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만 감독 대행 ⓒ곽혜미 기자
▲ 박진만 감독 대행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박성윤 기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의적절한 선수 투입이 빛난다. 데이터를 활용하기도 한다.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 대행이 확실하게 색깔을 내고 있다.

7월 31일을 끝으로 허삼영 감독이 자진사퇴했다. KBO 레전드 유격수 박진만 퓨처스리그 감독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현대 유니콘스-삼성 라이온즈-SK 와이번스를 거치며 우승을 두루 경험했고, 작전, 수비 코치와 퓨처스리그 감독까지 경험하며 지도자 경험을 쌓은 박 대행은 대행 4경기 만에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야구를 아낌 없이 펼치고 있다.

데뷔전은 패배였다. 3일 두산 베어스와 잠실 경기에서 삼성은 1-3으로 졌다. 5일 인천에서 만난 박 대행은 첫 패배를 돌아보며 "첫날은 이것저것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경기를 관찰했다"며 크게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을 설명했다.

4일 삼성은 확 바뀌었다. 주축 타자지만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타자들을 하위 타순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공격형 포수 강민호는 시즌 첫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고, 희생번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박 대행과 함께 퓨처스리그에서 올라온 강한울이 종횡무진 활약했다. 선발투수 원태인 투구를 필두로 마운드 운영도 흠잡을 곳이 없었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강민호 희생번트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박 대행이 선수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봤다.

5일 SSG 랜더스와 경기에서도 박 대행의 경기 운영은 빛났다. 삼성이 0-1로 뒤진 7회 오재일 선두타자 볼넷 출루로 기회를 잡았다. 박 대행은 오재일 자리에 김성윤 대주자를 투입했다. 김성윤은 2루를 훔쳤고, 강민호 적시타 때 득점해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이어 연장전에서는 이날 주춤한 김재성 타순 때 대타로 김태군을 기용했고, 김태군이 쐐기 적시타를 날렸다.

6일 경기에 앞서 SSG 김원형 감독은 "대주자로 바뀌었을 때 내심 좋았다. 한 방이 있는 오재일이 한 번 더 타석에 나설 가능성이 있었는데 교체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삼성이 점수를 뽑았다. 만약 주자가 오재일이었다면, 3루까지도 못갔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기 포인트가 7회였다"고 짚었다.

박 대행은 "박빙으로 가다가 선취점을 줬고, 바로 다음 이닝에 오재일이 볼넷으로 출루했다. 흐름을 빼앗기면 경기 후반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타자가 구자욱이었다. 상대 수비를 압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강민호가 중요한 순간에 잘 쳐줬다. 동점을 내서 흐름을 안 빼앗기고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6일 경기에서는 다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선발투수 허윤동의 전담 포수 김재성을 과감하게 선발에서 제외하고 김태군을 투입했다. 최근 경기에서 8실점으로 부진했던 허윤동과 김재성 배터리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다.

5일 경기에서 6번 구자욱-7번 이원석-8번 강민호였던 타순을 끌어올렸다. 구자욱이 3번으로 올라왔으며, 강민호가 6번에 자리를 잡았다. 이원석은 7번을 유지했다. 박 대행은 "박종훈은 베테랑들이 공략해야 하는 투수다"며 기용 배경을 밝혔다.

통산 박종훈 상대 전적에서 강민호가 0.333(15타수 5안타), 구자욱은 0.359(29타수 14안타) 3홈런, 이원석은 0.304(23타수 7안타) 1홈런을 기록했다. 박종훈에게 강한 베테랑 타자들을 타순에 두루 배치해 박종훈을 압박했다. 성과가 있었다. 이원석은 선제 적시 2루타를 날렸고, 강민호는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5이닝 75구 계획을 갖고 마운드에 올랐던 박종훈은 3이닝 만을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6-7로 끝내기 패배했지만, 시작 전략은 틀리지 않았다.

정석대로 움직이 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베테랑 신예 가리지 않고 승리만 생각하고 선수를 기용한다. 데이터 활용, 투수 교체에 대한 코치진 조언도 박 대행의 행보에 큰 힘이 되고 있다. 2019년 시즌 후부터 감독 후보로 언급됐던 '국민 유격수'가 이제는 '준비된 1군 감독'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승승장구 행보가 이어진다면, 차기 감독 후보 '0순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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