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님,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레전드가 소통할 때 벌어지는 일, 결국 육성은 사람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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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형님, 저희랑 같이 하시죠”
봉중근 SSG 퓨처스팀(2군) 투수 코치는 지난해 말, 하나의 제안을 받았다. 당시 미국 유명 스포츠 아카데미인 IMG 아카데미에서 투수 코치를 하고 있었던 봉 코치는 시설 내에서 인정을 받으며 순조롭게 자리를 잡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시설로 추신수 SSG 구단주 특별보좌역 및 육성 총괄이 직접 찾아왔다. ‘스카우트’를 위해서였다.
저녁 식사를 청한 추 육성총괄은 곧바로 “형님, 저희랑 같이 하시죠”라며 영입을 제안했다. 봉 코치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곧바로 “가겠다”고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 당시 개인적인 사정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설에서도 계속 남아주기를 바랐고 이전에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정중하게 고사한 팀도 눈에 밟혔다. 그러나 추 육성총괄의 지속적인 러브콜에 결국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가기로 했다. 1군 코치 제안은 아니었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추 육성총괄은 2026년 시즌을 앞두고 팀 육성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을 꾀했다. 하드웨어적인 부분도 강화하는 게 당연했지만, 오히려 추 육성총괄은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가 더 필요하다고 여겼다.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어도 결국 그 장비의 값을 읽고 발전 방향성을 잡고 선수들과 소통하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 몫을 할 사람에 주목했고, 그것이 미국 플로리다까지 가 직접 봉 코치를 만난 이유였다.
추 육성총괄은 앞으로 SSG가 가고자 하는 육성 시스템을 상세하게 설명했고, 도움을 요청했다. 메이저리그에서 16년을 뛴 화려한 경력의 근간에 5년의 마이너리그 생활이 있다고 말하는 추 육성총괄은 메이저리그의 선진 문물을 한국 현실에 맞춰 SSG만의 육성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려면 미국의 최신 트렌드에 밝고, 여기에 선수들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봉 코치가 적임자라고 봤다.
실제 봉 코치는 추 육성총괄과 마찬가지로 미국 메이저리그와 한국 KBO리그 경험을 모두 갖춘 지도자다. 고교 졸업 후 미국 무대에 가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두루 경험했고,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으며 2007년부터 2016년까지는 LG 소속으로 KBO리그를 폭넓게 경험했다. 추 육성총괄이 “KBO리그 경험이 없었다면 시행착오가 더 컸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봉 코치 또한 ‘한국식 메이저리그 육성 시스템’을 지행하는 SSG에는 적임자인 코치였다.
봉 코치는 “쉽게 않은 결정이었지만, 나도 어떤 식으로든 배워보고 싶었다. 구단 육성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가 원하는 방향이랑 가고자 하는 방향이 같은 팀이었다”며 승낙 배경을 설명했다. 1군 코치 보직이 아니지만 오히려 어린 선수들과 함께 하는 게 더 즐겁다. 힘들지만 보람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추 육성총괄은 올 시즌을 앞두고 퓨처스팀 및 육성팀 코칭스태프를 충원할 때 “선수들과 소통이 능하고 에너지가 있는 코치”를 우선적으로 영입 대상에 넣었다. 정작 현역 시절의 경력은 큰 상관을 하지 않았다. 2군에는 그런 코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봉 코치도 선수들과 소통을 즐기고 또 그 소통을 통해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낸다고 생각하는 ‘소통의 신봉자’다. 이건 마이너리그 생활 당시의 경험과도 큰 연관이 있다.
SSG에 오기 직전까지 미국 고교 최고 레벨 유망주들을 가르친 봉 코치는 “미국은 성향 자체가 선수들의 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막 바꾸고 그런 게 아니라 먼저 대화를 한다. 그 선수가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래서 이 선수가 내가 폼을 바꾼다고 해도 ‘OK’를 할 것인지 아니면 한 귀로 듣고 흘릴 것인지부터 분석을 하고 다가간다”면서 “한국도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었다. 선수와 대화하고 선수가 바꿔본다고 하면 뭐라도 하나를 더 하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코치가 들어가 있는 단톡방부터 만들었고, 대화도 훨씬 늘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봉 코치도 “더 크게 다가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1군 콜업을 준비할 수 있는 과정은 그것부터 시작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굳어져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확실히 또 많은 게 바뀌었다. 요즘 SSG 퓨처스팀 투수들은 자기 주도적으로 훈련을 하는 문화로 바뀌어가고 있다. 코치들이 “오늘 몇 개를 던져라”고 하는 게 아닌, 선수들이 먼저 “코치님, 오늘 불펜 몇 개를 하면 안 되겠습니까? 요즘 커브가 조금 안 되는데 커브를 조금 더 던지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묻는다. 소통의 선순환이다. 봉 코치도 “본인이 더 생각하고 연습을 한다. 조금씩 그렇게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는 올해 SSG 육성 시스템을 관통하는 장면이다. 올해 영입된 봉중근 이지태 류효용 코치는 모두 미국 선진 문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또 선수들과 소통을 즐기는 유형의 에너지 넘치는 지도자들이다. 선진 야구 시스템을 단순히 도입하는 것만이 아닌, 실제 훈련 방식과 성장 구조 변화로 연결하는 몫을 한다. 데이터나 시설 등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선수 성장을 이끄는 ‘휴먼웨어’ 강화에 큰 몫을 한다는 호평이 나온다.
SSG 관계자는 “외부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이 아닌, 구단과 선수단에 맞는 실행형 모델로 재구성하는 게 추신수 육성총괄 육성 시스템 구축의 핵심”이라면서 “향후에도 전문 인력 확보와 코칭 역량 강화를 통해 SSG만의 지속 가능한 육성 환경을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정확하게 읽고, 그 데이터를 선수들과 밤새워 이야기할 수 있는 열정적인 코치들의 활약 속에 SSG가 목적지를 향해 점차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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