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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亞 선수 단 4명뿐…이혁렬 회장이 쌓아온 韓 바이애슬론의 ‘구조’

작성일: 2026.02.22 05:49 정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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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바이애슬론 박윤배 코치, 예카테리나, 이혁렬 회장, 최두진.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왼쪽부터) 바이애슬론 박윤배 코치, 예카테리나, 이혁렬 회장, 최두진.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스포티비뉴스=안테르셀바, 정형근 기자] 바이애슬론의 올림픽은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이 종목에서 올림픽은 출전권을 얻는 과정부터가 좁은 문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종목 출전 선수 92명 가운데 아시아 선수는 한국의 최두진을 포함해 단 4명뿐이었다.

바이애슬론 경기가 열린 이탈리아 안테르셀바에서 만난 이혁렬 대한바이애슬론연맹 회장은 “선수들이 쉽지 않은 과정을 버텼다. 올림픽까지 오는 일 자체가 힘든 종목이다. 지금은 구조를 쌓아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의 시선은 결과에만 머물지 않았다.

“아시아 선수들에게 바이애슬론은 단순히 순위로 평가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올림픽 출전 과정 자체가 치열하다. 그 과정을 통과했다는 게 중요하다.”

◆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金' 하얼빈 이전부터 이어진 지원, 성과로 증명된 과정

지난해 하얼빈에서 나온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의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동계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우연히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었다. 이혁렬 회장은 하얼빈 이전부터 선수단에 대한 꾸준한 지원을 이어왔다. 국제대회 출전 기회 확대, 유럽 전지훈련, 장비와 왁스 환경 개선, 현장 지원까지. 연맹 예산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을 사비로 채우며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었다.

이 회장은 하얼빈을 출발점이 아닌 '확인의 지점'으로 설명했다.

“성과는 어느 날 갑자기 나오지 않는다. 준비가 쌓였기 때문에 결과가 나온다. 그 전부터 계속 준비해 왔다. 하얼빈은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 대회였다.”

그 준비의 결과로 압바꾸모바는 여자 스프린트에서 한국 바이애슬론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고, 여자 계주는 은메달을 추가했다. 이 성과는 곧바로 다음 단계로 이어졌다. 올림픽 출전을 위한 국제 포인트 경쟁이었다.

“하얼빈 이후가 더 중요했다. 성과에 취할 시간이 없었다. 바로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했다.”

이 회장은 하얼빈 직후 곧바로 유럽 일정으로 시선을 옮겼다.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곧바로 다음 단계를 준비했다.

바이애슬론 코칭존에서 선수들을 격려하는 이혁렬 회장.

◆올림픽 무대 가장 높은 코칭존에서끝까지 내려오지 않은 회장

그 준비의 끝에서, 이혁렬 회장은 올림픽 현장에 섰다. 이번 올림픽에서 그의 자리는 늘 같았다. 바이애슬론 경기장을 가장 넓게 내려다볼 수 있는, 가장 높은 코칭존이었다. 코스를 가장 넓게 내려다볼 수 있는 자리에서 그는 레이스 시작부터 끝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선수들이 질주 구간을 지날 때마다, 사격대를 앞두고 속도를 조절할 때마다 그의 목소리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가자. 지금이다.” 

감정에 휩쓸린 외침이 아니었다. 일정한 박자와 타이밍을 유지한,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하는 신호였다.

“선수는 레이스 중 시야가 굉장히 좁다. 위에서 계속 불러주면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낀다. 응원도 전략이다.”

이 회장은 이번 올림픽을 결과의 무대로 보지 않았다.

“이 종목은 현장에서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오늘의 순위보다, 선수들이 어디까지 버텨냈는지를 봐야 한다.”

그에게 완주는 기록 이전에 구조를 통과했다는 증명이었다.

▲ 지난 1월 IBU컵에 출전 중인 차세대 국가대표 선수을 격려하는 이 회장. ⓒ대한바이애슬론연맹 
▲ 지난 1월 IBU컵에 출전 중인 차세대 국가대표 선수을 격려하는 이 회장.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올림픽 출전도 성과지만…메달보다 먼저 만들어야 하는 '구조'

올림픽 직전까지 이어진 바이애슬론 선수단 유럽 전지훈련에 이 회장은 직접 동행했다. 지난 1월 독일 루폴딩에서 열린 IBU 월드컵 현장을 찾았고, 압바꾸모바와 최두진을 직접 만났다. 훈련 일정과 컨디션, 장비 상태, 왁스 선택까지 하나하나 점검했다. 지도자들과는 저녁 만찬을 함께하며 선수단의 흐름을 점검했다. 다음 날에는 슬로바키아 오스르블리로 이동해 IBU컵에 출전 중인 차세대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챙겼다.

“말로만 응원하는 건 의미 없다. 같은 공간에서 숨을 같이 쉬어야 선수들이 느낀다.”

그의 유럽 일정은 방문이 아니라 올림픽 준비의 연장이었다.

이 동행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랐다. 시간과 거리뿐 아니라 비용이었다. 해외 전지훈련 비용, 월드컵과 IBU컵 원정 체류비, 현지 이동비, 장비와 왁스 관련 추가 비용까지 연맹 예산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비인기 종목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지원을 제때 하지 못하면, 선수는 출발선에 설 기회조차 없다.”

그에게 지원은 선택이 아니었다. 책임이었다.

유럽 중심 종목인 바이애슬론에서 한국은 늘 소수였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현실은 분명했다.

“격차는 인정한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다. 구조를 유지해야 다음이 있다.”

남자 대표팀 최두진은 이러한 구조 안에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생애 첫 올림픽이었던 남자 20㎞ 개인전에서 그는 85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만 보면 하위권이었지만, 결승선을 통과한 뒤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만큼 모든 것을 쏟아냈다.

최두진은 “하위권일 때도 회장님이 월드컵 현장에 직접 와 응원해줬다. 자존감과 자신감을 계속 올려줬다. 해외 전지훈련 비용부터 현장 지원까지 정말 아낌없이 도와줬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남부럽지 않게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는 말에는 그 지원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압바꾸모바 역시 개인전과 스프린트, 추적 경기까지 레이스를 이어갔다. 순위는 중·하위권이었지만, 그는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다.

국제바이애슬론연맹 회장 올레 달린(왼쪽)과 이혁렬 회장. ⓒ대한바이애슬론연맹
국제바이애슬론연맹 회장 올레 달린(왼쪽)과 이혁렬 회장. ⓒ대한바이애슬론연맹
관중석을 가득 채운 관중들. 바이애슬론은 유럽의 인기 스포츠이다.  
관중석을 가득 채운 관중들. 바이애슬론은 유럽의 인기 스포츠이다.  

경기장 밖에서도 그의 역할은 이어졌다. 올림픽 기간 동안 그는 국제바이애슬론연맹 회장 올레 달린을 비롯한 국제 관계자들을 만나 스포츠 외교 활동을 펼쳤다.

“외교는 점수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 기회와 다음 환경을 만든다. 한국 바이애슬론의 성장을 위해서는 유럽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지금부터 움직여야 다음 올림픽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이혁렬 회장은 올림픽 출전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다.

“출전까지 왔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선발하고, 키우고, 세계  대회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선순환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메달은 그 다음이다.”

하얼빈 이전부터 이어진 준비와 첫 금메달, 그리고 밀라노 올림픽까지 이어진 과정. 이번 한국 바이애슬론의 올림픽은 구조를 쌓은 시간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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