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꿈치 부상에도 여전한 타격을 자랑하고 있는 브라이스 하퍼
▲ 팔꿈치 부상에도 여전한 타격을 자랑하고 있는 브라이스 하퍼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브라이스 하퍼(30‧필라델피아)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천재 야구 선수로 뽑혔다. 2010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선수가 하퍼였다. 거침없는 스윙에 거침없는 캐릭터까지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춘 선수이기도 했다.

하퍼의 재능이 두각을 나타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하퍼는 곧바로 올스타에 올랐고,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그런 하퍼의 앞에는 항상 ‘마이크 트라웃’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1년 먼저 데뷔해 2012년 아메리칸 신인상을 따낸 트라웃은 하퍼의 최고 등극을 가로막는 벽이었다. 하퍼보다 한 발 앞서 MVP 등 주요 고지를 다 점령해버렸다. 하퍼는 뛰어난 성적에도 항상 후발주자였다. 

하퍼는 2015년 153경기에서 42개의 홈런을 치며 생애 첫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드디어 하퍼와 트라웃이 비슷한 레벨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트라웃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하퍼도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트라웃은 이른바 ‘넘사벽’이었다. 하퍼는 조정 OPS(OPS+)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내리 트라웃에 뒤졌다. 하퍼가 기복 있는 기록을 찍는 사이, 꾸준한 트라웃은 2016년과 2019년 MVP 벨트를 하나씩 더 둘렀다.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런데 하퍼가 이번에는 진짜 뒤집기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지난해는 트라웃이 부상으로 시즌을 망쳤다. 트라웃은 종아리 부상으로 36경기 출전에 그쳤다. 반면 하퍼는 141경기에 나가 타율 0.309, 35홈런, OPS 1.004를 기록하며 생애 두 번째 내셔널리그 MVP에 올랐다. 사실 트라웃이 링에서 일찍 빠진 상태라 싱거운 레이스였다.

올해는 트라웃이 부상에서 복귀하며 건강하게 뛰고 있지만 하퍼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트라웃은 8일(한국시간)까지 52경기에서 타율 0.284, 14홈런, 30타점, OPS 0.989를 기록 중이다. 여전히 뛰어난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MVP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하퍼 또한 49경기에서 타율 0.309, 13홈런, 41타점, OPS 0.990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트라웃보다 못할 것이 없는 성적이다.

팔꿈치 부상을 안고 지명타자로 뛰면서 얻은 성적이라는 점도 놀랍다. 지명타자가 편한 것 같지만, 수비에 나서는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명타자 출전을 기피한다. 아직 완벽하게 않은 팔꿈치 상태로도 풀스윙을 통해 공을 담장 밖으로 날리는 하퍼의 스윙은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물론 누적으로는 트라웃이 훨씬 더 좋은 선수고, 트라웃은 아마 지금 은퇴한다고 해도 명예의 전당 입성이 고려될 정도의 누적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을 쌓았다. 하퍼가 은퇴까지 이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아직 두 선수는 30대 초반의 나이다. 누적이 아닌 단순한 현재 입지 자체는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그리고 하퍼는 2년 연속 우위를 통해 평가를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퍼가 트라웃에 도전할지, 트라웃이 계속 그랬던 것처럼 다시 그 도전을 물리칠지는 올해 메이저리그의 큰 화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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