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클린스만호도 중도 하차 발생, 김승규 십자인대 파열…3개 대회 연속 부상 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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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이번에는 부상자가 없길 바랐지만 또 악령에 시달리게 됐다. 클린스만호의 주전 수문장 김승규(알 샤밥)가 무릎을 크게 다쳐 소집해제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9일 "골키퍼 김승규가 전날 훈련 도중 자체 게임을 하다가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전날 밤 늦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전방십자인대 파열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팀은 김승규를 소집해제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클린스만호는 1경기 만에 주전 골키퍼를 잃고 잔여 일정을 조현우(울산HD), 송범근(쇼난 벨마레) 2명으로 치르게 됐다.
김승규는 2008년 울산HD를 통해 K리그에 데뷔한 뒤 한국과 일본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2016년 일본 J1리그 비셀 고베로 이적해 활약을 이어간 뒤 울산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이후 가시와 레이솔을 거쳐 현재는 사우디아라비아 알 샤밥에서 주전 골키퍼로 뛰고 있다.
대표팀에서도 이력이 상당하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골문을 굳건히 지켜왔다. 2013년 8월 페루와 평가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뒤 지금까지 정성룡, 김진현, 조현우, 송범근 등 다수의 전현직 국가대표 경쟁자를 이겨냈다.
프로 초기 탁월한 반사신경으로 이목을 끌었던 김승규는 차츰 안정된 발밑 기술을 더하면서 대표팀 사령탑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입지를 과시했다. 이를 통해 A매치 81경기에 출전해 60실점을 기록하며 한국이 자랑하는 골키퍼로 자리잡았다.
김승규의 존재 덕분에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굵직한 대회마다 넘버원 골키퍼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
더불어 김승규는 장기간 대표팀 수문장 자리를 지키면서 골키퍼 최다 출전 기록에도 성큼성큼 다가섰다. 김승규의 A매치 81경기는 역대 한국 축구 골키퍼 중에 이운재(133경기)에 이은 최다 출전 공동 2위에 해당한다. 이변이 없는 한 이번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소화하면서 이세연을 제치고 단독 2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였다.
김승규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게도 굳건한 신뢰를 받아왔다. 클린스만호가 출범하고 치른 총 12번의 A매치 중 10경기를 뛰었다. 특히 8월 웨일스전부터 아시안컵 직전 이라크와 평가전까지 대표팀이 7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는 데 있어 6경기나 클린시트를 책임져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김승규는 지난 15일 열린 바레인과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도 대표팀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1골을 내주긴 했지만 한 차례 결정적인 선방으로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빌드업이 우수한 골키퍼라는 평가답게 총 16번의 패스를 시도해 14번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커버 반경도 넓어 수비 뒷공간을 노린 바레인의 공격을 한 차례 끊어내는 장면에서도 박수를 받았다.
김승규가 현재 주축 수비진과 호흡도 오래 맞춰왔다는 점에서 갑작스런 부상 이탈은 치명적이다. 갈수록 강한 상대를 만나고 토너먼트에서는 승부차기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순발력이 좋은 김승규의 공백을 쉬이 메우기란 어려워 보인다.
김승규 개인적으로도 아시안컵 아쉬움을 털지 못했다. 김승규는 자신의 첫 아시안컵이던 2015년 호주 대회에서는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눈에 들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김진현과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했지만 본선에서는 벤치에 머물렀다. 직전 2019년 대회에서는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후방 빌드업 핵심으로 평가받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8강에서 카타르의 한방을 막지 못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번에는 카타르 월드컵 경험을 토대로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클린스만호의 후방을 든든하게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다졌으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시련을 겪게 됐다.
자연스레 대표팀의 순항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카타르에 입성하기 전까지만 해도 뚜렷한 부상자가 없어 우승의 적기라고 평가받았던 한국인데 갑자기 어수선해지고 있다.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과 김진수(전북 현대)가 부상으로 1차전에 나서지 못했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김태환(전북 현대)도 2차전을 대비한 훈련에서 불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김승규가 조기 귀국하면서 구멍까지 생겼다.
아시안컵에서 부상 악령은 그동안 한국 축구가 숙원을 이루지 못한 배경이기도 하다. 결승까지 내달렸던 2015년 대회에서는 핵심이던 구자철과 이청용이 대회 중 조기 귀국해 전력이 약화됐다. 벤투호가 나섰던 2019년에도 나상호, 기성용, 이재성 등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8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이 대회에서도 기성용이 중도 하차했다.
3개 대회 연속 조기 귀국자가 발생한 가운데 클린스만호는 조현우가 남은 기간 골문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조현우는 2017시즌부터 2023시즌까지 7시즌 연속 K리그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되는 국내 최고의 수문장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신태용 감독의 신뢰 속에 주전으로 뛰기도 했다.
반사신경에 있어서는 김승규 이상이라는 평가다. 특히 강팀을 상대해야 했던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현우는 눈부신 선방으로 일약 스타 골키퍼 반열에 올랐다. 특히 독일과 최종전에서 세계적인 공격수들의 소나기 슈팅을 모두 막아내는 모습에 큰 인기를 누렸다. 아시안컵에서는 한국이 전력상 우위가 예상되기에 간간이 허용할 위기를 막아줄 충분한 대체자라는 분석이다.
클린스만호에서도 두 차례 선발로 뛴 경험이 있다. 지난해 3월 우루과이전을 소화했고, 10월 베트남전을 오랜만에 뛰며 6-0 무실점에 힘을 보탰었다. 지난 1년간 A매치 출전 기회가 많은 건 아니지만 월드컵 경험 및 K리그에서의 눈부신 선방으로 감각은 여전하다.
3순위 골키퍼인 송범근도 대안이긴 하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송범근은 2022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홍콩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뒤 추가 출전 기록이 없다. 국제대회에 나선 것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 올림픽으로 연령별 대표팀이라 조현우로 무게추가 기운다.
김승규가 낙마하고 처음 치르는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은 수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바레인을 3-1로 꺾긴 했으나 수비에서 아찔한 장면을 종종 허용했다. 요르단은 바레인보다 더 나은 공격력을 자랑한다. 1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4골을 넣으면서 한국을 득실차로 따돌리고 조 선두에 올라있다.
요르단은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뛰는 공격수 무사 알타마리가 경계대상 1호다. 프랑스 진출 이후 15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준수한 활약을 펼치는 알타마리는 말레이시아전에서도 2골을 책임졌다. 이들 외에도 전방 공격진의 속도가 좋다.
장지현 스포티비(SPOTV) 해설위원은 "요르단은 상당히 도전적인 스타일이다. 전방의 알타마리는 개인 능력이 좋고, 카타르에서 뛰고 있는 야잔 알 나이맛과 알리 올완 등도 능력이 우수하다"며 "적극적인 요르단 플레이에 우리가 휘말려 실책이 유발되면 힘든 경기가 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가장 안정적이어야 할 골키퍼가 달라질 한국 입장에서는 수비 조직력이 변수로 떠올랐다. 요르단이 자신감을 가지고 라인을 올려 압박할 경우 후방에서 패스로 이겨내야 하기에 조현우, 송범근 골키퍼의 빌드업 능력도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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