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타임] 불모지에 뿌리는 씨앗, 그리고 메달이라는 결실…"여자야구, 세계적으로 더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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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정현 기자 / 이강유 영상기자] “한국 여자야구를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더 알리고 싶다.”
2023년은 한국 여자야구 대표팀에 중요했다. 양상문(62)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초호화 코치진과 함께 약 4년 만에 국제대회를 치르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여자야구 월드컵’을 목표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만약 아시안컵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해 여자야구 월드컵 출전이 좌절된다면, 앞으로 2~3년간 국제대회 출전이 힘든 상황이었다. 국제대회에 나서는 실질적인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이번 대회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그리고 그 여정의 첫 단계. ‘2023 아시아야구연맹(BFA) 아시안컵’에서 동메달 획득을 하며 여자야구 월드컵 진출권을 따냈다. 이후 8월 월드컵 결선 라운드 진출을 두고 다툴 예정이다.
냉정한 현실이지만, 여자야구는 한국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관심조차 없다. 일각에서는 ‘여자도 야구를 하느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척박한 환경이다. 프로팀은 단 하나도 없다. 선수들은 생업과 학업을 오가며 야구 선수로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양상문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은 최근 스포타임 인터뷰에서 여자야구의 열악한 현실을 알렸다. “야구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지만, 여자야구는 거의 소외됐다고 할 정도로 너무 열악하고 관심도 없었다. 또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여자가 야구를 할 수 있나’하는 정도의 그런 관심이다. 선수들이 좀 여러 가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야구를 즐기고 있다”며 힘든 상황을 털어놨다.
선수들은 야구에 진심이다. 모두 시간이 되는 주말을 활용해 단체 훈련을 하며 구슬땀을 흘린다. 야구를 대하는 태도도 모범생으로 불릴 만하다. 이는 양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하다. 양 감독은 “여자 선수들 60~70명을 대상으로 아카데미를 했었다. 앞서 말했지만, 여자야구는 선수들이 볼 때 크게 미래가 없는 종목이다. 그런데도 선수들이 야구를 좋아하는 초롱초롱한 눈빛에 반해서 무엇인가 도와주고 싶어서 (감독직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은 야구계 후배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자신과 함께 ‘불모지’로 불렸던 여자야구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서다. 그렇게 허일상(44), 정근우(41), 이동현(40), 정용운(33) 등 프로 경험을 지닌 특급 코치진이 합류했고, ‘2023 여자야구 대표팀’이 본격 출격했다.
한국은 아시안컵을 3위로 마무리해 역대 두 번째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야구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일본과 격차도 줄어들었다. 첫 맞대결(2004년) 0-53으로 패했지만, 이번에는 0-10으로 패해 한 단계 성장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대회 기간 타 팀들의 ‘한국 여자야구가 달라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가득했다.
선수들이 직접 느낀 대회는 어땠을까. 여자야구 대표팀 투수로 대회 기간 가장 많은 3경기에 등판했던 김보미(34)와 오노 사유리(18)를 만나봤다.
김보미는 2015년부터 태극마크를 단 한국 여자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번 대회 기간 여자야구의 달라진 점을 직접 피부로 느꼈다. “마지막으로 국제대회 나갔을 때와 멤버가 많이 변했다. 연령대도 어려져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라며 “리틀야구부터 했던 친구들이 팀에 합류해 기본기는 탄탄해졌는데, 경험은 많이 없다. 잘하다가 실전에서 삐끗하면 무너질 수 있으니 걱정을 많이 했지만, 감독님과 코치님이 마법사처럼 조정해주셔서 잘하고 왔다”며 만족했다.
한국과 일본의 이중 국적을 가진 사유리는 한국 대표로 생애 첫 국제대회를 경험했다. 그리고 많은 점을 배웠다. “직접 대회 나가서 경험해 보니 내 공이 (사이드암이라) 흔한 건 아니었다. 정타로 맞는 건 별로 없었지만, 다른 나라 선수 타자들이 다 잘해서 마음 놓고 던질 수 있는 건 없었다. 매번 그래도 잘 막으려고 신경 쓰면서 던졌다”고 느낀 점을 밝혔다.
메달이라는 결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 이는 감독과 선수 모두 한마음이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할 한국 여자야구이기에 나아가야 할 점을 밝혔다. 양 감독은 “나는 여자야구라도 지는 걸 용납할 수 없고, 싫다. 물론 세계적인 팀과 분명한 격차가 있지만, 뭔가 해볼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끝까지 몸부림 쳐야하지 않겠나”며 힘줘 말했다.
김보미는 “아시안컵에서 보여줬던 것보다 한 층 더 발전된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 또 유소년 선수들도 대회 기간 있었던 일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관심이 있었다.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오면, 동기부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나는 지는 별이니 그 친구들에게 좋은 모습 많이 보여줄 수 있게 많이 노력하고 와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사유리도 마찬가지로 “아시안컵 때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또 내년에 있는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서 여자 야구를 한국 내에서도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더 알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여자야구에 대한 야구팬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했다. 양 감독은 “여자야구가 잘할 수 있다는 것, 그동안 몰랐던 팬들에게 알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관심을 주신 덕분에 최근 여자야구에 대한 홍보와 팬들의 관심이 좀 생긴 것 같다. 좀 더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알려주고 싶고, 한 번씩이라도 여자야구를 구경해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시면 좋겠다는 부탁의 말씀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보미는 “아시안컵 기간 그전에 나갔던 대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관심보다 더 많이 응원해주시면, 꼭 월드컵에 나가서 기대보다 잘하는 모습 보이겠다. 열심히 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한다”라고 했다.
막내 라인 사유리도 마찬가지였다. “아시안컵 갔을 때 생각보다 현지에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영상을 보면서도 많이 응원해주셨다. 여자야구에 관심을 가지고 봐주셔서 기뻤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주시면, 월드컵에서 잘하고 오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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