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츠가 김혜성에게 짜증을 부렸다? ‘지옥일정+무박 2일’ 미국은 다르다, 방심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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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A 다저스는 24일(한국시간) 미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경기에서 연장 13회까지 가는 혈전 끝에 7-5로 이겼다. 이날 선발 출전하지 않고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김혜성(26·LA 다저스)은 연장 11회 대주자로 들어갔고, 경기 끝까지 그라운드를 지키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정규이닝 9회까지 5-5로 맞선 양팀은 연장 승부치기에서도 좀처럼 득점을 얻어내지 못했다. 무사 2루는 기대 득점이 1점 이상이다. 무사 2루에서 이닝을 시작하는데도 연장 12회까지 6번의 공방전에서 점수가 하나도 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양쪽 투수들의 위기관리능력이 좋았다고 볼 수 있지만, 역시 기나긴 경기로 야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진 대목은 어쩔 수 없었다.
모두가 녹초가 된 가운데 벤치에 있는 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했다. 체력이 더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김혜성은 5-5로 맞선 연장 11회 대주자로 들어갔다. 이닝 시작 2루에는 맥스 먼시가 있어야 했지만 김혜성이 먼시 대신 출전했다. 김혜성은 1사 후 엔리케 에르난데스의 유격수 땅볼 때 과감하게 스타트를 끊어 3루에 들어가는 등 다저스가 기대했던 빠른 발과 기동력을 보여줬다.
사실 3루로 과감하게 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김혜성의 타구 판단 및 스타트 판단이 좋았다. 메츠 내야진도 김혜성의 발이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굳이 무리하게 3루에서 승부를 하지 않았다. 다만 2사 3루에서 토미 에드먼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김혜성은 홈에 들어오지 못했다.
연장 13회에는 다저스가 드디어 득점을 냈다. 무사 2루에서 선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적시 2루타를 쳐 기나긴 침묵을 깼다. 여기서 다저스는 작전을 걸었다. 메츠도 연장 13회 무사 2루에서 이닝을 시작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1점 가지고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1점을 더 추가하면 승리 확률이 매우 높아지기에 김혜성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하지만 김혜성이 두 차례 번트 시도에서 모두 번트를 대지 못했다. 바깥쪽 공에 번트를 댔으나 두 번 다 파울이었다. 더그아웃에서 이를 바라보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 카메라에 선명하게 잡혔다. 표정 변화가 아주 많지는 않은 감독인데 경기가 길어져서 그런지, 플레이에 아쉬움이 있어서 그런지 다소간 얼굴에 짜증이 새겨졌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을 향해 직접 강공을 의미하는 제스처를 몇 차례나 했다. 물론 김혜성에게 화가 난 것은 아니겠지만, 심기가 아주 너그럽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
김혜성이 안타를 치면서 오히려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는 했다. 다만 앤디 파헤스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때 1루로 귀루를 하다 아웃됐다. 작전이 나온 듯 2루로 뛰었는데 타구는 직선타 형식으로 우익수 소토의 글러브에 들어갔고, 김혜성이 미처 귀루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이 먼저 1루에 왔다.
안타를 쳐서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어쩌면 김혜성에게 가장 좋은 것은 벤치의 작전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다저스 벤치가 보는 김혜성의 가장 큰 가치는 그것에 있다. 어차피 공격에서 엄청난 기대를 하는 선수는 아니다. 그렇다면 애당초 번트 사인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기동력, 작전 수행, 수비 등 다저스가 기존에 가지고 있지 않았던 ‘잔야구’를 할 선수로 김혜성을 지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장점은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안타를 못 쳐도 작전 미스, 수비 미스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사실 김혜성도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김혜성은 올해 메이저리그 경기 출전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트리플A에서는 거의 풀로 뛰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는 평소 경험하지 못한 살인 일정과도 마주하고 있다. 트리플A만 해도 KBO리그와 같이 월요일 휴식일이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그런 게 없다. 짧으면 6연전, 길면 15연전 이상도 이어진다. 경기 시간도 매일 다르다. 컨디션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이번 원정은 서부에서 동부로 넘어왔다. 비행시간만 5시간이 넘고, 시차만 3시간이다. 아마도 다저스의 모든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을 것이다. 그리고 딜레이 시간을 빼도 경기를 4시간 8분이나 했고, 딜레이 시간까지 합쳐 무박2일 게임을 했다. KBO리그는 지난해까지 연장 12회까지 끝나면 무승부(올해부터는 연장 11회)지만, 메이저리그는 끝장 승부다. 진이 빠질 법한 여건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집중력이다. 방심하면 번트 실패와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김혜성에게 좋은 교훈이 됐을 법한 경기였다. 안타 하나 이상의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팀도 이겼으니 수업료도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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