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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의 날은 아니었지만…에이스 뒤에는 ‘화끈한 방망이’ 있었다[SPO 잠실]

작성일: 2022.06.01 05:30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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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양현종(오른쪽)이 5월 31일 잠실 두산전에서 올 시즌 5승째를 챙긴 뒤 김종국 감독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 곽혜미 기자
▲ KIA 양현종(오른쪽)이 5월 31일 잠실 두산전에서 올 시즌 5승째를 챙긴 뒤 김종국 감독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고봉준 기자] 여러모로 양현종(34·KIA 타이거즈)의 날은 아니었다. 공도 만족스럽지 않았고, 운도 따르지 않았다. 그러나 에이스의 뒤에는 화끈한 방망이를 쥔 동료들이 있었다.

양현종은 5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5이닝 동안 103구를 던지며 4피안타 1피홈런 4볼넷 5탈삼진 5실점(3자책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최다 실점과 최다 볼넷이 나온 경기. 그러나 기록지에는 패전 대신 승리(5승)가 쓰였다. 타선이 만들어낸 극적인 뒤집기 덕분이었다.

최근 흐름과는 사뭇 다른 날이었다. 양현종은 헤드샷 사구로 3회말 중도 강판된 13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내리 승리를 챙겼다. 바로 뒤 1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7⅔이닝 4피안타 3탈삼진 2실점 호투하고 KBO리그 통산 150승을 챙겼고, 이어 2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6이닝 6피안타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하고 올 시즌 4승째를 올렸다.

그러나 이날 양현종은 초반 난관을 쉽게 헤쳐나가지 못했다.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1회 선두타자 허경민과 풀카운트 싸움에서 선제 홈런을 내줬다. 시속 142㎞짜리 직구가 통타당해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먼저 1점을 허용한 양현종은 2회 다시 흔들렸다. 타자와 승부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전체적인 운이 따르지 않았다.

화근은 볼이었다. 선두타자 양석환 그리고 후속타자 김재호에게 연달아 볼넷을 내줬다. 이어 정수빈이 위로 뜨는 희생번트를 댔는데 이를 포수 박동원과 양현종 모두 잡아내지 못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뒤늦게 볼을 잡은 박동원이 이를 2루로 던졌다. 1루 주자 김재호의 포스아웃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원심은 아웃. 그러나 비디오판독으로 결과가 뒤바뀌었고, 1사 1·3루가 무사 만루로 변했다.

결국 양현종은 후속타자 장승현에게 유격수 방면 내야안타를 맞아 1실점했다. 이어 안권수를 삼진으로 잡았지만, 허경민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내줘 추가 실점했다.

위기는 계속됐다. 이어진 2사 1·3루에서 3루 주자 정수빈과 1루 주자 장승현이 함께 도루 타이밍을 끊었는데 이를 포수 박동원이 간파하고 공을 양현종에게 뿌렸다. 이중도루가 무산된 정수빈은 3루 귀루 대신 홈 쇄도를 택했고, 양현종은 박동원에게 공을 던졌다.

그런데 이 공이 높게 형성되면서 정수빈이 홈에서 살았다. 또, 그 사이 장승현도 2루까지 향했다.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 4실점째를 기록한 양현종은 다음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좌전 적시타까지 맞아 1~2회에만 5실점을 하게 됐다.

▲ KIA 벤치. ⓒ잠실, 곽혜미 기자
▲ KIA 벤치. ⓒ잠실, 곽혜미 기자

양현종의 초반 난조로 KIA는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고 말았다. 반대로 두산 선발투수 최승용은 4회까지 무실점 호투하면서 대비는 더욱 극명해졌다.

그러나 흐름은 경기 중반 들어 바뀌기 시작했다. 타선이 살아나면서였다.

KIA는 5회 2사 2루에서 박찬호가 행운의 3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때려내 2사 1·3루를 만들었다. 이어 김선빈이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 1점을 만회했고, 이어 나성범이 우전 적시타를 추가하면서 2-5로 따라붙었다.

두산 벤치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최승용을 내리고 김강률을 올렸다. 그러나 KIA 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다. 황대인이 우익수 앞으로 떨어지는 적시타를 터뜨려 3-5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어진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타석. 이달 들어 쾌조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소크라테스는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렸다. 김강률의 시속 136㎞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겨버렸다. 6-5로 승부를 뒤집는 역전포. 이와 함께 양현종에게 승리 요건을 선물할 수 있는 아치였다.

▲ KIA 소크라테스 브리토(오른쪽)가 5월 31일 잠실 두산전에서 5회초 김강률로부터 역전 우월 3점홈런을 때려낸 뒤 나성범과 기뻐하고 있다. ⓒ잠실, 곽혜미 기자
▲ KIA 소크라테스 브리토(오른쪽)가 5월 31일 잠실 두산전에서 5회초 김강률로부터 역전 우월 3점홈런을 때려낸 뒤 나성범과 기뻐하고 있다. ⓒ잠실, 곽혜미 기자

벤치에서 이를 지켜본 양현종은 5회까지 힘을 냈다. 이 이닝을 세 타자로 처리하면서 5승 요건을 채웠다.

에이스가 물러난 KIA는 마지막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6회 김도영과 박찬호가 연속해 희생플라이를 기록해 2점을 추가한 뒤 8회에는 황대인이 좌월 3점포를 때려냈다. 또, 9회 김도영이 1타점 우전 적시타를 추가해 13-10 승리를 따내면서 양현종에게 KBO리그 통산 3위의 기록인 152승째를 안겼다.

경기 후 양현종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야수들이 힘을 많이 줬다. 또, 정말 큰 함성으로 힘을 주신 팬 여러분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5회를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큰 박수로 제 이름을 연호해주신 팬분들이 너무 고마웠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동료들을 향한 감사함은 재차 강조했다. 양현종은 “사실 오늘 내가 한 것은 없다. 야수들이 잘 쳐줘서 승리투수가 됐을 뿐이다. 오늘 승리로 KBO리그 통산 승수 3위로 이름을 올리게 됐는데, kt 위즈 이강철 감독님과 이름을 나란히 했다는 것이 너무 큰 영광이다. 이번 일요일 kt전을 치르는데, 감독님이 보시는 앞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에이스에겐 쉽지 않은 하루였지만, 동료들이 든든히 뒤를 지키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5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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