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대박계약도 맺었는데, 무엇이 박찬호를 울컥하게 만들었나 "와이프가 눈치 보는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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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박승환 기자] "와이프가 눈치를 보더라"
박찬호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0차전 홈 맞대결에 유격수,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2025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박찬호는 4년 총액 80억원의 대박 계약을 통해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팀을 옮기게 된 만큼 박찬호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갈고 시즌을 준비했고, 4월 한 달 동안 30안타 2홈런 23득점 타율 0.309로 활약하며, 두산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그런데 너무나 갑작스럽게 부진이 찾아왔다. 박찬호는 5월 일정이 시작된 후 월간 성적이 21안타 타율 0.226으로 추락했고, 6월에도 들쭉날쭉한 모습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분명 7월 반등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하루였다.
박찬호는 0-0으로 맞선 2회말 1사 3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롯데 선발 박세웅을 상대로 선취점을 뽑아내는 안타를 터뜨리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이어 두 번째 타석에서는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으나, 박세웅과 무려 10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치는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세 번째 타석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폭발시켰다.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박찬호는 1-0으로 근소하게 앞선 6회말 1사 1, 2루에서 박세웅이 던진 6구째 127km 스위퍼를 힘껏 잡아당겼고, 이 타구는 그대로 잠실구장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홈런으로 연결됐다.
이날 두산은 박찬호의 4타점 활약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고 있던 롯데를 격파, 주중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김원형 감독은 "타석에서는 박찬호가 공수에서 만점 활약을 했다. 특히 결승타점은 물론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때려내며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날 박찬호는 승리의 선봉장에 섰음에도 활짝 웃지 못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묻어났다. 특히 방송사 인터뷰에서 박찬호는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아내 때문이었다. 무엇이 박찬호의 감정을 자극했을까.
박찬호는 "와이프 이야기만 하면 감정이 올라오는 것 같다. 나 딴에는 집에 갈 때 모든 걸 털어놓고 들어간다고 생각하는데, 와이프도 야구를 챙겨보지 않나. 눈치도 많이 보고 그러는 것들이 느껴졌다. 와이프도 떳떳하게 해주고 싶은데, 혼자서 얼마나 눈치가 보였을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못하면 와이프도 같이 주눅이 들기 때문에 그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나도 FA 계약을 하기 전, FA를 하면 마음 편하게 야구를 할 줄 알았다. 정말 즐기면서 행복하게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심한 것 같다. 다른 선수들이 들으면 '재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옛 선배, 형들 말들이 틀린 게 없다. 부담감, 압박감이 많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이토록 부진이 길었던 적은 없었다고. "이 정도로 부진이 길었던 적이 있나?"라고 취재진에게 되물은 박찬호는 "어느 정도 사람처럼 치기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길게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아무리 안 좋아도 운 좋은 안타가 나오면서 방어가 됐었는데, 지금 겪고 있는 부진은 거의 공짜 아웃카운트다. 많이 당황스러운 부진"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래도 박찬호는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노력을 쏟았다. 그 결과물이 30일 경기였다. "어제(29일) 개인적으로 연습하면서 좋았을 때 하체 움직임을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찾은 것 같다. 그래서 오늘 결과가 좋게 나와서 다행이다. 하지만 만회를 하려면 한참 멀었다"고 자책했다.
그래도 이날 경기는 박찬호가 만들어낸 승리였다. 박찬호는 홈런을 친 순간에 대해 "너무 속이 시원했다. 얹혔던 것이 다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볼이면 못 쳤을 텐데, 안쪽으로 떠서 대처하기 수월했다. 상대의 실투였다"고 했다.
끝으로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고꾸라질 줄은 몰랐다. 지금 이 정도로 떨어져서 3할이 가능할까 싶다"면서도 박찬호는 "팀이 이기는 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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