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 잡고 오두방정 투수, 기적의 163km MLB 데뷔… ‘막노동자 배달원’이 빅리그 마운드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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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제프리 얀(30·뉴욕 메츠)은 적어도 5일(한국시간)까지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한 번도 없는 선수였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2014년부터 미국 무대에서 뛰었지만 부상도 있었고, 메이저리그에 가기에는 경기력이 다소 모자랐다.
이처럼 메이저리그 경력이 한 번도 없는데도 메이저리그 팬들이라면 모두가 알 정도의 선수라는 게 아이러니했다. 강속구도 강속구지만, 화려한 세리머니 때문이었다. 야구는 불문율이 있고, 되도록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게 대체적인 야구의 분위기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탈삼진이나 홈런 등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큰 액션 없이 조용하게 넘어간다. 하지만 얀은 달랐다. 세리머니가 컸다.
현지 팬들이 ‘빅 점프’로 부르는 세리머니는 진작부터 큰 화제였다. 얀은 타자를 삼진으로 잡을 때 마운드 위에서 풀점프를 한다. 그리고 착지한 뒤에도 조금씩 다른 디테일의 세리머니들이 있다. 중요한 상황에서 한 번씩 나오는 것이면 모르겠는데 삼진을 잡을 때마다 그렇게 한다. 처음에는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불필요한 세리머니”라는 비판이 많았다. 불편하게 여기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계속 이어지면서 ‘빅 점프’는 얀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리고 6일, 드디어 그 ‘빅 점프’가 메이저리그에 공식적으로 선을 보였다. 무려 12년을 기다린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얀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4년 루키리그에 데뷔했으나 2016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방출됐고, 이후 애리조나에서 지붕을 건설하는 노동자와 배달원으로 일하면서도 야구의 꿈을 잃지 않은 한 선수의 감동적인 스토리였다.
메츠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시라큐스에서 뛰고 있었던 얀은 8월 5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등록됐다. 올 시즌을 사실상 포기한 메츠는 좌완 핵심 불펜이었던 브룩스 레일리를 트레이드하는 등 내년을 바라보는 상황이었다. 이적한 선수들을 대신해 공을 던질 새로운 자원들이 필요했고 트리플A에서 성적이 괜찮았던 얀이 낙점돼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6일 클리블랜드와 원정 경기에서는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팀이 4-3으로 앞선 6회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던졌다. 1이닝 동안 안타 2개, 볼넷 1개를 내주며 만루 상황에 몰리기도 했지만 삼진 2개를 잡으면서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삼진 2개 모두 특유의 ‘빅 점프’가 나와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얀은 선두 앙헬 마르티네스를 상대로 초구 101.1마일(162.7km)의 강속구를 던지며 메이저리그 데뷔를 알렸고, 이후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잡아내며 경력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빅 점프를 기대하던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그 어떤 때보다 높이 뛰어 올라 세리머니를 마무리했다.
이어 연속 안타를 맞았고, 스티븐 콴에게 볼넷을 내줘 1사 만루에 몰렸다. 세리머니고 뭐고 팀의 리드를 날릴 판이었다. 하지만 체이스 데라우터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이번에도 빅 점프가 나왔다. 다소 이른 타이밍이라 황급히 공을 확인하는 모습이 팬들을 웃음짓게 했다. 얀은 이어 조 아델을 범타 처리하고 무실점을 기록한 채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마쳤다.
클리블랜드 더그아웃의 리더인 호세 라미레스는 얀의 세리머니를 따라하면서 알 듯 모를 듯한 메시지를 남겼다. 분명 이 세리머니가 클리블랜드 선수들, 그리고 클리블랜드 홈 관중들에게 유쾌하지 않음은 확실해 보였다. 실제 클리블랜드 일부 팬들은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얀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그렇게 홀드를 따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몇 년 전부터 상상 속의 우려였던 빈볼 같은 것은 없었다.
경기 후 최고의 화제를 모은 선수는 단연 얀이었다. 이날 퇴장을 당한 스티브 보트 클리블랜드 감독은 “누구나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했다. 썩 내키지는 않지만, 일단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인정한 것이다. 얀에게 첫 삼진을 헌납한 선수이자 윈터리그에서는 동료로 뛰었던 마르티네스는 “그게 그의 스타일이다. 그가 여기까지 올 수 있어서 기쁘고, 그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앤디 그린 뉴욕 메츠 감독 대행은 6회 후 더그아웃 분위기에 대해 “뭐, 펄쩍펄쩍 뛰었다”고 웃으면서 상대와 마찰은 없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린 감독 대행은 “20년 전보다 훨씬 덜 걱정된다”며 시대가 바뀌었음을 강조한 뒤 “누군가를 무시하려는 게 아니라는 평판을 쌓아왔고, 많은 이들은 대체로 이 선수가 야구장에서 야구를 하는 것을 즐기는 성품 좋은 사람이라는 점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마이너리그 팀 중에서도 그의 열정에 문제를 제기한 팀은 거의 없었다. 삼진을 당한 당사자가 아니라면 결국 웃어넘기곤 했다”고 말했다.
야유도 받았지만 얀은 “팬들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습니다. 티켓값을 지불했으니까 말이다”면서 “나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 경기를 즐길 것”이라며 세리머니를 계속 할 뜻을 드러냈다. 얀은 “나는 앞으로도 똑같은 방식으로, 마치 언제나 그랬듯 아이들의 경기를 하듯 즐기는 마음과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나갈 것이다. 마치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삼진인 것처럼 그 첫 삼진을 즐길 것이다. 그 순간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고 감격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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