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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과 거꾸로 가는 KBL, 9일 이사회 어떤 결정 내릴까(상)

작성일: 2016.06.08 22:07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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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프로 스포츠이며, 동계 스포츠를 대표하는 인기 종목인 한국 프로 농구가 2000년 이후 급격한 침체기를 맞으면서 팬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는 2016-2017 시즌을 앞두고 있는 한국 프로 농구의 인기 회복을 위해 관련 단체와 관계자들이 노력하고 챙겨야 할 내용을 정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농구는 자생력을 확보한 스포츠 콘텐츠로 평가 받는다. 예전과 달리 전 경기 TV 중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15년 연속 100만 관중 이상을 동원했다. 2015~16 시즌에도 약 103만 명이 경기장을 찾아 농구를 즐겼다. 시즌 개막 전 승부 조작 의혹, 불법 스포츠 도박이라는 대형 악재에도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평이다. 지난 1월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KBL 올스타전은 관중 9,347명을 기록해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 프로농구 '버즈 양'만 봐도 여전히 농구가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디자이너 김종래, 자료 출처 - KBL
특정 주제에 관해 온라인에서 언급된 횟수를 가리키는 '버즈 양'에서도 농구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다음 등 뉴 미디어와 여러 일간·주간지, SNS(사회연결망서비스), 방송사 등에서 이번 시즌 프로 농구가 언급된 횟수는 약 84만에 이른다. '겨울 스포츠 맞수' 프로 배구보다 약 2배 가까이 많다. 이러한 지표들은 농구가 여전히 겨울 스포츠로서 시장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 팬과 멀어지는 마케팅

그러나 KBL의 마케팅 행보는 이러한 '팬심'을 생산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엇박자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3월 3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모비스와 원주 동부의 챔피언 결정전 '촌극'이다. 애초 오후 7시에 열리기로 했던 이 경기는 지상파 TV 중계 관련 문제로 2시간 앞당겨졌다. 이날은 화요일이었다. 직장인은 물론 중·고등학교 학생도 평일 오후 5시는 경기장을 제때 방문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또 이미 예매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경기 시간 변경을 알렸다. 여러 뉴 미디어와 농구 커뮤니티에는 KBL의 무원칙 행정을 향한 불만으로 도배됐다. 챔피언 결정전 최소 관중 기록도 새로 썼다.

울산 동천체육관은 성난 ‘팬심’으로 들끓었다. 농구 팬들은 '먹고살기 바쁜 평일, 5시 시작이 왠 말이냐' '소통 없는 독재 정치, 김영기는 물러가라' 등 거친 문장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며 KBL의 원칙 없는 변경 결정을 성토했다. 마케팅의 기본도 지키지 못한 처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프로 스포츠 리그는 경기장을 직접 찾는 팬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 모든 프로 구단 경영의 대전제다. 팬과 멀어지는 마케팅은 리그 존속을 위협한다.

이밖에도 팬의 마음을 읽지 못한 KBL의 결정은 많다. 살아 있는 전설들이 위대한 기록을 세울 때마다 KBL은 제스처를 보이지 않았다. 서울 삼성 가드 주희정이 정규 시즌 첫 900경기 출장의 금자탑을 쌓았을 때나 동부 센터 김주성이 통산 리바운드 2위에 올랐을 때 어떠한 축하 행사도 준비하지 않았다.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제 발로 걷어찬다는 인상을 팬들에게 심어 줬다.

마케팅의 기본은 '스토리'다. 이야기를 만들어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은 순간을 머릿속에 각인하게 하는 게 마케팅의 기본이다. 스포츠에서 기록만큼 스토리를 구성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KBL의 무심한 행보는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미국 프로 농구(NBA)에선 선수가 진기록을 세우는 순간 경기를 잠시 멈추고 작은 이벤트를 벌인다.

◆ 일관성 없는 정책과 허약한 조직

현장과 소통하지 않는 KBL의 독단적인 정책 결정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밀실 행정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0구단 감독들은 '감독자 회의 무용론'을 언급한다. 아무리 감독끼리 모여 의견을 나눠도 단 한번도 감독의 목소리가 이사회 결정에 반영된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 선발과 관련한 많은 제도 손질도 밀실에서 이뤄진 결정이었다. 프로 농구계에는 고질적인 '구조적 불통'이 자리하고 있다.

프로 농구는 지난해 흥행 참패로 한 시즌 만에 폐지된 '9월 개막', 시즌이 치러지는 가운데 열린 신인 드래프트, 일관성 없는 외국인 선수 쿼터별 출전 제한 등 여러 부문에서 허점을 보였다. 3개의 사례 모두 전 세계 프로 스포츠 리그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2015~2016 시즌에 벌어진 3차례 촌극을 단순 해프닝으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모두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감독-프런트-KBL 사이의 정기적인 '대화 통로'가 없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일례로 전, 현직 감독들 가운데 몇몇은 "외국인 선수를 드래프트가 아닌 자유계약제로 뽑아야 한다. 트라이아웃으로는 좋은 기량의 선수를 뽑기가 매우 어렵다.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KBL은 대화할 기미가 없다.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일관성 없는 정책은 중계권 결정 과정에서 갈팡질팡하는 등 유망한 프로 스포츠 단체로서 위상을 의심케 한다.

조직 자체의 힘도 그리 탄탄하지 못하다. 단체의 힘은 결국 '돈줄'에서 나온다. 자금이 풍부하면 그만큼 단체 운영의 폭과 세기를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그런데 KBL은 가장 큰 수익원인 중계권료 결정 과정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아 스스로 재정을 더 악화하는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9월 중국 후난성에서 열린 제 28회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는 경제적 타격을 입은 KBL의 민낯이 고스란히 나타난 무대였다. KBL은 대표팀을 거의 지원하지 못했다.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비행기 좌석 등급과 열악한 숙소, 도시락 질 등에서 여러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농구협회가 대표팀 운영의 핵심이긴 하지만 KBL도 국제 대회 호성적이 주는 효과를 알기에 그동안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확실히 손을 뗐다. 취약한 환경에 노출돼 경기장 안팎에서 대표팀이 홍역을 치르는 동안 KBL은 어떠한 리더십도 보여 주지 못했다.

이유는 많았다. 돈줄이 마르기도 했거니와 시즌 개막 전 승부 조작 의혹, 불법 스포츠 도박 등 대형 악재로 제 몸 챙기기도 바빴다. 그러나 결국은 외부 변수에 대응하는 조직의 힘이 약했던 게 가장 크다. 리더십 부재가 허약한 KBL을 만들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흥행 키워드, 오직 뉴미디어에서 젊은 팬들과 소통

농구는 '겨울 스포츠 맹주' 자리를 배구에 내줬다. TV 시청률을 보면 뚜렷이 나타난다. 남자 배구-농구의 시청률 간격이 2013~2014시즌 0.68%p에서 지난 시즌 0.79%p로 벌어졌다. 최근 2년 동안 남자 배구는 평균 시청률 1%대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 간 반면 남자 농구는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여자 농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연세대 농구부', '3대3 길거리 농구', '슬램덩크 신드롬' 등 수많은 스포츠·문화 키워드를 생산했던 1990년대~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 10·20대 SNS 이용률 ⓒ 디자이너 김종래, 자료 출처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프로 농구의 인기 회복 밑그림에는 '농구 인구 증가'가 자리해야 한다. 길거리 코트에서 농구를 즐기고 경기장을 찾아가서 선수를 응원하는 문화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10~20대 젊은 층을 ‘농구 문화의 장(場)으로 발 들이게 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젊은 층 유입이 필요하다면 먼저 그들이 어떤 플랫폼으로 문화를 즐기는지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TV 바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면서 SNS(사회연결망서비스), 뉴 미디어가 주된 스포츠 문화 소비의 창(窓)으로 애용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10대와 20대의 SNS 이용률은 50%를 넘겼고 평균 이용 시간도 1시간을 웃돌고 있다. 이용률에서 TV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TV 편성 권력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 여러 정치·경제·사회 콘텐츠가 변화하는 디바이스와 플랫폼 환경에 맞춰 수시로 업데이트 되고 있다. 농구도 이러한 거대한 흐름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

▲ 10·20대 SNS 평균 이용시간 ⓒ 디자이너 김종래, 자료 출처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사회학자 마뉴엘 카스텔은 현대 사회의 본질을 관통하는 개념으로 '공유'를 언급했다. 독점이 아닌 '공유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KBL은 "공유하는 것이 문화다(Culture of sharing)"라는 카스텔의 말을 좌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꼼꼼하고 성실하게 긴 호흡으로 사유해야 한다.

한국 프로 스포츠가 늘 외국 스포츠 리그를 부러워했던 부문은 눈에 보이는 인기도 있지만 무엇보다 종목 전반에 흐르는 단단한 '리그 문화'였다. 탄탄한 저변을 마련하기 위해선 결국 문화를 창출하고 그 문화를 땅속 깊숙이 심어야 한다. 농구가 팬들 머릿속에 공유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혀야 한다. 이용자는 팬들이다. KBL이 정책 기조를 잡을 때 늘 머릿속에 유념해야 할 사실은 생각보다 명료하다.

한편 2016~2017시즌을 앞두고 9일 KBL 이사회가 열린다. 또다시 지난 시즌 문제점을 펼쳐 놓은 뒤 보기 좋은 모양새로 봉합하는 것을 반복한다면 반걸음도 앞으로 딛지 못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다. 이용자(팬)의 시선으로 위기 국면을 바라봐야 한다. 빠른 속도로 얼굴을 바꾸는 미디어, 디바이스, 플랫폼 환경에 대한 '똑똑한 고민'이 테이블 위에서 다뤄져야 한다. 팬들과 멀어지는 결정을 이사회에서 내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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