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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223승 투수는 왜 75㎞ 아리랑볼을 던졌을까… 기술과 규정이 만든 해프닝

작성일: 2023.03.15 18:0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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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범경기에서 75km짜리 공을 던져 화제를 모은 잭 그레인키 ⓒ연합뉴스/AP통신
▲ 시범경기에서 75km짜리 공을 던져 화제를 모은 잭 그레인키 ⓒ연합뉴스/AP통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0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빅리그 19시즌 동안 223승을 거둔 잭 그레인키(40‧캔자스시티)는 훗날 명예의 전당 입성이 가능한 투수로 평가된다. 젊은 시절에는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신체 능력이 떨어진 경력 후반부에는 정교한 제구와 타자의 허를 찌르는 경기 운영으로 오랜 기간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레인키를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이퓨스볼’이다.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느리게 날아가는 공을 말하는데 그레인키는 시속 90마일 대의 공을 던지다 가끔씩 60마일 대의 공을 섞으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데 능하다. 그런데 그런 그레인키가 15일(한국시간)에는 어쩌면 자신의 최저 구속을 경신했을지 모른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다.

15일 신시내티전에 선발 등판한 그레인키는 0-0으로 맞선 1회 2사 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 프렐리를 상대했다. 1B-1S의 카운트에서 뭔가를 망설이던 그레인키는 가볍게 공을 던졌는데 이 공은 47마일(약 75㎞)이 나왔다. 공은 힘없이 날아가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난 아래쪽에 박혔다. 프렐리도 어이가 없다는 듯 아예 타격을 포기해 버렸다. 

상대를 농락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아무리 이퓨스볼을 잘 구사하는 그레인키라고 하더라도 47마일의 공을 던질 정도로 한가한 신세는 아니다. 이유는 첨단 기술과 새로운 규정의 복합이었다.

메이저리그는 최근 피치콤을 도입했다. 사인 훔치기를 방지하고 사인을 교환하는 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전자기계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레인키는 포수의 사인을 기다리다 뭔가 망설였다. 피치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때로 주변 전파와 간섭이 있을 때 피치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몇몇 있다. 

그레인키는 사인이 들어오지 않자 허벅지를 툭툭 치며 사인을 보내줄 것을 재촉했지만 잠시 먹통이 된 기계가 바로 작동이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단 볼을 각오하고 공을 던졌는데 이 공이 47마일이 찍힌 것이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었다. 메이저리그는 올해부터 피치 클락 제도를 새롭게 도입했다. 투수는 포수로부터 공을 받은 뒤 주자가 없을 때는 15초, 주자가 있을 때는 20초 내에 투구를 마쳐야 한다. 위반하면 자동으로 볼이 선언된다. 피치콤이 작동되길 기다리면 어차피 볼이었다. 그럴 바에 그냥 47마일이라도 공을 던지는 선택을 한 것이다. 

올해 캔자스시티와 다시 1년 계약을 한 그레인키는 어쩌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면 피치 클락은 선수 생활의 말년에 1년만 경험한 채 끝날 수도 있다. 어쨌든 피치콤의 오류가 피치 클락과 연관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각 구단들의 대비도 철저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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