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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언중유향]벤투 감독의 '멘탈이 흔들리면' 누가 위로해줄까?

작성일: 2022.04.21 05:45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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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역대 최장수 대표팀 사령탑에 이름을 올렸다. ⓒ곽혜미 기자
▲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역대 최장수 대표팀 사령탑에 이름을 올렸다. ⓒ곽혜미 기자
▲ 벤투 감독은 자신의 사단과 기쁨과 어려움 모두를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곽혜미 기자
▲ 벤투 감독은 자신의 사단과 기쁨과 어려움 모두를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건강해야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건강을 챙기자는 인사는 더 무겁게 다가온다. 육체, 정신적 건강을 모두 챙기기 어려운 시대에 매번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사는 감독들이라면 더 그렇다.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 나선 김상식 전북 현대 감독도 그렇다. 김 감독에게 건강 챙기라는 인사를 전하며 ACL에서의 선전을 기원하자 "다른 감독들도 챙겨주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신적으로 힘든 감독들…내, 외부 압박에 무방비  

그도 그럴 것이 김 감독은 지난해 데뷔해 전북을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시즌 중반 '근조(謹弔)'가 붙은, 사퇴를 종용하는 현수막이 붙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처음 지휘봉을 잡은 지도자에게 가혹한 팬들의 반응이었지만, 그나마 김 감독이 긍정하는 지도자라 견뎌내며 우승을 해낼 수 있었다. 올해는 초반 출발이 좋지 않아 심적 고통이 상당한 상황에서 일단 순위를 4위까지 올려 놓고 ACL을 치르고 있다.  

김 감독에게는 생사를 같이하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있었을 뿐, 정신적인 부분을 포함한 '멘탈 관리자'가 부재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주요 유럽 구단들은 선수는 물론 지도자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챙겨주는 직원이나 코치가 존재한다. 승부의 세계에서 잠시 벗어나면 그들 역시 한 명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물론 다른 감독들의 무탈함을 김 감독이 거론한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프로팀, 그것도 우승권 팀 지도자의 고통이 이 정도인데 국가대표라면 얼마나 더 심한 심적 부담에 시달릴까.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1년 남겨 두고 갑자기 지휘봉을 잡았던 홍명보 현 울산 현대 감독이나 2018 러시아월드컵을 이끈 신태용 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 모두가 그랬다. 스스로 심리 무장을 잘하고 유쾌한 성격의 두 지도자도 다양한 여론의 압박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파울루 벤투 감독은 어떨까. 포르투갈 출신 벤투 감독에게는 원리원칙주의자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물론 2차 예선에서 고생하며 최종예선에 진출하는 순간이나 최종예선 초반에는 불통, 고집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벤투 감독이 여론을 몰랐을까. 그렇지는 않았다. 그 역시 적잖이 팬들이나 국내 축구인들의 반응을 신경 썼다. "언제든 지휘봉을 내려놓고 떠날 수 있다"라며 쿨한 태도를 보이며 최종예선을 거쳐온 것도 사실이다. 

그의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마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으로 벤투 감독을 영입했던 김판곤 현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화로 여론과 언론 반응을 전했다. 물론 김 전 위원장도 지난해 7월 축구협회의 정관 개정으로 '자문'역이 되면서 벤투 감독에게 직접적인 조언이 어려워졌고 이는 선임위원장을 놓고 말레이시아로 가는 데 작은 영향을 끼쳤다.   

조언자를 잃은 벤투 감독이 승조원들을 이끌고 최종예선이라는 바다에서 순항한 계기는 이란 원정이었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에 기반한 전진형 축구를 그대로 시도했고 손흥민의 골로 1-1 무승부를 거뒀다. 일부에서 의심하던 빌드업에 대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홈-원정 경기도 모두 이기며 바람을 탔다. 

▲ 벤투 감독이 정신적, 심리적 어려움에 처하면 누가 이를 나누며 도와줄까? ⓒ곽혜미 기자
▲ 벤투 감독이 정신적, 심리적 어려움에 처하면 누가 이를 나누며 도와줄까? ⓒ곽혜미 기자

 

'기술-멘탈' 조력자 보이지 않아…벤투 감독, 카타르에서도 흔들리지 않을까?

그런데 벤투호가 순항하면서 '샤머니즘'에 가까운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로 이란전 직후 축구협회 임원 회의에서는 한 인사가 회의를 주재하는 정몽규 회장에게 "자신이 벤투 감독에게 이란을 상대로는 이렇게 해보라 조언해서 괜찮은 결과물을 얻은 것이다"라는 식의 말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벤투 감독은 이 인사의 조언(?)을 실제로 전술에 적용했을까. 그렇지는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추구한 철학 그대로 밀고 나가 본선 진출이라는 성과물을 만들었을 뿐이다. 적용 여부를 떠나 벤투 감독이 내국인 감독이었다면 이보다 더 많은 부정확한 조언의 홍수 속에 부담을 안고 최종예선을 치렀을지 짐작이 되는 부분이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벤투 감독은 축구협회 기술연구그룹(TSG)의 보고서를 적절히 참고하지만, 자신의 축구 철학을 훈련과 경기에 그대로 보여주는 편이다. 이런 경향은 최종예선 말미에 더 짙어졌다. 잘되면 득이지만, 실패하면 독인 상황에서 UAE와 최종전을 패한 것은 벤투 감독의 멘탈을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조언할 사람이 없는 단면이 아닐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했던 이용수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기술발전위원회가 조언 역할을 맡는 것도 가능하지만, 전력강화위원회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어려움의 연속이다. 

어쨌든 국내 여론과 가교 역할을 해줬던 김 전 위원장의 부재에서 벤투 감독이 믿고 갈 사람들은 선수들과 '사단'인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 필리페 쿠엘류 코치, 비토르 실베스트레 골키퍼 코치, 페드로 페레이라 피지컬 코치, 김영민, 최태욱 코치 뿐이다. 물론 이들도 벤투 감독이 실패하면 같이 짐을 져야 할 공동운명체다. 벤투 감독의 멘탈을 관리할 인사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해 소통하는 벤투 감독이라지만, 공적인 영역에서 실패하면 사적인 부분까지 공격 당했던 과거 사례가 수두룩하다는 점에서 걱정은 더 커진다. 

벤투 감독은 자신이 쌓은 경험을 철저하게 의존하는 편이다. 2018년 9월 포르투갈 축구협회와 벤투 감독이 현역 시절 뛰었던 스포르팅CP 등을 취재했을 당시 리스본 현지에서 만났던 움베르토 코엘류 전 축구대표팀 감독(포르투갈 축구협회 부회장)은 기자에게 "축구는 가끔 시간이 필요하다. (벤투 감독에게 시간이) 온전히 주어지지는 않겠지만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축구 선수가 바로 성장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라며 벤투 감독의 철학이 4년 내내 한국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벤투 감독은 최장수 사령탑이 됐다. 비판 여론도 일단은 긍정으로 달라졌다. 그렇지만, 6월 4회, 9월 2회로 예정된 A매치에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과 H조에 묶인 월드컵 본선 걱정에 따른 우려가 대두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본선에서도 우루과이와의 첫판을 그르친다면 벤투 감독이 온전히 부담을 안고 남은 두 경기를 치러야 한다.  힘든 여정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전력강화위원장은 여전히 공석이다. 선임이 되더라도 직접적인 소통이 아닌 '조언'이나 '자문'만 가능해 있으나 마나 한 존재처럼 보인다. 

사람은 좋았지만,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조언자 부족에 경질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던 코엘류 감독은 "축구라는 종목은 변화에 맞춰가면서도 고유의 철학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벤투 감독과 한국 축구를 응원했다. 

7개여월 남은 월드컵 본선에서 치를 마지막 경기까지, 외롭게 리더십을 발휘할 벤투 감독의 정신적 건강과 마음의 파동을 조율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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