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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사이에 한뼘 더 자란 박성한… 지금 SSG에 필요한 건 자부심과 뻔뻔함

작성일: 2022.10.02 07:0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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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한은 실책의 악몽을 하룻밤 사이에 훌륭하게 털어냈다 ⓒSSG랜더스
▲ 박성한은 실책의 악몽을 하룻밤 사이에 훌륭하게 털어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9월 30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SSG 선수단은 1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경기장에 나왔다. 몸은 당연히 피곤했다. 그러나 승리라는 강력한 각성제는 그 체력 부담을 한결 덜어주고 있었다. 스트레칭을 위해 모인 선수들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유독 얼굴이 어두운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주전 유격수인 박성한(24)이었다. 가볍게 훈련을 마친 박성한은 더그아웃에서 말없이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코칭스태프나 동료들도 특별히 말을 걸거나 평소처럼 장난을 치지는 않았다.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박성한은 9월 30일 인천 키움전에서 하루에만 실책 세 개를 저지르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것도 8회부터 연장 10회까지 3이닝 연속 실책이 나왔고, 실점으로 이어진 실책도 있었다. 경기의 중요도, 그리고 빡빡한 점수차를 고려하면 팀의 승리 확률을 꽤 깎은 장면들이었다. 만약 경기에서 졌다면 심리적인 데미지가 꽤 컸을 법한 하루였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타구는 아니었다. 박성한의 평소 수비 능력이라면 능히 처리할 수 있는 공이었다. 하지만 8회 첫 실책이 박성한의 눈을 어지럽히고, 발을 무겁게 했고, 그 악순환이 끝까지 이어졌다. 박성한의 얼굴 표정도 계속해서 굳어 있었다. 경기 막판 혼신의 전력 질주는, 아마도 그 실책을 조금이나마 만회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김원형 SSG 감독은 1일 KIA전을 앞두고 “성한이한테 ‘실책을 한 것 자체로 나는 특별한 게 없다, 잊어버리자’고 이야기했다. 어제 경기 마지막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는 ‘실책을 빨리 잊어버리고 타석에만 집중하자’고 했다. 그리고 그 타석에서 내야안타가 나왔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경기에서 이긴 뒤, 또 하룻밤을 자고도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마음의 짐을 단번에 덜었을 리는 없었다.

팀이 치열한 순위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연이은 실책을 저질렀으니 아마도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었을 수도 있다. 프로선수라면, 주전 선수라면 누구나 다 겪는 일이다. 하지만 야구는 내일 또 새로운 경기가 있다. 전날의 좋지 않은 기억을 빨리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경기에 들어가는 것 또한 엄연한 선수의 능력이다. 

다행히 박성한은 빨리 털어냈다. 1일 광주 KIA전에서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였다. 특히 0-0으로 맞선 2회 1사 1루에서 박동원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 선행주자를 2루에서 아웃시킨 건 진기명기였다. 이후에도 자신의 책임 구역으로 날아오는 공은 물론 더블플레이까지 성공시키는 등 별 문제없이 경기를 마쳤다. 여전히 웃음기는 없었지만, 박성한은 금세 원래의 박성한으로 돌아와 있었다. 자신도 알게 모르게, 하룻밤 사이에 한뼘을 더 자랐다.

▲ SSG 선수단은 지금까지 해온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SSG랜더스
▲ SSG 선수단은 지금까지 해온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SSG랜더스

SSG는 올 시즌 개막 이후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시즌 중간중간 많은 팀들이 SSG의 1위 자리를 노렸지만 모든 도전을 다 물리쳤다. 그 와중에 체력은 물론 정서적인 소모도 엄청났다. 한 시즌 내내 “1위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을 달고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마라톤으로 따지면 페이스메이커가 42.195㎞를 모두 1위로 완주하는 셈인데, 이는 거의 없는 일이다. SSG는 지금 그 대업을 하려 한다. 보통의 마음가짐으로는 힘든 일이다. 

이처럼 지금까지 모두가 고생을 했던 것을 알기에 찬스를 살리지 못하거나, 실점하거나, 실책을 저질렀을 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최근 흔들리는 불펜투수들이 자기 공을 100% 못 던지는 것 또한 이와 연관이 있다. 김 감독도 “엊그제 경기(9월 29일 인천 키움전)로 불펜투수들이 위축이 됐던 것 같다”면서 “결과가 안 좋은 다음 날 또 경기에 나가야 하는 게 불펜의 숙명”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어쩌면 이럴수록 필요한 건 자부심과 뻔뻔함이다. 현재의 순위와 구단 역사상 최다승 타이(88승) 성적은 모든 선수들의 힘을 합쳐 만들어낸 성과다. 크든 작든 모든 선수들이 지분을 보탰다. 자신이 팀에 공헌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때로는 주위의 눈치를 살피는 미안함보다는 “내가 올해 지금까지 해준 게 있는데”라는 뻔뻔함도 있어야 위축되지 않고 팀이 돌아간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큰 경기가 기다리는 SSG다. ‘챔피언 마인드’ 구축은 팀의 마지막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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