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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테러 협박부터 통역 배신까지… 오타니가 한국에서 겪은 일, 파란만장 끝에 떠났다

작성일: 2024.03.22 07:37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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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다저스 데뷔전을 치렀다. 오타니는 이번 서울시리즈에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슈퍼스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 LA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다저스 데뷔전을 치렀다. 오타니는 이번 서울시리즈에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슈퍼스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 오타니와 그의 아내인 다나카 마미코. 오타니는 그간 자신의 중대한 결정을 자신의 SNS를 통해 직접 알리는 쪽을 선택하고 있었고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곽혜미 기자
▲ 오타니와 그의 아내인 다나카 마미코. 오타니는 그간 자신의 중대한 결정을 자신의 SNS를 통해 직접 알리는 쪽을 선택하고 있었고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라는 역사적인 계약에 합의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서울시리즈의 최고 스타로 군림할 것이라는 예상은 틀림이 없었다. 한‧미‧일에서 구름 같은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오타니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팬들도 오타니를 보기 위해 비싼 티켓 가격을 기꺼이 감수했다. 오타니도 비교적 정상적인 경기력으로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다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해프닝도,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었다. 오타니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채, 서울시리즈는 그렇게 끝났고 오타니도 한국을 떠났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는 20일과 21일 열린 2024년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이 1승1패로 마무리되며 모두 끝났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야구 세계화를 위해 추진하는 메이저리그 월드투어는 올해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열렸고, 사무국은 한국 팬들에게 인지도가 높고 최근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라이벌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던 두 팀을 라인업으로 낙점해 큰 화제를 모았다. 서울시리즈가 확정된 이후로는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LA 다저스), 고우석, 마쓰이 유키(이상 샌디에이고)가 각각 해당 팀에 입단해 팬들의 주목도가 더 높아지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팬들과 취재진이 대거 몰렸고 덕분에 이번 시리즈는 흥행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두 팀은 메이저리그 본토 경기에 대비하기 위해 21일 2차전이 끝난 직후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미국으로 다시 서둘러 떠났다. 

두 팀의 대결은 1승1패로 공평하게 끝났고, 여러 사람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이었기에 미 현지의 반응도 뜨거웠다. 하지만 예상대로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오타니 쇼헤이였다. 지난해 말 받은 팔꿈치 수술로 당초 이번 서울시리즈 메이저리그 개막전 참가가 불투명했던 오타니는 스프링트레이닝 시작부터 개막전 출전을 자신하며 이번 시리즈 기대치를 키웠다. 그리고 자신의 말대로 두 경기를 정상적으로 뛰며 자신의 다저스 경력을 힘차게 열었다.

많은 일이 있었던 서울시리즈였다. 오기 전부터 결혼한 아내의 전격적인 공개로 시작했고, 공항에서 뜨거운 환대를 받았으며, 폭탄 테러 협박이라는 해프닝이 있었고, 마지막에는 절친이었던 통역의 배신이라는 엄청난 이슈가 있었다. 오타니는 두 경기에서 3안타를 기록했지만, 경기 내적인 요소보다는 외적인 요소가 더 큰 주목을 받은 감도 있었다. 2012년 세계 청소년선수권 이후 12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오타니는 엄청난 이슈를 남긴 채 한국을 떠났다.

◆ 깜짝 결혼 오타니, 서울시리즈는 아내부터가 화제였다

오타니는 올해 스프링트레이닝이 시작될 당시 결혼 사실을 공개해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오타니는 지난 2월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렸고, 그 다음 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결혼까지의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전달했다. 미일 언론 모두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정보였다. 오타니는 당시 “나의 모든 친구들과 팬들에게 발표할 것이 있다. 나는 다저스에서 내 경력의 새로운 장을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와의 새로운 삶 역시 시작했다. 그 누군가는 나의 모국인 일본에서 왔으며 나에게 매우 특별한 사람이다. 나는 내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다.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대해 기대하고 있으며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영어로 썼다.

하지만 오타니는 아내의 구체적인 신원을 밝히지는 않았다. 단지 평범한 일반인이며, 일본인이라고만 밝혔을 뿐이다. 일본에서는 오타니의 아내가 누구인지를 놓고 큰 추측판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추측은 서울시리즈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오타니는 15일(한국시간) 새벽 다저스 선수단과 구단 직원, 가족 등 200명에 가까운 대규모 인원과 함께 전세기 편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다저스는 출발에 앞서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구단 공식 SNS를 통해 선수단 풍경을 전했다. 선수들은 물론 선수들과 동행한 가족들의 얼굴이 사진에 담기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갑작스러운 사진이 올라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오타니가 아내와 함께한 '투샷'이 게재되면서 자연스럽게 오타니 아내의 얼굴이 공개된 것이다. 

▲ 오타니의 아내로 큰 관심을 모은 다나카 마미코 ⓒ곽혜미 기자
▲ 오타니의 아내로 큰 관심을 모은 다나카 마미코 ⓒ곽혜미 기자
▲ 서울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 서울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당시 미국 언론조차도 오타니 아내의 공개에 큰 관심을 보였을 정도였다. 미국 ABC뉴스는 이날 "오타니는 처음으로 그녀의 사진을 (SNS에) 올렸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의 사진이다. 이제 우리는 그의 아내가 전 농구선수 다나카 마미코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보도했다. 다나카는 그동안 일본 언론을 통해 오타니의 아내로 '추정되는' 인물이었는데, 오타니의 동의 속에 올린 사진에서 그것이 사실임이 확인되고 있었다. 어차피 서울시리즈 원정에 동행한다면 언젠가는 알려질 일이었다. 오타니는 그간 자신의 중대한 결정을 자신의 SNS를 통해 직접 알리는 쪽을 선택하고 있었다. 다저스 계약도, 결혼도 그랬다. 결국 오타니 방식대로 언론 보도에 앞서 아내를 공식적으로 공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포스트 또한 "미스터리가 풀렸다. 오타니의 아내가 전 농구선수 다나카 씨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다나카 씨는 키 5피트11인치(약 180㎝)의 센터로 와세다대학교에서 대학 생활을 마친 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일본 여자농구 후지쯔 레드웨이브에서 뛰었다"고 오타니의 아내를 소개했다. 둘은 3~4년 전 처음 만나 이후 연인 관계로 발전했으며 최근 혼인 신고 등 서류적인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애리조나 스프링트레이닝부터 부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오타니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고, 오타니의 아내인 다나카가 일반인들 앞에 서는 첫 무대도 인천국제공항이었다. 자연히 전 세계 언론이 오타니의 입국을 취재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일본 취재진도 필사적이었다. 일본 주니치스포츠는 "투타 겸업으로 세계를 석권한 슈퍼스타의 방문에 서울은 일찌감치 '오타니 피버'에 휩싸였다. 오후 2시48분 인천공항에 그동안 기다려온 현지 팬들의 함성이 울렸다. 로비에서 출구로 이어지는 통로 양쪽에 총 600여 명의 팬이 집결했다. 다저스 굿즈를 손에 팬들과 한국 일본 취재진들이 긴 줄을 이뤘다. 슈퍼스타(오타니)를 보기 위해 터미널 2층에서도 팬들이 몸을 내밀고 있었다"고 구체적인 시간까지 나열해 속보로 다뤘다.

오타니는 아내 다나카와 나란히 걷지는 않았고, 앞서 걸었다. 하지만 수시로 뒤를 돌아보며 안전을 확인하며 ‘스윗하다’는 찬사를 받았다. 다나카는 서울시리즈 1차전에서 일반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며 많은 카메라 세례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오타니가 서울을 떠날 때도 옆에서 남편을 지켰다.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스페셜 게임 등이 차례로 진행되며 서울시리즈 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경찰에 폭탄 테러 협박 메일을 받았다는 신고가 접수돼 한동안 난리가 나긷 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 구로 경찰서는 지난 20일 “경기 중 폭탄을 터뜨려 오타니 선수 등을 해치겠다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메일을 보낸 용의자를 추적하는 동시에 특공대 30명과 기동대 120명을 투입해 폭발물 설치 여부 등을 확인했다. 

메일은 일본에서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고, 밴쿠버 대사관으로 발송돼 다시 한국으로 타전됐다. 이 메일에는 오타니 쇼헤이에 대한 반감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오타니를 해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선수단은 물론 팬들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였던 만큼 철저한 수색이 이뤄졌고, 다행히 우려했던 불상사는 없었다. 그러나 오타니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면서 본의 아니게 또 화제의 중심에 서야 했다.

경기장 외부에서의 이슈는 또 있었다. 절친했던 사이이자 오타니의 통역을 맡았던 미즈하라 잇페이가 해고되는 사건이 서울시리즈 중간에 있었다.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고, 이 사건이 수사 대상에 오르고 언론에 알려지면서 결국 전격 해고로 이어졌다. 20일 1차전에서는 멀쩡하게 있었던 미즈하라가, 2차전에서는 사라지는 어지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2차전 경기 자체보다 오히려 더 화제를 모은 대목이었다.

▲  ESPN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해고가 확정되자 경기 후 “미즈하라는 개막전이 끝난 후 다저스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에게 자신이 도박 중독이며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ESPN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해고가 확정되자 경기 후 “미즈하라는 개막전이 끝난 후 다저스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에게 자신이 도박 중독이며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인 오타니 쇼헤이의 LA 다저스 입단식 당시 오타니와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의 모습이다.
▲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인 오타니 쇼헤이의 LA 다저스 입단식 당시 오타니와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의 모습이다.

일본 태생인 미즈하라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 가 미국에서 공부를 했고 미국에서 대학까지 나왔다. 미즈하라는 대학 졸업 후 당시 보스턴에서 뛰고 있던 오카지마 히데키의 통역을 맡아 메이저리그와 야구를 경험했다. 오카지마의 메이저리그 경력이 오래 이어지지 않으면서 메이저리그에서의 통역 생활은 비교적 짧게 끝났지만, 이후 미즈하라는 통역 실력과 전체적인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에 외국인 선수 통역으로 입사했다. 그리고 니혼햄 소속이었던 오타니를 만났다. 

오타니는 자연히 미즈하라와 친해졌고, 메이저리그 통역 계약 이전에도 나름의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즈하라의 능력을 눈여겨 본 오타니는 2018년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 계약을 할 당시 미즈하라를 통역으로 추천해 구단이 고용하도록 했다. 문화에 낯선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초창기 미즈하라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그림자가 돼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미즈하라는 그라운드 안은 물론 더그아웃, 클럽하우스, 그리고 사생활에서도 오타니의 손과 발, 그리고 귀가 되어야 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로 어느 정도 해결되는 부분도 있지만 사생활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였다. 기본적인 통장 개설조차도 외국인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에 미즈하라의 손길이 필요했다. 그 외에 많은 잡다한 업무들을 처리해줬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훈련 스케줄을 체크하는 개인 비서로서의 역할을 했고, 때로는 캐치볼을 하기도 하면서 오타니의 훈련 파트너가 되기도 했다. 이런 미즈하라의 다방면 활약에 일본 언론들은 '10도류'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21일 ESPN과 LA 타임스 등 미즈하라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보도는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 그리고 다저스 조직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남기는 동시에 오타니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미즈하라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ESPN은 오타니의 통역으로 유명한 미즈하라가 수백만 달러 상당의 도박 빚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혐의를 잡고 이를 눈치 챈 언론의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되자 오타니 측 변호인은 미즈하라와 ESPN 사이의 90분 상당의 단독 인터뷰를 이어줬다. 미즈하라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도박 빚 사실과 오타니의 계좌 문제를 언급해 향후 큰 불씨를 남겼다. 

우선 미즈하라와 공식적인 인터뷰가 있었던 이후. 추후 오타니의 변호인은 ESPN에 곧바로 정정 보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미즈하라와 인터뷰를 했는데 이후 오타니 측 변호인으로부터 사실이 아닌 것이 있다며 정정 요청이 들어왔고, 이후 오타니 측은 입장을 바꿔 미즈하라가 거대 절도 사건의 범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용 자체도 해고로까지 이어질 정도의 충격적인 일인데다, 오타니 측 변호인이 왜 정정을 요구했느냐를 놓고도 언론의 온갖 해석이 나오고 있다. 

ESPN은 '오타니의 통역이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최소 450만 달러(약 60억 원)를 둘러싼 의혹이 있어 21일 해고됐다'면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오타니의 오랜 친구이자 통역을 담당한 미즈하라 잇페이는 미 연방 정부가 조사 중인 남부 캘리포니아의 한 도박 업체에 도박 빚을 지고 있었다. 기자들이 송금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 다저스 구단이 그를 해고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실제 미즈하라는 20일 해고 통보를 받았고 21일 경기장에는 나오지 않았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을 비롯한 다저스 관계자들은 이 모든 사안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았다. 

미즈하라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불법 도박을 했고 거액의 도박 빚이 있었다고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미즈하라는 그 과정에서 오타니가 불법 도박과 관련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오타니는 도박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다. 일단 오타니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도박 빚을 불법 업체에 갚는 과정의 이야기가 처음 인터뷰와 나중의 정정 인터뷰에서 조금 달라졌다. 

▲ 주니치 스포츠는 21일 '오타니는 메이저에 들어가고 나서 니혼햄 시절부터 아는 미즈하라만을 그라운드에서 의지하고 있었다. 가족과 같은 관계였지만, 충격의 스캔들로 2명의 그라운드에서의 관계는 없어지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에인절스 동료들과 함께 세리머니 하는 미즈하라 잇페이
▲ 주니치 스포츠는 21일 '오타니는 메이저에 들어가고 나서 니혼햄 시절부터 아는 미즈하라만을 그라운드에서 의지하고 있었다. 가족과 같은 관계였지만, 충격의 스캔들로 2명의 그라운드에서의 관계는 없어지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에인절스 동료들과 함께 세리머니 하는 미즈하라 잇페이
▲ 오타니 쇼헤이(오른쪽)는 미즈하라 잇페이와 2013년 닛폰햄에서 처음 만났다. 2017년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된 뒤에는 그를 개인 통역으로 고용했다. ⓒ 연합뉴스
▲ 오타니 쇼헤이(오른쪽)는 미즈하라 잇페이와 2013년 닛폰햄에서 처음 만났다. 2017년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된 뒤에는 그를 개인 통역으로 고용했다. ⓒ 연합뉴스

미 연방 정부는 한 도박 업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미즈하라의 이름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베팅 업체는 불법 도박이었다. 미국은 스포츠 베팅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베팅 업체들이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연방 차원이 아니라 주마다 합법과 불법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50개 주 중 40개 주는 합법인 반면, 캘리포니아 등 10개 주는 스포츠 베팅을 불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오타니의 전 소속팀 LA 에인절스와 현 소속팀 LA 다저스는 모두 캘리포니아주를 연고로 하고 있다. 

ESPN은 미즈하라가 오타니와 이 사건에 어떻게 묶여 있는지를 전하면서 '지난 9월과 10월 오타니의 이름으로 두 차례 각각 50만 달러가 송금된 은행 정보가 확인를 수사 당국이 확인했다. 연방 정부 수사관들이 남부 캘리포니아의 매튜 보이어가 운영하는 도박 사업체를 조사하다가 오타니가 (보이어에게) 송금한 내역을 확인했다. 오타니가 자신의 이름으로 보위어의 동료에게 돈을 보냈다'고 전했다.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사건에 난데 없이 오타니의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현지 언론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 문제다.

ESPN은 오타니의 통역인 미즈하라가 도박에 빠졌고, 불법 도박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미즈하라의 빚은 최근 450만 달러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보도했다. 메이저리그 통역의 연봉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미즈하라는 스타 통역으로 통역 중에서는 최고 대우인 30~60만 달러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미즈하라가 신용으로까지 돈을 끌어서 가산을 탕진했다. 불법 도박은 베팅에 한계가 없고, 미즈하라는 그 덫에 빠져 들었던 것이다. 

미즈하라 또한 20일 ESPN과 장시간 인터뷰에서 자신이 도박에 빠져 있었다고 모든 것을 인정했다. 그런데 최초 인터뷰에서는 오타니가 자신의 빚을 대신, 그것도 직접 컴퓨터에 로그인해 갚아줬다고 발언해 큰 충격을 모았다. 미즈하라는 "내가 오타니에게 도박 빚을 갚아달라고 부탁했다. 오타니는 (그 이야기를 들은 뒤) 불쾌해했지만, 이런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게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나를 위해 도박 빚을 갚아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즈하라는 "나는 오타니가 도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주길 바란다"고 오타니는 도박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 뒤 "나는 이 업체가 불법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다. 이번 사건으로 교훈도 얻었다. 나는 수백만 달러를 잃었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도박을 하고 또 했지만 계속해서 돈을 잃었다.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도박을 정말 못한다.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을 것이다. 돈을 딴 적도 없다. 내가 스스로 구멍을 팠고 그 구멍은 계속 커져서 빠져나오려면 더 큰 돈을 걸어야 했고 계속 잃기만 했다"고 반성했다.

이렇게 미즈하라가 언론을 통해 인터뷰를 하고 이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다저스는 미즈하라를 전격적으로 해고했다. 난리가 난 상황에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21일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모든 사실에 대해 “나는 이 사안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이야기하느라 진담을 빼야 했다. 선수단도 이 사실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미즈하라는 20일 1차전이 끝난 뒤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단에 사과한 뒤 떠났고, 오타니는 21일 통역 없이 경기를 치러야 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오타니가 만약 대신 돈을 송금했다면 이것 또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이 때문에 오타니 측 변호사가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고 보고 있다. 오타니가 실제 도박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런 행위 자체가 법을 어길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처벌된다면 메이저리그 사무국 차원에서의 징계도 불가피하다. 다만 현시점에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오타니를 수사하거나 장계를 내릴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 오타니 쇼헤이
▲ 오타니 쇼헤이
▲ 오타니 쇼헤이
▲ 오타니 쇼헤이

◆ 홈런은 없었지만, 3안타 남기고 서울 떠났다

이렇게 뒤숭숭한 상황에서 오타니는 그라운드 안에서는 내색을 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사실 경기에 다 집중할 수가 없는 여건이었다. 워낙 자신을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강했기 때문이다. 아내에게도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졌다. 이를 고려한 탓인지 오타니는 한 번도 그라운드에서 타격 훈련을 하지 않았다. 많은 취재진들이 타격 훈련을 하는 오타니의 모습을 찍기 위해 대기했으나 오타니는 기본적인 웜업만 그라운드에서 하고 타격 훈련은 실내에서 진행했다. 미국에서 온 한 기자는 “클럽하우스에도 오타니가 잘 안 보인다”고 할 정도로 오타니는 서울시리즈 내내 철저히 숨어 다녔다. 언론과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철저하게 프로처럼 행동했다. 20일 1차전에서는 5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에 힘을 보탰다. 장타는 없었지만 빠른 타구를 좌우로 하나씩 보내며 안타를 만들었고 8회에는 팀의 역전에 보탬이 되는 타점까지 올려 ‘역시 오타니’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21일 2차전에서는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면서 미즈하라 사태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역시 타점 하나를 수확했다. 이후 타석에서는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모두 외야 깊숙이 날아가는 큰 타구들이었다. 몇몇 타구는 메이저리그 일부 구장에서는 넘어가는 타구들이기도 했다. 비록 안타를 추가하지는 못했으나 오타니의 컨디션 자체가 정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오타니는 이제 미국으로 돌아가 본토 경기에 대비하게 된다. 언론의 시야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미즈하라 사건도 당분간은 조용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타니는 미국으로 돌아가면 투구 프로그램도 예정되어 있다. 지난해 말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올해는 투수로 뛸 수 없지만, 내년 등판을 위해 서서히 준비를 해야 할 단계다. 만약 투구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이어진다면 또 다른 방면에서 팀에 공헌할 수도 있다. 바로 외야수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가 시즌 막판에는 간혹 가다 외야수로 뛸 수 있다고 구상을 드러냈다. 오타니가 지명타자 자리를 꽉 잡고 있으면 다른 주전 선수들의 휴식이 아무래도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오타니가 일주일에 한 경기만이라도 외야로 나가준다면 훨씬 더 큰 여유가 생긴다. 오타니 또한 일본프로야구 당시 외야를 봤던 만큼 외야수 쪽에는 큰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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