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선배처럼"…173㎝ 단신 신인의 우상, 천재 유격수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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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정근우(은퇴) 선배같이 그렇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두산 베어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8)가 딱 20살 차이 나는 신인 여동건(18)에게 조언을 남겼다. 여동건은 지난달 30일 잠실야구장을 찾아 김재호와 인사를 나눴다. 그는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투수 김택연(18)과 함께 두산과 LG 트윈스의 잠실 더비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서 경기장을 찾았는데, 경기를 앞둔 김재호와 우연히 마주쳤다.
여동건은 "(내 롤모델은) 당연히 김재호 선배다. 말하지 않아도 아마추어 내야수들의 우상이시니까. 처음 구장에 들어올 때 김재호 선배랑 악수를 했다. '축하한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서울고 유격수 여동건은 2024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여동건은 키 173㎝, 몸무게 80㎏으로 체격이 작은 편이다. 프로선수에게 유리한 신체 조건은 아니지만, 두산은 여동건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상위 지명권을 썼다.
두산 스카우트 관계자는 "여동건은 5툴 플레이어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 빠르고 어깨가 좋고 타격의 정확성도 빼어나다"고 높이 평가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을 따라 두산 베어스를 응원했던 여동건은 자연히 김재호를 롤모델로 삼았다. 김재호는 '천재 유격수'라는 수식어가 붙는 인물이다. 유격수로 리그 최정상급 수비력을 자랑하고, 타석에서 수 싸움도 능해 전성기 때는 '3할 치는 유격수'로 주가를 높였다.
김재호는 나이 30대 후반에 접어든 지금도 그라운드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안재석, 이유찬, 박계범, 박지훈 등 두산 내야의 미래를 위해 더 힘써야 하는 후배들에게는 좋은 교본이다. 후배들은 수년째 김재호가 훈련하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20년 후배 여동건도 김재호를 우상으로 여기는 이유다.
김재호는 여동건이 어떤 선수인지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여동건이 최근 청소년국가대표로 출전했던 U-18 야구월드컵 경기 영상을 일부 챙겨봤다고 한다.
김재호는 "(여동건이) 대표팀에서 3번을 치더라. 처음에는 2루수로 나오고, 그다음에 1루수로 나오더라"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스카우트팀의 평가대로 5툴 플레이어의 자질을 갖췄지만, 어린 선수인 만큼 다듬을 것들이 보였다고 되돌아봤다.
여동건이 '단신'이라는 키워드를 자신의 장점으로 삼길 바랐다. 과거 '악마의 2루수'라 불렸던 정근우를 떠올렸다. 정근우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 LG 등 3팀에서 뛰면서 KBO리그 통산 1747경기에서 타율 0.302(6219타수 1877안타), 121홈런, 722타점, 1072득점, 371도루를 기록한 레전드다. 여동건이 그라운드에서 정근우처럼 악바리 같은 플레이를 보여준다면, 작은 키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정근우의 키는 172㎝였다.
김재호는 "작은 키가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악바리 같은 면모를 보여주면 오히려 선수가 더 부각돼 보인다. 그러면 정근우 선배처럼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팀에 현재 그런 악바리 같은 캐릭터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곧 프로의 벽을 실감할 여동건에게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재호는 "좋은 선수가 들어온 만큼 들어와서 적응을 잘했으면 좋겠다. 꿈을 조금 크게 갖고 욕심을 갖고 했으면 좋겠다. 일단 프로에서는 체력이 좋으면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다. 체력 관리를 잘해서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동건은 이른 시일 안에 잠실야구장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 내년에라도 뛰고 싶은데, 가장 적절한 때를 기다리려 한다. 최고가 될 때의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크고 아름답게 피는 게 더 중요하다"며 차근차근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재호는 여동건이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승리를 확정하는 쐐기타를 쳤다. 2-1로 앞선 8회말 1타점 적시 2루타를 쳐 3-1 승리를 이끌었다. LG가 계속 추격하려는 분위기에서 김재호가 추가점을 뽑은 덕분에 두산은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었다.
김재호는 "(후배가 보고 있는데) 바보같이 병살타를 치고, 인필드 플라이를 쳤다"고 답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이어 "찬스에 낼 수 있는 점수를 계속 못 뽑았고, 찬스가 계속 나한테 걸렸는데 또 실패해서 조금 부담감은 있었다. 마지막에는 노림수를 갖고 자신 있게 들어갔는데, 딱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고 덧붙이며 후배의 우상으로서 자존심을 지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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