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의 언중유향]벤투 감독이 높여 놓은 선임 기준, 누가 만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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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공항, 이성필 기자] 2018년 9월 파울루 벤투 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김판곤 전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현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전과 비교해 듣기 어려웠던 흥미로운 감독 선임 기준을 제시했다.
감독의 철학이 확고해야 한다는 것은 그렇다 치고 ▲월드컵 지역 예선 통과 경험 ▲대륙 대회 우승 경험 ▲세계적인 수준 리그 우승 경험을 선임 기준으로 내세웠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을 이끌고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4강에 간 것과 2014 브라질 월드컵 유럽 예선 통과 후 본선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경험을 갖고 있었다. 선임 당시 근접했던 2016년 크루제이루(브라질), 2016~2017 올림피아코스(그리스), 2018년 충칭(중국)에서 특별한 성적을 내지 못했던 지도자였지만, 국가대표로는 분명 결과물을 냈다.
물론 포르투갈 내에서 벤투 감독에 대한 평가는 다소 박했다. 2018년 9월 포르투갈 축구협회 취재 중 만났던 협회 임직원이나 취재진 일부는 "벤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데리고 '유로 4강 밖에' 감독이다"라며 실패의 이미지를 씌웠다.
하지만, 발전과 일관된 지도력을 원했던 한국에서는 적어도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로 성공이라는 결과물을 창조했다.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이라는 절대 쉽지 않은 상대들에 전혀 밀리지 않았고 16강 브라질을 상대로도 담대하게 경기했지만, 1-4로 패해 8강 진출을 다음 대회로 미뤘다.
카타르의 성과는 축구팬은 물론 국민들에게 '차기 감독의 조건'에 벤투 감독의 역량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을 남겼다. 안정적 빌드업에 기반한 주도적인 축구를 4년 넘게 이식하는 뚝심과 고집 사이의 줄타기를 제대로 해낸 결과다. 1년짜리 감독을 양산했던 과거에 지친 팬들이 더 느겼다.
4년 4개월 전의 선임 기준에 대입하면 차기 감독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이용수 위원장)가 주도하게 된다. 기준이 전과 같을지 또는 목표 설정이 달라져 변화가 있을지는 전적으로 강화위의 몫에 달렸다.
하지만,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상황이 또 다르다. 48개국 출전으로 아시아 출전권은 기존의 4.5장에서 8.5장으로 대폭 늘었다. 적어도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던 한국 수준이라면 지역 예선 통과 걱정은 내려놓고 본선 지향적인 팀으로 전체 리듬을 가져가야 한다는 뜻이다. 역대 예선 통과 과정에서 2위 밑으로 내려갔던 역사가 없다. 지역 예선 방식이 바뀌더라도 한국의 목표가 1차적으로 본선 진출이라면 더 그렇다.
48개국 체제에서 조 구성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3개 팀씩 16개조로 나눠 조 2위까지 32강에 진출시켜 녹아웃 스테이지를 치르게 하거나 4개 팀씩 12개 조로 나눠 1, 2위가 직행하고 3위 중 성적이 좋은 8팀을 올려 역시 32강부터 진행할 것인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일단 "차기 월드컵에서 본선 2경기만 하고 한국에 올 수 있다"라는 우려를 지우는 것은 선결 조건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본선 경쟁력에 적합한 지도자가 분명하게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외국인 할 것 없이 지역 예선 통과 경험은 선수 시절, 지도자를 막론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월드컵 본선이나 대륙 대회 본선, 유럽클럽대항전(UCL. UEL 등) 경험이 필요한 이유다. 32강이 기본이 된다면 더 풍부한 대회 경험자가 필수다.
중간에 있는 2023 아시안컵은 1차 역량 시험 무대다. 벤투 감독은 2019년 대회 8강에서 카타르에 밀려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지만, 교훈을 안고 2차, 최종 예선을 치른 뒤 본선에서 극대화에 성공했다. 대륙 대회 우승 경험이 있으면 좋지만, 없더라도 팀을 단일 대회에서 끌고 가는 역량을 보여야 본선에서 높은 곳을 바라보는 것도 사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벤투 감독을 역대 최장수 감독으로 만들어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카타르 월드컵 본선까지 계약한다고 못을 박고 믿음을 줬기에 전체적으로 흔들림 없이 현재까지 왔다. 차기 감독 계약 기간을 두고 '1+3'이니 '2+2'니 번들 상품이 난무하는 것은 지도자의 역량을 제약하는 악조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정이 충실해야 어떤 결과물을 받아 들어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을 카타르가 알린 교훈이다.
13일 축구협회 이사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팬들의 수준이 높아진 것, 한 지도자에게 다년 계약의 믿음이 있어야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에 대체로 인식을 같이했다. 그래서 국, 내외를 막론한 후보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봐야 옳다"라고 전했다.
대표팀을 경험했던 지도자 A씨는 익명을 전제로 "월드컵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무대다. 지도자 생명이 걸린 문제다. 국내, 외국인 할 것 없이 임기 보장은 기본 조건이다. 축구협회는 감독에게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면 이를 막아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벤투 감독은 임기 보장을 믿고 비판을 혼자 다 맞은 지도자였다"라며 "차기 지도자도 벤투 감독에 준하는 능력과 결과를 내야 한다면 같은 조건이 조성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벤투 감독은 이날 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모국 포르투갈로 떠났다. 그를 배웅나온 2백여 팬은 "벤버지~", "감사해요"를 외치며 기쁨으로 보냈다. 벤투 감독도 손을 흔들며 아름답게 떠났다. 4년 뒤에도 같은 그림을 또는 연임에 찬성 한다며 박수칠 지도자를 만들기 위해 축구협회가 명확한 기준을 세워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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