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부르면, 문승원은 간다… 돌고 돌아 다시 선발, 전천후 플레이어 가치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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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 김태우 기자] 문승원(36·SSG)은 1년 전 이맘때 장기 해외 체류 중이었다. 연말연시도 잊고 미국의 한 아카데미에서 몸을 만들었다. 한 달이 넘는 강행군이었다. 귀국도 하지 않았다. 곧바로 팀의 전지훈련이 열리는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 왔다. 가족과 잠시 작별하고 야구에만 매진했다. 그만큼 재기의 의지가 컸다.
그 와중에 하나의 소식을 들었다. 불펜으로 가라는 이야기였다. 새롭게 취임한 이숭용 SSG 감독은 2023년 구원왕인 서진용의 공백과 불펜의 전반적인 약세를 고민했다. 2023년 시즌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서진용은 개막 출전이 어려웠다. 당장 마무리가 없었다. 이 감독은 문승원이 5선발 경쟁을 하느니, 차라리 마무리나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아주길 바랐다.
문승원은 선발로 성공한 선수다. 2018년 8승, 2019년 11승을 거뒀고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4년 연속 규정이닝도 채웠다. 그렇게 비FA 다년 계약까지 이를 수 있었다. 그런 투수에게 갑자기 불펜행을 이야기했으니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었다. 어쩌면 선발과 불펜으로 모두 매력이 있는 활용성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하지만 문승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팀을 위해서라면 팀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믿었다.
시즌 중에도 마무리로 뛰다 갑자기 셋업맨으로 이동했다. 후배인 조병현이 시즌 중반까지 많은 공을 던졌고, 마무리로 뛰며 상대적으로 체력에 여유가 있는 문승원을 앞쪽으로 쓰겠다는 구상이었다. 이미 많은 세이브를 거두고 있었던(2024년 20세이브) 문승원으로서는 또 혼란이 될 법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묵묵히 그 요청을 받아들였고, 시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시즌 60경기에서 60이닝을 던지며 20개의 세이브와 6개의 홀드를 기록했다.
성적이 아주 빼어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1년 사이 두 번의 보직이 바뀌는 와중에도 끈기 있게 최선을 다했다. 문승원도 섭섭한 것은 없었다고 했다. 문승원은 “수술 직후에는 (불펜으로 가라고 했을 때) ‘선발로 인정받고 좋은 계약도 했는데 왜 갑자기 중간으로 쓰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했다. 하지만 작년에 많은 전환점이 있었던 것 같다. 생각의 변화가 왔던 것 같다”면서 “내가 어느 부분에서나 쓰임새가 있는 투수고, 팀에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족해서 간 게 아니라 조금 더 나으라고 간 것이라 생각했다.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조금 더 야구를 겸허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야구 앞에) 더 겸손해지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런 문승원의 보직은 또 바뀐다. 선발로 다시 간다. SSG는 시즌을 앞두고 kt와 1대1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우완 파이어볼러 김민을 받는 대신 오랜 기간 팀이 선발 자원으로 키웠던 오원석을 보냈다. 선발과 불펜으로 모두 활용이 가능한 김민을 일단 불펜에 두기로 하면서 선발 한 자리가 비었고, 가장 경험이 많고 숫자가 안정적인 문승원이 다시 선발로 보직을 바꿨다. 문승원은 이번에도 군말 없이 팀의 부름에 응했다. 그에 맞춰 선발로 다시 차근차근 몸을 만들었다.
오랜 기간 선발로 뛰었기에 익숙한 루틴 같지만 또 색다르다. 문승원은 “프로의 세계에서 익숙하다는 것은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미소 지으면서 “다시 배우는 자세로 준비하고 있고,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를 낼까 연구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승원은 “프로는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잘하는 게 우선이다. 어린 친구들한테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또 지고 싶지 않기에 더 강한 자극제가 되는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적당한 설렘, 적당한 긴장이다. 대개 일이 잘 풀릴 때 느끼는 감정의 결합이다.
SSG는 에이스인 김광현, 두 외국인 투수(드류 앤더슨·미치 화이트), 그리고 문승원까지는 선발 로테이션 자리를 확정했다. 5선발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문승원이 규정이닝 이상을 버티면서 계산이 서는 투구를 해줘야 한다.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의 붕괴로 어려운 시즌을 한 기억이 생생하기에 올해는 달라져야 한다.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새 멤버인 문승원에게 걸리는 기대는 크다. 코칭스태프는 “열심히 몸을 만들어왔다. 기분도 좋아 보인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2025년을 맞이한다. 우선 현재 몸 상태도 좋고, 선발로 빌드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문승원은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은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작년보다 올해 더 잘할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고 스스로를 기대하면서 “팔꿈치 수술 후 부상에 대한 두려움은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확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좋아지는 선수였다. 수술하고는 안 좋았고, 작년에 그나마 조금 좋았으니 올해는 또 좋아질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스스로 긍정적인 생각을 불어넣고 자기 주문을 걸었다. 팀이 부르면, 문승원은 항상 그 자리에 가는 선수였다. 올해 가장 결정적인 몫을 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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