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덕의 격투기 명승부] 표도르에게 졌다, 권총을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URL복사

알롭스키는 2013년 9월 미국 뉴스 사이트 셔독(sherdog.com)과 인터뷰에서 "멍청했다. 예멜리야넨코 표도르(39, 러시아)에게 플라잉 니킥을 시도하다니…. 난 웬만하면 그런 공격을 하지 않는다. 뛰어올랐을 때 순간 정신을 잃었다"고 돌아봤다.
2009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혼다 센터에서 열린 어플릭션(Affliction) 두 번째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알롭스키는 표도르와 만났다.
알롭스키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5연승하고 있었다. 표도르가 '60억분의 1'이라고 불리며 당대 최고의 헤비급 파이터라고 추앙 받고 있었지만 자신감이 넘쳤다. 그에게 첫 번째 펀치 KO패를 안겨 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경기는 알롭스키의 계획대로 흘러갔다. 키 193cm 알롭스키가 182cm 표도르와 타격전에서 밀리지 않았다. 게다가 테이크다운도 잘 막았다. 표도르는 펀치를 던지며 상대의 품 안으로 들어가 클린치에서 테이크다운을 연결하는 동작이 매우 빠르다.
알롭스키는 대비가 잘돼 있었다. 테이크다운을 방어하고 오히려 덧걸이로 표도르의 중심을 흔들었다. 클린치에서 표도르에게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다시 시작된 타격전. 알롭스키가 표도르를 원투 스트레이트로 몰아붙였다. 원투, 원투, 원투. 표도르가 뒤로 물러서자 알롭스키는 왼발 앞차기로 표도르를 코너 끝까지 밀었다. 알롭스키는 자신감이 붙었다. 경기를 끝낼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기습적인 플라잉 니킥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게 결정적인 오판이었다.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던 표도르는 힘껏 오른손 훅을 휘둘렀고 공중에 뜬 알롭스키의 턱을 정확히 때렸다. 미사일에 요격된 폭격기처럼, 전기 파리채에 맞은 모기처럼 알롭스키는 공중에서 정신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풀썩 쓰러진 그는 곧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승패가 결정된 뒤였다. 1라운드 3분 14초 KO패, 알롭스키의 잊고 싶은 기억은 그렇게 머릿속에 깊이 박혔다.

알롭스키는 "러시안룰렛은 16살에 처음 했다. 그리고 30살에 두 번째였다. 아무런 의지가 생기지 않을 때가 있다. 신부님과 대화했다. 그는 내게 시를 읽어 줬다"고 고백했다.
러시아 올림픽 국가 대표 스포츠 심리 치료사와 상담하기도 했다는 그는 "패배하고 많이 울었다. 표도르에게 지고 많이 울었고, 로저스에게 지고 많이 울었다. 놀랄지 모르지만 난 떠난 연인(플레이보이 모델 패트리샤 미쿨라)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 위기를 넘기고 마음을 다잡은 알롭스키는 다시 일어났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6승 1패 1무효 전적을 쌓은 뒤 UFC 헤비급으로 돌아왔다. 브랜든 샤웁, 안토니오 실바, 트래비스 브라운, 프랭크 미어를 연파했다.
올해 스티페 미오치치와 알리스타 오브레임에게 졌지만,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은 다시 일어날 것이다.
알롭스키는 여전히 표도르와 재대결을 원한다. 표도르를 꺾어야만 어두운 기억에서 완전히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2012년 은퇴를 선언한 표도르가 지난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반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표도르가 돌아온다면, 그는 반드시 세계 최고의 단체로 와야 한다. 그곳이 바로 UFC다. 난 언제나 내 선수 경력에서 실수한 것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해 왔다.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는 내가 다음에 붙고 싶은 상대다. 나와 그의 재대결은 모두가 당장 보고 싶어 하는 경기다. 난 내 팬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표도르는 오는 18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유라시아 파이트 나이트(EFN)에서 UFC 라이트헤비급 출신 파비오 말도나도(36, 브라질)와 맞붙는다. UFC 진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지만 지금은 밖에서 돌고 있다.
표도르가 UFC와 계약한다면 알롭스키는 만세를 부르며 달려들 것이다. 공교롭게도 표도르는 옥타곤에 진출하면 파브리시우 베우둠을 원한다고 한다. 2010년 6월 베우둠에게 트라이앵글-암바로 진 뒤 표도르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복수. 파이터들이 마음속 깊이 담아 두고 있는 불꽃이다. 표도르가 UFC에 진출해 기름을 붓는다면 옥타곤 안이 복수의 불꽃으로 가득찰 수 있을 텐데. 정체돼 있는 UFC 헤비급이 뜨거워질 것이다.
관련 추천 기사
SPORTS TIME(구) 관련 기사
추천 콘텐츠
-
'이럴 수가' 中 벌벌 떤다 "이제 일본 배워야 해"…중국계 하리모토 남매 동반 우승→"탁구대-공 바꿨잖아" 황당 주장까지
2026-08-12
-
"누군가 해야 했던 일", "차량 폭발할 수도" 광주FC 선수단, 사고 차량으로 주저 없이 뛰어...큰 인명피해 막았다
2026-08-12
-
'38승 1패' 안세영 질주에 제동 걸었던 '재발성 통증'…"왼발이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견딜까" → "80~90% 회복" 자신
2026-08-11
-
박지성 참담한 반응, '심판 성접대' 파문에 "韓축구 안 좋은 상황, 깊은 고민 필요해" → 축구협회장 선거부터 확 바꾼다
2026-08-11
-
대한민국 또 한번 도전하는 세계 무대, U-17 월드컵 100일 앞 ‘성큼’
2026-08-11
-
韓 축구 스트라이커 괴력 '공주님 안기' 화제…"어떤 응급 들것보다 빨랐다, 이호재 괴력은 팀워크의 모범"
2026-08-11
많이 본 기사
-
한국 아이돌 비주얼, 한국 잡는 실력까지…日 배드민턴 초미녀, 코리아마스터즈서 韓 혼합복식 제압 → 2주 연속 우승
2026-08-10
-
前 KIA 위즈덤 미쳤다, 이러다 21세기 기록까지 깨나… 전광판 직격 초대형 홈런, 맞으면 넘어간다
2026-08-10
-
안세영에게 '세계선수권 5회 메달리스트' 온다…"17년 만에 안방 개최인데 우승길 험난" 인도 언론은 한숨→홈 이점+시드 호재 얻은 'WC 강자'와 준결승 빅뱅 가능성
2026-08-10
-
원태인vs김백산 치열한 진실 공방?…"너 거짓말 좀 하지 마"-"밥 언제 사주실 거예요?"
2026-08-11
-
"KIA에 복수하겠다" 김도영-김태군 이름까지 똑똑히 기억 중…페덱의 복수혈전 결말은?
2026-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