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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갔다와, 당장” KBO에 살아있는 낭만, 그리고 보답한 이 선수… 내년에도 동행 보이나

작성일: 2025.09.25 11:21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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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기 해결사 몫을 하며 여러 방면에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기예르모 에레디아 ⓒ곽혜미 기자
▲ 후반기 해결사 몫을 하며 여러 방면에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기예르모 에레디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1루에 서 있다 견제구가 빠진 것을 확인한 한 선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냥 시작부터 3루에 갈 생각이었다. 폭풍과 같은 질주로 2루를 돌아 3루까지 미끄러져 들어갔다. 의지와 열정이 묻어난 베이스러닝에 1루의 SSG 팬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어쩌면 지난 3년간 매일 보던 장면이었다. KBO리그에서 성공한 외국인 선수지만,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단순한 안타나 홈런보다, 팀을 위한 헌신적인 모습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기예르모 에레디아(34·SSG)는 그렇게 물 건너가는 듯한 재계약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을 모든 이들에게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에레디아는 2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5회 결정적인 결승 투런포를 치는 등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3출루 경기로 활약하며 팀의 5-0 승리에 주춧돌을 놨다. 이날 SSG는 상대 선발이자, 올해 고졸 신인이자, SSG를 상대로 데뷔 후 첫 경기를 갖는 우완 김태형에게 고전하고 있었다. 구위도 좋았고 아무래도 낯선 투수라 정타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양상이었다.

그러나 5회 2사 후 안상현이 볼넷을 고르면서 기회를 열었고, 여기서 에레디아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터뜨리며 팀에 리드를 안겼다. 단순히 앞서 가는 한 방이 아닌, SSG 더그아웃의 긴장을 싹 다 풀어내는 한 방이었다. 클러치 히터의 면모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최근의 좋은 흐름을 이어 가는 홈런이자, 미국행 후유증도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값진 홈런이기도 했다.

▲ 출산 휴가를 다녀 온 에레디아는 구단의 배려에 보답하기라도 하듯이 맹활약을 이어 가고 있다 ⓒSSG랜더스
▲ 출산 휴가를 다녀 온 에레디아는 구단의 배려에 보답하기라도 하듯이 맹활약을 이어 가고 있다 ⓒSSG랜더스

에레디아는 최근 미국에 다녀왔다. 출산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소식을 들은 팬들조차 ‘굳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타이밍이었다. 당시도, 지금도 SSG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시기다. 여기서 팀의 외국인 타자가 빠지면 전력에 큰 손실이 불가피했다. 에레디아가 후반기 들어 워낙 잘 치고 있었기에 더 그랬다. 미국은 멀다. 잠깐만 다녀와도 몇 경기가 금방 날아간다. SSG도 고민이 있었다. 일본에서 출산을 했고, 선발 로테이션 준비 사이에 시간이 있었던 드류 앤더슨과는 또 다른 케이스였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단순히 몇 경기 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워낙 장거리 비행이라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더 큰 고민이었다. 다녀와서 힘이 빠진다면 자칫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출산을 옆에서 지켜보도록 배려해주자는 최종 결론이 났다. 올해도 SSG에서 3년째 뛰는 에레디아는 단순한 외국인 선수가 아니다. 특유의 친화적인 성격과 성실한 자세로 동료들과 팬들의 사랑을 받는 가족 같은 선수였다. 그렇게 미국에 보냈다.

이숭용 SSG 감독 또한 “에레디아는 열심히 한다. 솔직히 팀이 제일 힘들고 어려운 상황인데 그래도 가족을 위해서 우리가 프런트와 상의해서 보내줬다”고 인정했다. 에레디아도 쉽지 않았던 구단의 결정에 보답하고 있다. 휴가 후 첫 경기였던 13일 롯데전에서 2안타를 때리며 여독을 풀더니 7경기에서 타율 0.385, 2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68로 대활약이다. 그리고 SSG는 3위를 지키고 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양상이다.

▲ 부상이 아쉬웠을 뿐 공수주 모두에서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하고 있는 에레디아 ⓒSSG랜더스
▲ 부상이 아쉬웠을 뿐 공수주 모두에서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하고 있는 에레디아 ⓒSSG랜더스

이 감독은 “애도 보고 오고 확실하게 동기부여가 됐다. 갔다 와서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도착해서부터 너무 잘 쳐주고 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퍼포먼스를 그 이상으로 많이 끌어올려주는 것 같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구단의 배려에 보답하고자 하는 에레디아도 요즘은 텐션이 최대치다. 원래 흥부자이기도 했지만 요즘은 기분이 좋은지 더그아웃 분위기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

사실 에레디아는 올해 부상으로 고전하며 많은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24일까지 90경기 출전에 그쳤다. 적지 않은 나이를 고려하면 올 시즌을 끝으로 팀과 작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건 무리가 아니었다. 실제 SSG 다른 외국인 타자를 계속해서 리스트업하고 있는 것은 맞는다. 올 시즌 시작부터 만약을 대비해 이어진 작업이었다. 하지만 후반기 맹활약을 펼치면서 시즌 타율 0.343, OPS 0.907로 원래 자기 모습대로 돌아왔다. 이런 선수를 포기하기는 아깝다.

워낙 성실하게 준비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올 시즌을 앞둔 2월 플로리다 캠프 당시 SSG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은 “올해도 에레디아는 걱정이 없겠다”고 했다. 부상이 있어 오래 빠진 건 아쉽지만, 적어도 득점 생산력은 지난해 못지않은 모습으로 그 전망이 적중했다. 자기 몫은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물론 재계약 제안을 받더라도 올해보다(총액 180만 달러)는 연봉이 꽤 많이 깎인 제안서를 받을 공산이 매우 높아 에레디아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아직 작별할 시간이 아님을 증명한 것 자체는 분명해 보인다.

▲ 후반기 대활약으로 건재를 과시한 에레디아는 내년 재계약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곽혜미 기자
▲ 후반기 대활약으로 건재를 과시한 에레디아는 내년 재계약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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