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마이너 강등' 예감한 그 순간, 이재원도 누구보다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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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는 개막 로스터가 걸린 마지막 오디션이었을지 모른다. 동시에 이재원(LG 트윈스)도 이대로 잊힐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누군가는 패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승부에서 그 패자가 고우석이었을 뿐이다.
고우석은 20일 샌디에이고 구단이 발표한 서울 시리즈 개막 26인 로스터에서 빠졌다. AJ 프렐러 단장은 이날 미국 취재진에게 고우석의 트리플A 엘 파소 치와와스 이동을 포함한 로스터 구성안을 공지했다. 5차례 시범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46에 그치고, 또 18일 친정팀 LG와 경기에서는 3점 리드에서 2실점하며 가까스로 세이브를 올렸던 고우석은 26명 안에 들지 못했다. 2경기만 치르고 다시 시범경기에 들어가는 시리즈 특성상 불펜투수들의 자리가 넉넉하지만 지금의 고우석에게는 그 문조차 좁았다.
샌디에이고 마이크 실트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고우석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투수진을 꾸리는 과정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불펜에서 투구하는 것을 보면서 결정을 내렸다. (고우석은)다음 기회를 노려야 할 것 같다. 아직은 빌드업이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개막 하고 나면 팀에 도움이 될 기회가 올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우석에게는 계속 열심히 노력하라고 전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루벤 니에블라 투수코치, AJ 프렐러 단장과 대화하면서 고우석에 대해 더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다.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개선할 점은 있다. 최선의 컨디션을 찾는다면 다시 경기장에서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우석에게는 18일 LG전이 두고두고 생각날 듯하다. 이 경기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서울 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마지막 경기였던 만큼 일종의 마지막 테스트였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고우석은 이 경기에서 박해민에게 안타를, 이재원에게 2점 홈런을 맞았다.
실트 감독은 이날 5-2로 앞선 9회 고우석을 마운드에 올렸다. 고우석이 샌디에이고 이적 후 처음으로 세이브 상황에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LG 선수들도, 팬들도 박수로 고우석을 맞이했다. 이렇게 훈훈했던 분위기는 첫 타자와 승부 직후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경기 전만 해도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이 나오면 우리 타자들이 알아서 잡혀주지 않겠나"라고 농담을 했다. 그러나 선두타자 박해민이 안타를 쳤다.
박해민은 사실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털어놨다. 박해민은 "빨리 치고 죽으려고 했는데 결과는 내가 통제 못 하니까…그리고 원래 우석이 공 잘 쳤다"고 말했다. 삼성 시절 박해민은 고우석 상대로 통산 13타수 3안타(2루타 2개, 타율 0.231)에 삼진 3개를 기록했다. 대신 2019년부터 3년 동안은 8타수 3안타(타율 0.375)로 강했다.
1사 후에는 대타 이재원이 고우석의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볼을 걷어올려 담장을 넘겼다. 시속 110.9마일, 178.4㎞ 총알 타구. 이날 경기를 통틀어 가장 빠른 타구였다.
그동안 개막 로스터 진입이 불투명한 상태였던 고우석은 이 경기로 입지가 더욱 불안해졌다. 그러나 이재원이라고 '알아서 잡혀줄' 처지는 결코 아니었다. 이미 지난해 잦은 부상으로 큰 기회를 놓친데다 올해는 상무 입대를 바라보고 있어 시간까지 충분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비극일 수 밖에 없는 맞대결, 이 비극의 주인공은 고우석이었다.
이재원도 마냥 기뻐하지만은 못했다. 홈런을 치고도 눈치를 보는 듯했다. 경기 후에는 신민재 문보경과 대화를 나누는 고우석을 먼발치에서 슬쩍 바라보는 장면이 샌디에이고 구단 포토그래퍼의 렌즈에 잡혔다. 복잡한 감정이 섞인 얼굴이었다. 이재원은 19일 '야구 잘하고 하겠다'며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사양했다. 고우석을 상대로 홈런을 치고도 이재원은 여전히 개막 엔트리 합류를 확신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고우석은 20일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나 개막 로스터 탈락에 낙담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겠다고 얘기했다. 19일 결정을 전달 받았다는 고우석은 "감독님이 잘 준비해라 이런 이야기를 했다"며 "예상을 못하고 도전한 것도 아니고, 아쉽기는 하지만 다시 잘 준비해서 올라와서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면을 보완하겠다며 "앞으로 더 좋아질 수 있는 점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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