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랙] '오승환 돌부처'에는 왜 흠집이 나기 시작했을까… 인정할 것과 변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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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노쇠화라는 단어는 선수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겠지만, 지켜보는 팬들에게도 힘든 일이다.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영웅’의 내리막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오는 변화와 과정이다. ‘돌부처’ 오승환(40‧삼성)의 올 시즌도 그럴지 모른다.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클로저로 남을 오승환은 올 시즌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 여전히 삼성의 뒷문을 지키고 있지만 위압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적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오승환은 올해 4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80,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 0.763을 기록 중이다. 한국에 돌아온 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오승환의 피OPS는 0.665였으니 큰 폭으로 올랐다고 볼 수 있다. 21번의 세이브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5번의 블론세이브도 떠안았다.
타자들은 예년에 비해 오승환의 공을 더 많이 콘택트하고 있고, 헛스윙은 덜하고 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분석에 따르면, 오승환의 올해 콘택트 비율은 78.7%로 지난해(73.5%)에 비해 올랐고, 반대로 헛스윙 비율은 지난해 26.5%에서 올해 21.3%로 줄었다. 구위와 제구가 결합된 결과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오승환에게는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사실 트래킹 데이터 측면에서 극적인 변화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한 데이터 전문가는 “(불펜 투수의 특성상) 표본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월별 차이나 결론을 이끌어내는 건 어렵다. 구종 구사 비율과 로케이션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찾기도 어렵다. 구속이나 회전수, 무브먼트에서도 도드라진 차이는 없다. 오히려 올해는 4월보다 (부진했던) 7월이 더 높게 측정됐다”면서 “트래킹 데이터 관점에서는 오승환의 부진을 확실하게 설명하는 단서를 찾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전체적으로 부진했던 7월의 트래킹 수치가 떨어지기는 했으나 이를 근본적인 변화로 끌고 갈 수는 없다.
물론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이 2020년 시속 147.4㎞에서 지난해 146.5㎞로, 그리고 올해 7월까지 145.4㎞로 떨어지기는 했다. 다만 올해 7월까지 회전 수 자체는 오히려 KBO리그 복귀 후 가장 높은 분당 2248회에 이른다. 수직무브먼트도 2020년 47.84㎝, 2021년 46.13㎝, 올해 47.44㎝로 유의미한 변화를 찾기는 어렵다. 다만 타자들의 이야기와 타 구단들의 접근 방식에서 단서를 찾아볼 수는 있다.
트래킹 데이터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건 익스텐션, 즉 공을 얼마나 앞으로 끌고 나와 던지느냐다. 오승환의 2020년 패스트볼 익스텐션은 181㎝, 지난해는 182㎝였다. 그러나 올해 7월까지는 167㎝로 줄었다. 슬라이더 또한 마찬가지 변화다. 발목 부상 여파도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이 익스텐션은 4월부터 줄어 있었다. 평균 릴리스포인트 역시 지난해 171㎝에서 올해는 167㎝로 낮아졌다. 즉, 지난해까지의 투구 폼이 아니라는 것이다. 겨울 동안 뭔가의 변화가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투수들은 이 차이를 금방 잡아냈다. 김성배 ‘스포츠타임 베이스볼’ 위원 및 야구아카데미 LBS 대표는 “15㎝의 차이는 어마어마한 차이다. 키킹 동작 후 왼발을 밟는 게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오승환은 힘이 많이 들어가는 투구폼이다. 힘이 떨어진 상태에서 이 폼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왼발을 뒤꿈치부터 딱 밟는 선수이기 때문에 발목 부상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왼발을 밟는 순간 투수는 공을 던져야 한다. 더 끌고 나갈 수가 없다. 순간의 변화라 타자들이 느낄 수 없을 수는 있겠지만 익스텐션이 줄었다는 건 그만큼 타자들이 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늘어났다는 것”이라면서 “오승환은 디셉션이 좋은 폼을 가지고 있다. 안 보이다 앞에서 딱 던진다. 올해는 그런 장점이 조금 줄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는 이 차이를 느끼고 있을까. 현장에서 만난 세 명의 타격코치와 선수들 모두 “사실 그런 것을 느끼지는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올 시즌 오승환을 상대로 안타를 쳤던 몇몇 선수들 또한 “여전히 구위가 좋다. 어떻게 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한 타자는 “예전과 다르게 치지는 않았는데, 작년 같았으면 파울이 될 공이 올해 제대로 걸린 적은 있었다”고 했다. 미묘한 차이가 오승환의 성적 변화를 만들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오승환의 변화구 비중이 늘어났고, 그것을 분석한 것이 오승환 공략에 열쇠라는 평가가 많았다. A구단 타격코치는 “키킹 동작이 예전과 다른 것은 느끼지 못했지만, 힘이 떨어지고 직구가 예전과 다르게 타자들의 방망이에 밀리니 자신만의 수정을 했을 수는 있다. 예전 오승환은 직구만 보고 들어가도 파울이나 헛스윙이 나왔던 선수다. 지금은 변화구 비율이 높아지다 보니 타자들도 생각을 하고, 특정 카운트에서 변화구가 들어갈 수도 있으니 대비를 하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B구단 타격코치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B구단 코치는 “오승환의 공에 중타이밍 대처는 불가능하다. 무조건 직구 하나만 보고 가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변화구가 늘어났다”면서 “어떤 점수차, 어떤 카운트에서 변화구를 던지는지 분석해서 타자들에게 알려준다. 예측을 할 수 있다면 특히 변화구의 장타 확률은 더 높아진다. 심리적으로 변화구를 던진다는 것 자체가 오승환의 직구 자신감이 다소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 오승환은 지난 2년간 피홈런 5개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벌써 6개의 홈런을 맞았다.
즉, 타자들은 여전히 오승환 직구에 위압감을 느끼고 있지만 직구를 상대적으로 더 걷어내는 동시에 변화구 공략에서 장타 실마리를 찾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만하다. 올해 7월까지 오승환의 슬라이더 수직무브먼트는 24.87㎝로 지난해(21.62㎝)보다 늘었다. 덜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슬라이더의 헛스윙 비율은 최근 3년간 37.9%→43.7%→27.7%로 떨어졌다. 결국 슬라이더의 위력도 패스트볼과 연계됨을 알 수 있다. 오승환 같은 선수들은 더 그렇다.
김성배 위원은 “오승환은 직구 구위가 워낙 좋기 때문에 변화구가 사는 선수”라고 했다. B구단 코치 또한 “사실 오승환의 변화구 자체가 엄청난 위력을 가진 건 아니다. 슬라이더가 살 수 있었던 것은 직구의 위력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변화구 타이밍에 나가다가도 직구가 커트되는 부분들이 예전보다 늘었다”고 했다. 한편으로 KBO리그에서 150㎞를 던지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오승환 직구의 희소성이 다소간 줄어든 환경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패스트볼 구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오승환도 나름대로 향후 몇 년을 본 투구 패턴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8월 들어서는 익스텐션이 소폭 늘어나는 등 약간의 변화도 보이고 있다. 돌부처의 딱딱한 표정 뒤에, 해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레전드의 노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A구단 타격코치는 “어쨌든 그 나이까지 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다만 패스트볼 구위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니, 변화구 다양화로 앞으로의 해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패스트볼 구위와 연동될 수밖에 없는 과제로 오승환이 점차 해법을 찾아갈 수 있을지도 흥미로워졌다. 어쨌든 오승환도 영원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변화가 필요해진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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