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석 ⓒ 맹봉주 기자
▲ 이원석 ⓒ 맹봉주 기자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원석(25, 207cm)은 2021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서울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2순위는 하윤기(수원 KT), 3순위가 이정현(고양 소노)이었다.

예상을 깬 결과였다. 당시 유력한 1순위 후보는 하윤기였다. 가드가 필요한 팀이라면 이정현도 1순위로 좋은 선택지였다. 

삼성은 이원석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봤다. 드래프트 현장에서 이원석의 이름을 부른 당시 삼성 이상민 감독(현 부산 KCC 감독)은 "거짓말 안 하고 트라이아웃 30분 전에 결정했다. 장고를 했다. 성장 속도로 보면 이원석이 낫다고 생각했다. 선택에 후회는 안 한다"며 "원석이는 큰 키에 스피드가 좋다. 고교 때 처음 봤는데 그 사이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더라. 또 성실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원석이 같은 사이즈의 빅맨 자원은 잘 나오지 않는다. 고심 끝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4년이 지났다. 이원석은 지난 시즌 49경기 평균 23분 51초 뛰며 10.69득점 5.63리바운드 야투 성공률 48.4%를 기록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경기당 두 자릿수 점수를 올렸다. 대표팀에도 뽑히며 인상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1순위인 점을 고려해도 연차를 생각하면 빠르게 자신의 농구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그동안 이원석은 늘 하윤기, 이정현과 비교됐다. 드래프트 동기이자 라이벌들인 이 두 명이 잘해도 너무 잘했다.

먼저 하윤기는 이미 프로 2년 차에 평균 15.29득점 6.35리바운드를 찍었다. 3년 차 땐 챔피언결정전까지 경험했다. 

이정현은 최근 세 시즌 연속 평균 15득점을 넘겼다. 지난 두 시즌은 국내선수 중 득점 리그 1위였다. 팀 성적만 뒷받침되면 MVP는 언제든 받을 수 있는 활약을 보였다.

▲ 이원석(오른쪽) ⓒ KBL
▲ 이원석(오른쪽) ⓒ KBL

상대적으로 이원석은 아쉬웠다. 삼성 외국인 선수 코피 코번과 호흡은 좋지 않았다. 다재다능하다는 게 때로는 독이 됐다. 하윤기의 운동능력, 이정현의 득점력처럼 자신만의 확실한 트레이드 마크를 만들지 못했다.

지난 7월엔 아시아컵에 나갈 대표팀 최종명단에서 떨어졌다. 하윤기, 이정현은 대표팀에 승선했다.

이원석은 프로 데뷔 후 줄곧 하윤기, 이정현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 "너무 부담이었다. 동기부여도 됐지만 부담이 매우 컸다. 지난 시즌에서야 처음으로 숨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팀 성적은 아쉽지만 그나마 개인적으로는 마음의 짐이 조금 덜어진 것 같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라 열심히 해서 모든 짐을 다 덜어내야 한다"며 "대표팀에 계속 있었으면 많이 배웠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평가전을 뛰면서도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은 이렇게 미리 소속팀에서 몸을 만들고 감독, 코치님들과 훈련하고 스킬트레이닝을 하면서 준비를 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달라진 마음가짐을 알렸다.

분명 더 성장할 여지가 많이 있다. 이원석, 하윤기, 이정현의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레이스에 앞서가기 위해선 우선 기복을 줄여야 한다. 이원석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멘탈 문제인 것 같다. 경기 시작하고 첫, 두 번째 공격이 잘 풀리면 그때부터 이것저것 다 수월하게 흘러간다. 그런데 반대로 초반 공격에서 실책을 한다든가 말도 안 되는 플레이가 나오면 한순간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 지난 시즌부터는 극복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자신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삼성은 지난 4시즌 연속 꼴찌였다. 삼성이 최하위에서 탈출하려면 이원석이 팀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원석은 "이번 시즌 숙제다. 감독님이 계속 내가 이 팀의 주인이 되라고 말씀하신다. 많은 걸 해야 한다고 얘기해주신다"며 "이제 프로 5년 차다. 데뷔 첫해는 (김)시래 형이 많이 챙겨줬다. 프로 인생을 책으로 표현하면 시래 형이 첫 장을 열어줬다. 그 다음은 (이)정현(원주 DB)이 형이다. 정현이 형과 오래 있으면서 농구선수로서 큰 틀이 정말 많이 만들어졌다. 이제 시래 형은 은퇴했고 정현이 형은 다른 팀으로 갔다. 다음 장은 내가 직접 써야 한다"고 달라진 각오를 전했다.

▲ 이원석을 도와줄 조력자들은 많아졌다 ⓒ KBL
▲ 이원석을 도와줄 조력자들은 많아졌다 ⓒ KBL

지난 시즌이 끝나고 삼성은 대대적으로 전력을 개편했다. 코번 대신 지난 시즌 득점 2위 앤드류 니콜슨을 영입했다. 이관희를 비롯해 정통 포인트가드인 한호빈, 슈터 이근휘를 데려오며 약점을 지우려했다. 

이원석은 여름부터 팀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굉장히 긍정적으로 변했다. 새로운 형들이 새벽부터 이른 운동을 한다. 자연스럽게 팀 문화로 자리가 잡힌 느낌이다. 형들이 열심히 하니까 밑에 있는 동생들도 다같이 으쌰으쌰 따라하는 분위기다. 전체적으로 선수들 열정이 커졌다"고 밝혔다.

특히 니콜슨, 한호빈 합류가 반갑다. 니콜슨은 외곽슛이 강점인 선수. 이원석이 골밑에서 활동할 공간을 마련해준다. 선패스 마인드인 한호빈이 있어 자리만 잘 잡으면 언제든 손쉽게 득점할 기회가 올 것이다.

이원석은 "가스공사와 붙을 때 니콜슨을 보면서 '와 저런 선수랑 한 번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감사하게도 우리 팀에 왔다. 너무 고맙다. 엄청난 베테랑 아닌가. 자기 농구뿐 아니라 동료들과 대화를 자주하면서 분위기를 크게 풀어주려고 한다. 상대팀으로 오래 봐서 어색한 것도 없다"며 "사실 이번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한)호빈이 형이 우리 팀에 오면 진짜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호빈이 형은 농구를 정말 예쁘게 잘한다. (이)관희 형에 KBL에서 슛 좋기로 손에 꼽히는 (이)근휘 형도 있다. 꽉 막힌 농구가 아니라 재밌는 농구를 할 것 같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새 시즌 목표를 묻자 빠르게 답이 나왔다. "6강을 가는 게 목표다. 일단 6강에 가면 내가 원하는 건 부가적으로 다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시즌 플레이가 내 전부는 아니었단 걸 더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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