감지됐다.

KBO리그 회원사 중 하나인 A그룹 최고위층 핵심 관계자는 “정 총재가 처음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려고 했던 시점은 지난해 연말이었다. 12월 10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끝나고 사임 발표를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A그룹은 두산이 아닌 다른 그룹이다).

각종 언론사 연말 시상식을 모두 마무리한 뒤 정 총재는 해를 넘기지 않고 12월 말에 10개 구단 사장단을 불러 송년회를 겸한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려고 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사퇴의 뜻을 밝힐 예정이었다.

정 총재가 이처럼 사퇴를 고민하게 된 데에는 ‘건강상의 이유’라는 말도 도는데, 실제 그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  A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 총재가 지난해부터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지병이 악화돼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약을 복용해 왔다"면서 "두산그룹에도 총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KBO는 지난해 여러 악재에 시달렸다. 코로나19로 인해 KBO리그는 2년간 무관중을 감내해야 했고 각 구단은 수익 감소와 재정난에 빠져들었다. 일부 선수들의 일탈 속에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까지 빚어지기도 했고, 도쿄올림픽 참사까지 겹쳤다. 정 총재는 그 과정에서 거센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1950년생으로 고령인 그가 극복하기엔 쉽지 않은 스트레스의 무게였던 듯하다.

이런 이유로 정지택 총재는 두산그룹은 물론 다른 일부 그룹 최고위층에게도 중도 하차의 뜻을 전하고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몇몇 그룹 구단주들과 사장들 사이에 이런 소문이 조금씩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갑자기 변수가 발생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 당시만 해도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 중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12월 16일 정부 차원에서 다시 거리두기 강화조치를 발표한 것. 사적 모임 인원이 4인으로 줄어들면서 연말 긴급 이사회 소집이 불가능하게 됐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정 총재의 자진사퇴 소문도 조금씩 잦아드는 듯했다.

정 총재가 사퇴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다시 감지된 것은 지난달 25일 열린 2022년 제1차 이사회 즈음. “이사회 안건이 모두 처리되고 나면 정 총재가 10개 구단 사장단 앞에서 마음속에 품고 있던 사임 의사를 발표할 것 같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정 총재는 이날 이사회에서 ‘사퇴’의 ‘사’자도 꺼내지 않았다. 이사회에 참석한 각 구단 사장들이나 KBO 직원들도 전혀 그런 낌새를 느끼지 못할 만큼 평온하게 회의를 진행했다. 오히려 "3년 임기를 모두 채울 것 같더라”는분위기를 전하는 이도 있었다.

설 연휴가 지나고 7일 오전 팀장급 이상이 모인 2월 첫 회의에서 정 총재는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통과된 사업들과 향후 일정들을 보고 받고 직접 챙겼다. 이례적인 일을 찾자면 회의 후 정 총재가 팀장 한 명 한 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를 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총재 사퇴를 짐작하기는 어려운 분위기였다.

KBO의 모 팀장은 “설 연휴도 지나고 사실상 올 시즌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라 새해 인사 겸 잘해보자는 의미로 악수를 나누신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8일 KBO 직원들이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정 총재가 다시 회의를 소집했다. 류대환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팀장급들이 모였다. 예정에 없던 회의였다. 여기서 정 총재는 결국 그동안 미뤄왔던 사임 의사를 전했다. 이사회를 소집해 KBO 각 구단 사장들에게 먼저 알리는 대신 보도자료를 통해 사퇴 의사와 사퇴의 변을 밝혔다.

KBO 한 관계자는 "총재님은 원래 일을 꼼꼼하게 챙기시는 스타일이다. 아무래도 지난달 이사회에서 올해 KBO 사업과 예산이 확정됐고, 2월 첫 KBO 회의에서 팀장급들에게 업무 일정들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는 새 총재가 선임될 때까지 무리 없이 사업들이 진행되겠다는 확신을 하신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 사임을 발표하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KBO 10개 구단은 제23대 총재부터는 회원사 그룹들이 3년씩 돌아가며 총재를 맡기로 했다. 이에 따라 먼저 두산그룹 임원 출신인 정지택 총재가 지난해 1월 KBO 총재로 부임했다. 그러나 1년 만에 중도 하차를 하게 되면서 KBO호는 다시 거친 풍랑을 만났다.

KBO 정관 제14조에 따르면 ‘총재가 사임, 해임 등의 사유로 궐위되거나 질병, 사고 등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보궐선거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

새 총재 선임 전까지 류대환(58) 사무총장이 총재 직무를 대행하면서 KBO 회원사들과 함께 새 총재 선출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KBO는 이와 관련해 다음주 긴급이사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올해로 출범 40주년을 맞는 KBO호가 어떤 인물을 새 총재로 맞이해 이 위기를 헤쳐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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