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다저스는 김하성 영입전 철수… ‘야잘잘’은 진리일까, 어떻게 이런 기적이 일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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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팀 내 유격수 최고 유망주 출신인 개빈 럭스(현 신시내티)의 답답한 성장에 고민하던 LA 다저스는 2023년 시즌 중반 하나의 놀라운 결정을 한다. 당시까지만 해도 주로 외야수로 뛰었던 팀의 슈퍼스타 무키 베츠(33)에게 유격수를 맡겨보기로 한 것이다.
베츠는 프로 데뷔 후 우익수를 주로 봤고, 이후 중견수와 2루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은 있다. 외야수와 2루수로 나서는 베츠의 모습은 그렇게 낯선 게 아니었지만 유격수는 아예 이야기가 달랐다. 베츠가 유격수를 본 것은 대학 때가 마지막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 자리에서 뛰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30대에 들어 갑자기 내야 수비의 핵이라는 유격수를 보게 된 것이다. 당시 현지 언론들도 큰 의문을 드러냈던 결정이었다.
다저스는 럭스가 유격수로 자리 잡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고, 외야는 대체할 만한 선수들이 있었으며 2루수는 상대적으로 더 키우기 용이하다는 점에 착안해 베츠를 유격수로 옮겼다. 무엇보다 베츠가 유격수로도 성공할 수 있는 선수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하지만 만약 베츠가 수비 문제를 일으키거나, 수비 부담에 경기력이 망가진다면 안 하니만 못한 선택이었다.
트레이 터너와 코리 시거의 이적 이후 다저스는 유격수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베츠를 유격수로 돌리는 것보다는 FA 영입이나 트레이드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김하성(30)의 이름도 자주 나왔다. 당시 다저스는 같은 지구 소속의 김하성 수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김하성 외에도 많은 유격수가 다저스와 연계되곤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베츠가 2년 만에 이 난이도 높은 포지션의 수비를 점령한 것이다. 2루수로 나쁘지 않은 수비력이었지만 유격수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역시 야구는 잘하는 놈이 잘하는 스포츠임을 보여줬다.
베츠는 최근 발표된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올랐다. 골드글러브는 SIS가 집계하는 수비 지표와 현장 투표를 섞어 수상자를 결정한다. 베츠가 최종 후보에 들어갔다는 것은 적어도 3위 내에는 들어갔다는 의미다. 대학 졸업 후 10년 이상 유격수를 한 번도 안 보다 2년 뛴 선수로서는 대단한 일이다.
베츠는 25일(한국시간) 발표된 ‘필딩 바이블 어워드’에서도 유격수 부문 수상자로 결정됐다. ‘필딩 바이블 어워드’는 우리에게 익숙한 수비 지표인 DRS 수치를 기초로 한다. 수비로 실점을 얼마나 막아냈느냐는 것을 평가하는 지표인데, 베츠가 당당히 메이저리그 유격수 중 최고 점수를 받은 것이다. 경이로운 수비 성장세다.
베츠는 뛰어난 야구 선수이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굉장히 좋은 운동 선수다. 운동 능력이 뛰어나다. 순발력과 민첩성, 그리고 작은 체구지만 폭발력과 힘까지 갖추고 있다. “야구가 아닌 다른 운동을 했어도 최고가 됐을 것”이라는 말이 항상 붙어 다니는 선수다. 유격수로서 체력 부담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는 했지만, 지난해 이 포지션에 적응했고 올해는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뽐냈다.
물론 올 시즌을 앞두고 심한 복통을 앓은 뒤 컨디션이 완전히 떨어져 전체적인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정규시즌 150경기에서 타율 0.258, OPS(출루율+장타율) 0.732를 기록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유격수로 뛰려니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츠는 묵묵하게 이를 이겨냈고, 이제는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수비력을 자랑하는 유격수로 변신했다. 내년에 공격 성적을 조금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면 연봉에 걸맞은 공헌도를 보여줄 수 있다. 다저스와 베츠의 계약 기간은 2032년까지로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고, 베츠가 앞으로 3~4년 더 유격수를 보며 공헌한다면 12년 3억6500만 달러의 계약은 꽤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다. 30대 중·후반의 풀타임 유격수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베츠라는 운동 선수라면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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