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어지럼증, 호흡 곤란에 구토까지 하는데…KBO는 이럴거면 '폭염 취소' 도대체 왜 만들었나? 유명무실 규정의 끝판왕

작성일: 2026.08.01 07:00 박승환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이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사직구장에서 경기를 하던 중 구토, 두통, 미열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교체됐다. ⓒ롯데 자이언츠
▲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이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사직구장에서 경기를 하던 중 구토, 두통, 미열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교체됐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사직, 박승환 기자] 이쯤되면 규정을 왜 만들었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다. 상대팀과 싸워야 할 선수들은 경기 내내 찜통 더위와 씨름했고, 폭염으로 인해 경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교체된 선수도 등장했다.

31일 오후 3시 기준으로 부산 사직구장의 기온은 38.5도. 기상청은 사직구장이 위치한 부산 중부 지역에 폭염중대경보를 발효했다. 더 큰 문제는 지열이었다. 인조 잔디가 깔려 있는 사직구장의 파울 지역의 온도는 71도까지 치솟았다. 훈련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에 롯데는 어떻게든 선수들이 훈련을 진행할 수 있게 수시로 물을 뿌렸다. 덕분에 기온이 조금은 내려갔다. 하지만 너무나도 뜨겁게 달아오른 지열은 쉽게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 물을 뿌리며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조잔디 구역은 61도, 천연잔디가 깔려 있는 그라운드는 42도로 측정됐다.

경기 개시 시간을 기준으로 사직구장 인근의 기온이 조금씩 낮아질 것으로 예보가 됐지만, 이날 사직구장의 열기는 예사롭지가 않았다. 이날 부산의 날씨는 경기를 뛰는 선수들과 심판진은 물론 관중들의 건강까지도 걱정이 될 정도였다.

김태형 감독을 비롯해 박진만 감독은 경기에 앞서 푹푹 찌는 열기에 혀를 내둘렀다. 특히 박진만 감독은 "이거 뭐 쓰러지겠는데? 숨이 막힌다. 숨도 못 쉴 정도"라며 "오늘 대구에 있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지금 상태로 보면 부산이 더 더운 것 같다. 너무 뜨겁다"고 우려했다.

▲ 박진만 감독 ⓒ곽혜미 기자
▲ 박진만 감독 ⓒ곽혜미 기자
▲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이 1루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이 1루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 손성빈 ⓒ롯데 자이언츠
▲ 손성빈 ⓒ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경기가 시작 된 후 선수들에게서 이상 증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회말 롯데의 선두타자로 나선 황성빈이 전력 질주를 통해 내야 안타를 뽑아냈다. 그런데 갑자기 황성빈이 1루 베이스 뒤쪽에 주저 앉았다. 이에 롯데 트레이너가 급히 황성빈의 상태를 살폈다. 어지럼증이 발생한 모양새였다.

황성빈은 트레이너가 건넨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잠깐 동안 휴식을 취한 뒤 플레이를 이어갔지만, 이후 중계방송 화면에 잡힌 황성빈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그러더니 문제가 발생했다. 롯데 손성빈이 2회초 수비 중 갑작스럽게 이상증세를 호소하더니, 유강남과 교체됐다. 폭염의 여파였다. 롯데 관계자는 "손성빈은 1회 종료 후 두통, 구토와 미열 증세가 있었는데, 지켜보다가 2회에도 증상이 이어져서 보호 차원에서 교체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무더위에 경기를 강행한 결과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기준에 해당된다고 무조건 경기가 취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KBO리그에는 폭염과 관련된 규정이 마련돼 있다.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취소를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사직구장은 폭염 취소의 대상은 아니었던 모양새. 경기가 끝까지 진행됐다. 손성빈이 교체된 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선수들의 고통은 매우 컸다. 티를 내지 않았을 뿐이다. 삼성 전병우는 경기가 끝난 뒤 "연습할 때부터 날씨가 무더워서 걱정이 많았다. 상대 팀도 우리 팀도 어지럼증을 호소했는데, 끝날 때쯤 힘들긴 했다. 빨리 시원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전병우 ⓒ삼성 라이온즈
▲ 전병우 ⓒ삼성 라이온즈
▲ 이승민 ⓒ삼성 라이온즈
▲ 이승민 ⓒ삼성 라이온즈
▲ 구자욱 ⓒ삼성 라이온즈
▲ 구자욱 ⓒ삼성 라이온즈

게다가 이날 데뷔 첫 세이브를 수확한 이승민도 "마지막에는 숨이 안 돌아오더라. 그래서 타임을 갖고 한 번 숨을 쉬었다. 그때 호흡이 돌아왔다. 숨이 잘 안돌아왔다"고 고충을 밝혔다.

이어 구자욱도 "진짜 이런 더위는 살면서 처음이다. 훈련하기가 되게 힘들더라. 경기 전부터 너무 힘들었다"며 '대구보다 더 더웠나?'라는 물음에 "체감상 더 더웠다. 오늘 정말 더웠고, 바람이 안 불어서 더더욱 더웠다. 그리고 햇빛도 너무 뜨거워서 빨리 해가 졌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도 힘들지만, 보시는 팬분들도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경기 개시 시간을 변경하든지, 팬분들 바닷가 놀러 가시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긴하다"며 장난이 섞였지만, 진심 가득한 한마디를 뱉었다.

이날 사직구장의 상황은 규정을 왜 만들었는지 의문만 갖게 만드는 하루였다. 문제는 1~2일 사직구장의 날씨도 31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KBO는 또다시 경기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선수, 심판, 팬들의 안전보다는 흥행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경기 감독관이든 KBO 관계자든 누군가는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지역의 야구장에서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야외활동을 하며,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 없을지를 확인해야 할 판이다. 경기 감독관이 잠깐잠깐 밖으로 나와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 허구연 총재 ⓒ곽혜미 기자
▲ 허구연 총재 ⓒ곽혜미 기자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