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 총정리② 풋볼을 보면 미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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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로스앤젤레스, 문상열 특파원] 왜 미국인들은 풋볼(미식축구)에 열광할까.
미국은 큰 나라만큼이나 다양한 스포츠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축구를 제외하면 콘텐츠는 세계 1위다. 메이저리그 야구, 프로 농구 NBA, 프로 아이스하키 NHL 등의 콘텐츠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 모든 선수들이 미국으로 모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이런 메이저 종목도 풋볼 앞에서는 명함을 내밀 수 없다.
국내에서는 오래전부터 풋볼을 소개할 때 미국의 서부 개척과 맞물려서 ‘땅 따먹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굳이 갖다 붙일 수는 있어도 스테레오 타입의 소개다.
조시 부시 행정부 때 외무부장관을 지낸 콘돌리사 라이스는 풋볼을 “잔인한 체스 게임(brutal chess game)”이라고 정의했다. 스탠퍼드대학 교수인 라이스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풋볼광이다. 라이스는 대학 풋볼 플레이오프 12명의 선발위원회 멤버다 여성으로는 유일하다. 외무부장관 퇴임 후 NFL(National Football League) 커미셔너 물망에도 오른 바 있다.
일반적인 미국 언론은 풋볼을 ‘현대판 글레디에이터(gladiator)’로 정의한다. 시대는 로마에서 현대로, 무대는 콜로세움에서 풋볼 필드로, 상대는 사자에서 헬멧과 보호 장비를 갖춘 거구의 선수들로 바뀐 것이다. 미국인들이 광적으로 좋아하는 까닭도 현대판 검투사 경기를 연상하게 해서다.
라이스 전 장관이 풋볼을 '잔인한 체스 게임'이라고 정의한 이유는 다양한 작전과 전술 전략이 어우러진 게임이기 때문이다. 풋볼 감독은 야구나 농구처럼 자주 바뀌지 않는다. 대부분 롱런한다. 시즌 도중에 바뀌는 경우도 드물다. 이유는 ‘플레이 북’ 때문이다. 사전 두께만한 부피의 전술과 전략적 포인트가 다이어그램으로 기술돼 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약속돼 있다. 야구는 한 시즌을 잘 이끌어도 감독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풋볼은 한 경기에 감독의 모든 능력이 농축돼 있다. 경기에 미치는 감독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2005년 풋볼 명문 노터데임대학에 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공격 코치 출신 찰리 와이스가 감독으로 부임했다. 노터데임대학은 학문적으로도 우수하지만 풋볼에 죽고 사는 학교다. 부임 첫해 와이스 감독이 봉사 활동을 하면서 불치병에 걸린 어린 환자를 병문안한 적이 있다. 당시 환자는 와이스 감독에게 노터데임대학의 첫 번째 플레이를 오른쪽 패스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와이스 감독은 이를 따랐고 성공했다. 이 뉴스는 나중에 밝혀졌다.
1977년 초 서울 명보극장에서 'Something for Joey'라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다. 이 영화는 형제간의 우애를 다뤘다. 주인공 어린 조이는 백혈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이었다. 그에게 남은 희망은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풋볼 선수(러닝백) 형이다. 그는 경기에 나서는 형 존(마크 싱어 분)에게 “오늘 터치다운 4개를 해 달라”고 한다. 한 경기에서 터치다운 4개는 야구에서 1경기 4홈런과 맞먹는 어려운 플레이다.
이 내용이 영화화 된 것은 형 존 카펠리티가 실제 인물이었기 때문. 카펠리티는 1973년 대학 풋볼 최고 영예인 하이즈먼 트로피를 받으면서 “내게 힘이 됐던 것은 백혈병으로 죽어 가는 동생 조이였다”는 수상 연설을 했고 장내는 울음바다가 됐다. 풋볼은 이처럼 미국인들에게 감동과 용기를 주는 생활의 일부분이다.
풋볼은 주로 토요일, 일요일 낮에 벌어진다. 요즘은 인기가 더욱 치솟으면서 방송사가 사실상 시즌 일정을 조정한다. 지역마다 약간은 다르지만 낮 경기가 벌어지면 새벽부터 팬들은 스타디움에 몰린다. 경기장에 일찍 들어가기 위해서가 아니다. 미국은 전 구장이 좌석제다. 이른바 '테일게이트 파티(Tailgate party)‘를 즐기기 위해서다. 주차장에서 홈 팀의 유니폼(저지)을 입고 바비큐 파티로 흥을 돋운다. 테일게이트는 픽업 트럭의 뒤를 열고 파티를 한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프로 풋볼은 기본적으로 7만 명을 이상 수용하는 대형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대학 풋볼 스타디움은 더 크다. 대학 풋볼은 10만 명을 수용하는 곳이 8군데나 된다. 미시건주 앤 아버에 있는 풋볼 명문 미시건대학 스타디움 애칭은 ‘빅 하우스’다. 10만7,601명을 수용한다. 미시건대학의 라이벌 오하이오주립대학 스타디움 ‘더 슈(shoe)’는 2000년 증축해서 10만4,944명이 입장한다. 대학 풋볼 경기가 벌어질 때 하루에 수입이 얼마가 될지 상상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NFL 그린베이 패커스는 전국구 팀이다. 미국은 모든 프로 스포츠가 지역을 바탕으로 출발한다. LA 다저스는 전국구 팀이 아니다. NFL은 전국구 팀이 꽤 많다. 그린베이를 포함해 댈러스 카우보이스, 피츠버그 스틸러스, 덴버 브롱코스 등이 전국구 팀으로 꼽힌다.
오대호 연안 위스컨신주에 있는 그린베이는 미국 프로 스포츠 팀 가운데 유일한 시민 구단이다. 홈 램보 필드 수용 인원은 8만1,435명이다. 티켓 판매는 걱정하지 않는다. 늘 매진이다. 시즌 티켓을 구입하려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하고 시즌 티켓을 받으려면 최소 40년이 걸린다. 티켓을 갖고 있는 이가 사망하지 않는 한 구입할 수가 없다.
NFL은 늘 매진이다. 그 이유는 리그가 ‘블랙 아웃’ 정책을 펴서다. 홈 팀의 티켓이 매진되지 않으면 그 지역에서 TV 시청을 할 수 없다. 풋볼을 알아야 미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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